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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7시 안산 중앙역 광장에서 열린 희망뚜벅이들의 ‘시와 노래로 여는 문학낭송제’. 이번 낭송제에는 진보작가 네트워크 '리얼리스트100'의 다양한 문인들이 함께했다.
 7일 오후 7시 안산 중앙역 광장에서 열린 희망뚜벅이들의 ‘시와 노래로 여는 문학낭송제’. 이번 낭송제에는 진보작가 네트워크 '리얼리스트100'의 다양한 문인들이 함께했다.
ⓒ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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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철폐를 위해 걸어나가는 '희망뚜벅이' 행진도 어느덧 9일차를 넘기고 있다. 7일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은 경기도 안산에서 선전전과 희망행진을 벌인 뒤 오후 7시 중앙역 광장에 모여, 그동안의 집회와는 조금 다르고 특별한 방법으로 밤을 맞았다. 뚜벅이들을 돕고 싶어하는 문학인들이 모여 '시와 노래로 여는 문학낭송제'를 함께 열기로 한 것이다.

'리얼리스트100' 작가들 "글로써 여러분께 힘 되고 싶었다"

이번 낭송제는 뚜벅이들과 함께 진보작가 네트워크 '리얼리스트100'의 시인, 소설가, 평론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리얼리스트100은 폭력과 소외, 적자생존의 경쟁을 일상화하는 자본주의를 반대하며, 현장 중심의 실천을 통한 문화·문학 운동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100여 명의 창작자로 이루어진 모임이다.

리얼리스트100 상임운영위원 이시백 소설가는 문인으로서 뚜벅이 행사에 참여한 계기와 관련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힘쓰시는 여러분들에게 무엇을 도와드릴까 고민하다가 우리가 할 줄 아는게 글 쓰는 것 뿐인지라 힘이 되는 글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왜 우리가 이 추운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면서 "이번 낭송회로 우리 모두가 노동자가 되어서도 잘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결속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낭송제에서 시 <뚜벅뚜벅 가는 길>을 낭송한 김영철 시인도 "지금 뚜벅이들이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하지만 그 길은 절대 혼자가 아니라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와 600만 도시빈민들이 함께하는 길이란 걸 보여주고 싶다"며 "희망뚜벅이를 넘어 우리가 바라고 요구하는 세상을 위해 힘들더라도 끝까지 뚜벅뚜벅 걸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낭송제는 리얼리스트100의 작가 황규관·김사이·김영철·김성규 시인, 홍기돈 평론가 등이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문제를 녹여낸 시를 낭송했고, 현장에서 중간중간 흥겨운 노래패의 공연들이 이어졌다. 낭송제 참가자들은 쌍용차와 유성기업 등 다양한 투쟁사업장의 문제 해결을 외치는 동시에 현재 부산에 수감되어 있는 문인인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의 석방도 요구했다.

재능교육에서 쌍용자동차까지, 희망뚜벅이 아흐레 날. 뚜벅이백일장.
 재능교육에서 쌍용자동차까지, 희망뚜벅이 아흐레 날. 뚜벅이백일장.
ⓒ 오도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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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한번도 무직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날 낭송제의 하이라이트는 작가들과 함께 희망뚜벅이 참여자들이 '뚜벅이 백일장'을 통해 직접 쓴 시를 낭송한 것이다. 희망뚜벅이 참여자들은 이날 문화제를 위해 7일 오전 안산 돌봄서비스센터 교육장에서 글쓰기 강연을 듣고 글을 써냈다(관련기사 : <'뚜벅이'가 '또박이'로...하얀 종이를 채우는 '인생'>).

희망뚜벅이 기획단과 리얼리스트100의 작가들은 참여자들 중에서 직접 백일장을 통해 4개 작품을 당선시켰다. 코오롱과 유성기업, 세종호텔 등 다양한 사업장에서 활동하던 노동자들의 글은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문제를 눈앞에서 직접 체감했던 당사자의 글이니만큼 더 절실하고 마음에 와닿는 글을 써낼 수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한 딸이/ 설문지를 갖고 왔다/ 직업과 생활 내역 조사하라는 내용이다/ (줄임)/ 직업…. 뭐라고 하지. 그냥 대충 속일까. 잠시 고민하다가/ '정리해고 복직투쟁 중'이라고 말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복직투쟁이 뭐야?" 라고 묻는다/ (줄임)/ 옆에서 한참 지켜보던 아내가 말한다/ "됐거든, 그냥 무직이라고 쓰지"란다/ (줄임)/ 슬프다. 한 번도 무직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결국은 '노동자'라고 썼다/ 딸이 고개를 갸웃거리든 아내가 면박을 주든/ 나는 자랑스러운 노동자이니까/ (줄임)/ 이제부터 딸에게도 노동자라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세뇌'를 시켜야겠다/ 아내가 없을 때"
- 코오롱 투쟁노동자 최일배씨 당선작, <복직투쟁이 뭐야> 중에서

시 <복직투쟁이 뭐야>로 백일장에 당선된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위원장 최일배씨는 "글재주가 그렇게 많지 않아 딸이랑 실제로 했던 얘기를 썼는데 이렇게 상을 주심에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4개 당선작의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홍기돈은 "보편적인 노동의 문제를 실제 개인의 경험을 통해서 위트 있게 풀어낸 작품 위주로 엄선했다"며 "우리가 지금 여기서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게 글을 풀어내는 작업에 앞으로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영하 12도 강추위에도 '유쾌함' 잃지 않은 뚜벅이들

영하 12도의 추운 날씨에 칼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도 희망뚜벅이는 2시간 내내 제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영하 12도의 추운 날씨에 칼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도 희망뚜벅이는 2시간 내내 제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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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 안산의 기온은 영하 12도로, 낭송제를 계속 진행하기 힘들 만큼 극심하게 추웠다. 낭송하려 가져온 종이를 제대로 펼 수도 없을 만큼 매서운 바람을 2시간 가까이 맞자 뚜벅이들의 볼이 빨개졌고 털양말로 꽁꽁 여민 발도 얼어터졌다. 호호 손을 불어가던 뚜벅이들은 따뜻한 차를 끓여 전달하면서 추위를 달래고, "이런 때일수록 더 신나게 하자"면서 문화제 내내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추운 날씨라 지나다니던 사람도 적었으나 가끔 뚜벅이 참가자들에게 '이게 무슨 행사냐'고 물어오는 행인도 있었고, 적지만 관심 어린 얼굴로 뒤편에서 쳐다보던 몇몇 사람도 있었다. 안산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한 희망뚜벅이 참여자는 "이렇게 활동하다보면 물어보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꽤 되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는 행동은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은 행진 10일차를 맞는 8일부터는 수원의 성균관대역 일대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경기도청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김지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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