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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들어 교육과정이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크게는 2009년 12월에 2009개정교육과정(총론), 2011년 8월 9일에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교과교육과정(각론, 이하 2011개정)이 고시돼 내년부터 새교과서로 배우게 됩니다. 먼저 2011개정교육과정 교과별 내용을 알아보고, 2009개정교육과정과 학교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기자말

MB정권 들어 교과서와 교육과정이 계속 바뀌는 수난을 겪었는데, 특히 '역사교육'이 잘못 돼 간다는 비판이 가장 크다. 교과부는 "'한국사'를 필수로 배우게 하고 역사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역사교사들은 오히려 역사교육이 위축됐다고 평가한다. 2011년 8월 9일, 고시된 2011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바뀌고 독재가 미화되는 등 역사왜곡 논란까지 나타났다.

왜 정부와 교사들의 이야기가 다른 것일까? 또 역사교과서는 무슨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역사교육의 문제를 필수지정을 둘러싼 논란, 역사내용 왜곡 논란, 수업 감시 논쟁까지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첫째, 이름만 바꿔 한국사 필수 지정... 쇼한 거야?

한국사 필수 논란이 시작된 것은 교과부의 2009개정교육과정 때문이다. 2009개정교육과정이 중학교 3학년까지만 공통교육과정이고, 고등학교는 전체를 선택과정으로 돌리면서 고등학교 1학년에 배우던 역사를 배우지 못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1년에는 보수신문까지 나서 역사교육을 강화하자고 하고, 국민 여론도 호의적이었다. 그러자 교과부는 2011년 4월 22일에 한국사를 필수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2011년 8월 9일에 고시된 역사교육과정의 특징
 2011년 8월 9일에 고시된 역사교육과정의 특징
ⓒ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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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 조삼모사같은 꼼수가 있다. 한국사, 아니 정확하게 역사 교과는 이 논란이 시작되기 전부터 필수였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2007개정교과서체제를 그대로 두고 총론(운영방법)만 바꾼 것이고 선택교육과정체제가 됐지만, 고등학교 1학년에 배우던 교과는 그대로 배우는 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2009개정교육과정 중 고등학교 "② *표 한 과목은 교과(군)별 학습의 위계를 고려해 선택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 과목은 4단위 범위 내에서 증감하여 운영할 수 있다."(2009-41호 10쪽, *표 한 과목 : 국어, 수학, 사회, 도덕, 한국사, 과학, 체육, 음악, 미술, 기술, 가정)

문제는 2007개정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역사관련 교과가 필수1(역사) + 선택3(한국문화사, 동아시아사, 세계역사의 이해) 체제였던 것이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선택3(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체제로 변경된 것이다.

한국사는 고1 역사내용에서 통합적으로 제시된 세계사와 근현대사 내용을 줄이고 한국문화사(선택과정)을 없애면서 새로 만든 이름이다. 즉 그대로 둬도 고1 전체가 역사를 배울 텐데, 내용 줄이고 이름만 바꿔 '한국사' 교과를 만들어놓고 '한국사 필수지정 쇼'를 한 셈이다.

대체 왜 이렇게 복잡한 과정이 일어났을까? 시작은 2008년부터 시작된 금성교과서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논쟁이다. 뉴라이트 진영이 '교과서 포럼'을 만들어 고등학교 역사교과서가 좌편향이라고 공격하고 대안교과서를 발행했다. 교과부는 검정교과서 수정요구로 맞장구를 쳐주며 역사교과서를 누더기로 만들고 2009개정교육과정을 만들면서 근현대사를 축소해버렸다.

그 결과 중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나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나 별 차이가 없어 학생들이 지겨워하고, 내용이 어려워 수능에서 외면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8년부터 고등학교 근현대사 논쟁 좌편향논쟁과 수정지시, 교과서 채택 반대 운동으로 많은 혼란이 있었다. 2009개정교육과정에서는 결국 근현대사를 축소해버렸다.
 2008년부터 고등학교 근현대사 논쟁 좌편향논쟁과 수정지시, 교과서 채택 반대 운동으로 많은 혼란이 있었다. 2009개정교육과정에서는 결국 근현대사를 축소해버렸다.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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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역사교사들은 "한국사필수 논쟁은 근현대사 축소를 가리기 위한 꼼수이고, 오히려 2009개정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와 수업시수 20% 증감 때문에 역사시간이 더 줄어들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게다가 7차 교육과정 때와 비교하면 주당 3~4시간에서 2.5시간으로 줄어들어 역사교육이 많이 위축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역사학계의 오랜 고민을 통해 마련된 역사교육 체계가 완전히 무너져 초중고 모두 통사를 배워 역사내용 차별성이 없어지고,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는 동아시아사가 외면당하는 것도 문제다.

2007개정교육과정 역사교육 계열성 : 초등학교 (생활사 중심의 한국사 통사) → 중(전근대사 중심의 한국사 + 세계사) → 고 1(근현대사 중심의 통합 역사) → 고 2, 3(한국문화사, 동아시아사, 세계 역사의 이해 선택). 2007개정교육과정의 특징은 역사교육과 과학교육 강화한 것이다.

둘째,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꿔... 독재 가리기?

교과부와 보수진영은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다른 교과는 가만히 두면서 역사는 근현대사를 줄이더니, 2011개정교육과정에서는 역사내용 전반을 보수진영 입맛에 맞게 바꿔버렸다. 대표적인 것이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면서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4.3항쟁부터 5.18광주민중항쟁 등 민주화 운동이 빠지거나 축소되고 '독재' 개념이 모호해졌다. 여기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도 빠지고,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친일파 청산도 빠져버렸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개념이지만,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2007, 2009개정교육과정과 2011개정교육과정 내용 비교>
1.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변함
⑶ 대한민국의 발전(2007개정, 2009개정 사회 - 역사교육과정)
8・15 광복 이후 대한민국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다룬다. 민주주의와 인권, 산업화와 경제 발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을 중심으로 현대사를 살펴보고, 보다 나은 한국의 미래 건설에 참여하려는 태도를 가진다.

⑶대한민국의 발전(2011개정 사회 - 한국사)
8․15 광복이후 대한민국정부의 수립과 발전과정을 다룬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경제성장, 통일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음을 이해한다. 주변국과의 영토문제와 역사 갈등을 올바로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본다.

2.  친일파 청산 노력이 삭제됨
⑺ 냉전 체제와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2009개정 10학년 역사교육과정)
③ 대한민국과 북한의 정부 수립 과정 및 그 의의를 파악하고, 농지 개혁과 친일파 청산이 추진되었음을 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역사를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이란 틀 속에 집어넣으면 민주화운동은  교과서에 실리기가 어렵게 된다. 역사학자들은 헌법 제1조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민주주의가 더 포괄적 개념이며,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은 있지만 자유민주주의는 없기 때문에 헌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관련기사 :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또 자유민주주의는 해방 이후 독재 정권이 '자유민주주의' '한국식 민주주의'를 내세워 독재 정권 비판과 반대를 '좌경'으로 몰아 탄압한 역사가 있어 저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해방이후부터 60년 넘게 교과서에 쓰인 민주주의를 뒤로하고 '자유민주주의'가 들어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다른 교과들은 교육과정 개발 단체를 공모했는데, 역사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만들어 처음부터 중립성을 위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운운하면 자학사관?

1일 낮 서울 중화동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007번째 수요시위'에 충남 보령 대천여고 학생 수십명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1일 낮 서울 중화동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007번째 수요시위'에 충남 보령 대천여고 학생 수십명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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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역사학자와 교사들은 뉴라이트 대안 교과서를 만든 '교과서 포럼'를 계승한 한국현대사학회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한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역사를 독립운동 관점이 아니라 근대화라는 측면에서 이해하고, 권리와 의무를 가진 민주시민보다는 국가와 사회에 책임을 지는 책임있는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평화보다는 개방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겨 교육과정에 '책임 있는 시민' '개방적인 가치(세계화)' '일제 강점기 근대적 제도의 이식' '공산 세력의 침략과 위협으로부터 국가수호' '산업화'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등의 용어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들은 우리나라가 '자학사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학사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외면하고, 일제 역사교과서 왜곡에 앞장선 우익인사들의 단골메뉴가 아닌가?

뉴라이트가 만든 교과서 포럼에 역사전공자들이 별로 없었듯이, 한국현대사학회에도 교과서포럼 관계자가 중복되고, 현대사 전공자가 별로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역사학계의 연구 성과가 아니라 권력의 입김이 들어간 것이고 식민사관이라고 비판받고 있다(관련기사 :  한국현대사학회의 식민지 근대화론은 전형적인 '식민사관' ). 일본의 역사왜곡만도 억울한데 이제는 우리 나라 학생들마저 왜곡된 역사를 배우게 생긴 것이다.

사실 뉴라이트를 비롯해 보수 진영은 김영삼 정권 때부터 7차 교육과정에 민주화운동 성과로 제주 4.3항쟁 등이 들어가자 역사교과서 공격을 시작했다. 이후 과거사 청산작업에 반대하고 금성출판사 근현대사교과서 '좌편향' 논란, 교과서 포럼의 대안교과서 출간, 2008년의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주장, KBS 역사스페셜 논쟁을 거쳐 이번 2011개정 한국사교육과정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내년이면 MB정권 임기가 끝나지만,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축소해놓은 새 역사교과서가 학교에서 사용된다.

이상호 기자가 전두환전대통령 사저에 가서 고문학살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하는 장면이다. 이상호 기자가 두번째 사저방문 때 긴급체포되어 아직도 사법처리된 대통령의 사저경호가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역사교과서에서 친일청산이나 독재비판내용이 빠졌다는 것은 보수진영에 껄끄러운 내용들을 빼버렸다는 의미이다.
 이상호 기자가 전두환전대통령 사저에 가서 고문학살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하는 장면이다. 이상호 기자가 두번째 사저방문 때 긴급체포되어 아직도 사법처리된 대통령의 사저경호가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역사교과서에서 친일청산이나 독재비판내용이 빠졌다는 것은 보수진영에 껄끄러운 내용들을 빼버렸다는 의미이다.
ⓒ 뉴스타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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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역사학계와 비판 여론 때문에 중고등학교 교과서 집필 기준에 다시 4.3항쟁과 5.1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이 들어갔고,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질서가 같이 사용되지만, 역사교육은 누더기가 돼버렸다. 역사학계는 2011년 11월 8일에 역사교과서에서 '친일'과 '독재'가 지워졌다고 통탄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내용 20%를 줄이면서 내용을 압축한 데다가 집필기준에서도 역사적 사건들이 추가돼 학생들의 부담은 훨씬 커진 셈이다. 상반되는 개념들이 충돌해 학생들의 역사인식에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셋째, 역사 제대로 가르치면 제보해라고?

겉으로는 한국사가 필수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집중이수와 수업시수 20%증감으로 역사교육시간이 줄어들고, 여기에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되어 역사교육은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할 수 있지만, 적어도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는 사회적으로 합의되고 역사적으로 정리된 내용이 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앞으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뭐라고 비판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다른 교과(6개월)도 마찬가지지만 역사교과서 개발은 번갯불에 콩 볶듯이 이뤄졌다. 지난해 11월에 교과서 집필 기준이 발표되고, 3개월 만에 교과서 개발을 완료해서 2월에 검정 신청을 해야 한다. 과연 정상적인 교과서가 나올 수 있을까? 이 때문에 역사학계와 역사교사들은 교과서에 연연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래 수업이란 것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객관적이고 다양한 자료를 가지고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키우게 할 수 있다.

보수진영이 이런 현상을 가만히 볼 리 없다. 작년에 한 보수언론은 자신들이 수업 잘한다고 칭찬했던 EBS 역사수업 강사가 편향적인 수업을 한다고 문제삼았다. 역사교사 공격에 이어 일부 보수 단체는 편향된 수업을 하는 교사의 수업을 촬영해오는 학생들에게 돈을 준다고 현혹하고 있다(관련기사 : 교사사냥, 19살 대표 청소년 단체 대표의 수상한 행보).

앞으로 잘못된 교과서를 바로 잡아 수업을 하려는 교사들은 보수언론의 여론 재판까지 걱정해야 하고, 대부분의 교사들은 분위기에 위축돼 교과서대로 수업을 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시수감축과 교과서 왜곡에다 수업감시까지 더해져 보수 진영의 역사교육 죽이기 3종 세트가 완벽하게 구비된 셈. 그래서 정권이 바뀌면 역사교과서부터 제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역사교과서 분석 내용은 1월 12일 전국참교육실천발표대회에서 전국역사교과모임과 토론한 내용입니다.



태그:#역사교육과정, #2011개정교육과정, #역사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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