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열린 '교육과 ICT' 박람회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열린 '교육과 ICT' 박람회
ⓒ 장혜경

관련사진보기


"긴축, 절감이라는 말에 너무 주눅 들지 마십시오. 긴축하면서도 더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교육 방법을 선택하여 교육 현장에 적용하고, 학생들이 그간 축적해온 교육 자료를 활용하며 각자의 학습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ICT(information Communications Technology)는 그간 우리가 모아온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꺼내보고 서로 연관되는 것들을 연결시키고 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유용하게 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입니다. 도구를 잘 사용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박람회 행사의 핵심인 교육 아카데미 첫 강의는 스카우벤버그 박사의 "더 많이 그러나 더 적게"라는 주제의 강의였다. '더 많이'라는 의미는 교육의 성과를 더 많이 얻게 한다는 뜻이며 '더 적게'는 정부의 줄어든 예산을 의미하는 것이다.

[해외리포트] 네덜란드 고교의 태블릿 피씨 수업 현장

작년 말 국가의 새해 예산을 발표하는 시점부터 늘 듣게 되는 단어가 있다. '버자우넉힝(bezuiniging)', 즉 절감, 긴축이라는 말이다.

위기가 있을 때마다 예산 긴축을 추진했으나 올해 예산안처럼 교육이나 노인연금 지원 예산까지 삭감을 추진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교육은 네덜란드의 미래이며 노인연금 문제는 네덜란드의 현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까지 처하게 된 이전 정부의 잘못은 국민이 단호하게 심판했고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과감한 삭감 정책이 국민들과 마주했다. 예산이 삭감된 교육 현장은 지금 어떤 바람이 불고 있을까?

스카우붼버그 박사
 스카우붼버그 박사
ⓒ 장혜경

관련사진보기


아이패드 교육은 늘려야 하고, 예산은 줄여야 하고

'교육과 ICT'라는 주제로 한 박람회가 지난 1월 25일과 26일 양 일간 위트레흐트에서 네덜란드 교육부 주최로 열렸다.

전시장에서는 90여 개의 업체가 제품을 출품하여 전시와 사용 시연을 벌였고, 각각의 회의장에서는 15개의 주제를 가지고 교육 아카데미를 실시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알려주는 강의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ICT와 교육의 연계 방법과 그 속에서 교사와 학교가 준비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심도 깊은 교육들이었다.

교육 아카데미의 첫 강의를 스카우붼버그가 맡았다. 역시 주제는 '예산 절감'이었지만 그 속엔 많은 과제들이 내포되어 있었다.

아이패드 사용을 고려 중인 학교를 취재하면서 교육예산 정책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는데, 박람회에서 만난 케니스넷(kennisnet) 스카우붼버그 박사 인터뷰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케니스넷'은 교육환경이 ICT와 더불어 개선되어 갈 수 있도록 교사와 학교 시스템을 교육하는 곳이다. 대학을 제외한 모든 교육기관 교육이 케니스넷 몫이다. 국가로부터 연간 1800만 유로를 지원받아 초등, 중등, 실업 고등학교까지 3단계 교육의 ICT 관련 업무를 진행하며 현재 14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기자가 인터뷰를 청했던 스카우붼버그는 초등교육 관련한 ICT 교육을 총괄하고 있으며 교사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열린 '교육과 ICT' 박람회.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열린 '교육과 ICT' 박람회.
ⓒ 장혜경

관련사진보기


ICT가 어떻게 교육예산 절감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드웨어 장비들과 소프트웨어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어떻게 이런 장비의 사용을 확대하면서 경비를 절감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는 "학교 관계자나 담당 교사들에게 실제로 어떤 교육을 원하는 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어떤 계획으로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를 물으면 답변 대신 엉뚱하게 '나는 무엇이 필요합니까?'라고 되묻는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매력적인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장비에 현혹되어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채 고가의 장비만 학교에 들여놓고 박물관처럼 진열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ICT는 교육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편리한 도구이지만 값비싼 장비를 사는데 많은 비용을 들일 이유는 없다"며 "우선 교육목표를 세우고 목표에 맞는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가 무엇인지를 결정한다면 경비는 자연적으로 절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경비 절감 정책은 교육 예산 전체를 무조건적으로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며 "그동안 필요 예산으로 책정되었던 부분 중에 낭비하고 있는 것은 없는 지, 더 필요한 것은 어떤 부분과 상충되는 지를 고려해보면 교육에 꼭 필요한 예산은 더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ICT를 교육 일선에 적용하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고 학업 성취도가 향상된다고 한다. 넓게 생각하면 모든 교육 조직과 교육 프로세스가 ICT 시스템으로 체계화되면 직접적인 교육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ICT가 모든 교육 시스템에 적용되고 실현되는 과정 중에 교사의 입지는 보다 굳건해진다는 것이 스카우붼버그의 설명이다.

그는 "어떤 프로그램나 장비든 제대로 된 가이드가 필요한 만큼 교사는 시스템 가이드의 역할까지 해야한다"며 교사가 줄어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오히려 교사들이 역할은 더욱 강해질 것이며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학교는 오직 지식만을 교육시키는 곳이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ICT 제품에 현혹되지 말라"

실제로 네덜란드는 ICT 측면에서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위를 점하고 있다. 케니스넷도 이러한 네덜란드의 입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북유럽과 캐나다 등의 국가와는 잦은 교류를 통해 교육 환경 개선과 발전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고 한다.

참석한 많은 교사와 학교 당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스카우붼버그는 "제품에 현혹되지 말라, 만들어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장비에 만족하지 말고 제품 개발자들에게 요구하라"고 답했다.

그는 강의를 맺으며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당신의 능력보다 당신은 훨씬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ICT 개발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 동안 당신이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해온 방식을 ICT는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입니다. 당신이 가진 노하우를 제품을 만드는 개발자들에게 알려주십시오"라고 말했다. 교육은 사람을, ICT는 도구를 말하는 것임을 새삼 자각하게 하는 말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ICT의 세계, 그러나 그 세계의 주인공 역시 사람이므로 변화에 두려움을 갖기 보다는 변화를 주도해가는 주인공으로서의 자리를 포기하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이다. 유럽 경제의 위기 속에서도 국가 신용도를 떨어뜨리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 네덜란드, 국가의 미래의 동력인 교육과 ICT 접목이 가져올 시너지를 기대해 볼만 하다.


태그:#ICT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