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YG, JYP로 대변되는 대형기획사. 체계적인 연습생 시스템. 완벽한 군무와 가창력. 어린 나이와 개성 있는 멤버들의 조합. 그리고 후크송으로 정립된 아이돌들의 습격은, 알겠지만 단시간에 한국 가요계를 점령했다.

그리고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다. 이 두 그룹간의 경쟁에서의 승리자는 조금은 싱겁게 끝났다. 'Tell Me'로 먼저 1인자에 오른 원더걸스가 해외진출에 눈을 돌린 사이 말 그대로 '소녀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Gee"는 노래가 시작되고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귀를 낚아챘다. 이례적으로 대중과 평단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소녀시대의 독식은 그 후로도 계속됐다.

 2012년, 미국 공략에 나선 국민 걸그룹 '소녀시대'

2012년, 미국 공략에 나선 국민 걸그룹 '소녀시대' ⓒ sm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이어지는 '걸그룹' 전성시대. 커진 파이의 분배는 결국 걸그룹들의 해외러쉬로 이어졌다.'케이팝'이라는 말이 크게 이슈화되기 시작한 것도 그때 쯤이다. 특히나 원더걸스 이후 소녀시대의 라이벌로 부각된 DSP의 '카라'가 일본에서 발표하는 싱글의 숫자를 한국 싱글의 숫자보다 많이 발매하기 시작할 때 이를 틈 타 소녀시대는 국내에서 '국민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한다. 이쯤 되면 그 누구도 그녀들을 이길 걸그룹은 없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국내에서 소녀시대의 인기를 뛰어넘을 걸그룹은 지금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돌이켜 보면 소녀시대의 정규 3집 <더 보이즈(The Boys)>를 발표하는 SM의 전략은 꽤나 공격적이었다.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망했다"는 발언을 한 <더 보이즈>의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Teddy Riley)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러나 그러한 그녀들의 공격목표는 '세계'라기 보다는 일단 '국내'에 가까웠다. 정규 3집 <스텝(Step)>을 발표하고 단 3주만에 국내활동을 끝낸 카라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잔인하다 할 만큼의 스케줄을 소화하는 소녀시대의 국내활동은 미국 음반시장의 주류이자 대형 레이블인 인터스코프(Interscope Records)를 통해 미국진출을 하기 이전, 즉 거사를 앞둔 그 틈 사이에 확실한 '국내 1위 굳히기'와 다름없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의욕과잉이란 지적에도 국내기록을 보면 명확해진다. 발매된 2010년 10월 한 달 동안에만 <가온 차트>기준 22만7994장을 팔아치웠다. 이는 소녀시대 2집 <오!(Oh!)>를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다. 그리고 그 누적판매 수치는 현재까지 38만에 육박한다.

포스트 아이돌, '아이유'의 등장

 3월 21일 'Good Day'로 일본에서 싱글을 발표하는 '아이유'

3월 21일 'Good Day'로 일본에서 싱글을 발표하는 '아이유' ⓒ 로엔엔터테인먼트


그렇게 영원히 소녀시대가 이어지려고 하는 사이, 그에 대항하는 이상한 기류하나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단 한명의 소녀가 아홉 명의 소녀들의 독주에 제동을 건 것이다. 시나브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이 작은 소녀는 KBS <뮤직뱅크>에서 소녀시대의 1위를 차례차례 저지하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1위 싸움에서 완벽한 판정승을 거두어 버렸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한국 가요계에 새로운 아이콘인 '아이유'. '전 세계가 우릴 주목한다는' 소녀시대의 노랫말은 '내 이름을 불러달라는' 아이유의 노랫말에 묻혀버리고 만 것이다.

미국에서 한판 붙자!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틴닉(Teen nick)' 채널을 통해 다시 한번 미국시장에 도전하는 '원더걸스'. 특히 새롭게 발표한 싱글 'The DJ Is Mine'이란 곡의 파워는 상당한 편이다.

'틴닉(Teen nick)' 채널을 통해 다시 한번 미국시장에 도전하는 '원더걸스'. 특히 새롭게 발표한 싱글 'The DJ Is Mine'이란 곡의 파워는 상당한 편이다. ⓒ JYP


그렇게 현재 대한민국의 주류 시장에서는 소녀시대와 아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 두 라이벌은 각자 새로운 시장의 공략에 나서면서 새로운 대결구도를 생성중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최대 히트상품은 과연 각자의 시장에서 제대로 통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주목할 가수는 역시 소녀시대다. SNS를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소녀시대는 언제나 우리에겐 난공불락의 시장인 미국시장에 도전한다. 이미 지난해 인터스코프 레코즈 홈페이지에 등장한 그녀들은, 원더걸스와 미국에서 경쟁하기 위해 출격을 준비 중이다.

원더걸스는 미국시장에서 실패했다는 국내의 평가와는 달리, 올해부터 미국에서의 입지를 넓힐 준비가 이미 끝났다.

미국의 10대들에게 어느 정도 지명도를 유지하고 있는 케이블 채널인 '틴닉(Teen nick)'을 통해 미국진출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하는 영화가 방영을 준비 중이고, 미국의 '스쿨걸스(School Gyrls)'가 피처링한 'The DJ Is Mine'이란 싱글 역시 빌보드닷컴에 소개된 설명을 빌리지 않아도 듣는 순간 상당히 경쟁력 있는 곡이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의 인터스코프 홈페이지에 등장한 '소녀시대'. 이 거대 레이블은 두 번의 토크쇼를 통해 미국 천 만명의 시청자들 앞에 소녀시대를 소개한다.

미국의 인터스코프 홈페이지에 등장한 '소녀시대'. 이 거대 레이블은 두 번의 토크쇼를 통해 미국 천 만명의 시청자들 앞에 소녀시대를 소개한다. ⓒ Interscope Records


반면에 소녀시대의 경우 누가 뭐래도 인터스코프 레코즈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을 수 없다. 세계를 셔플댄스 광풍으로 몰아넣은 LMFAO를 비롯해 에미넴, 레이디 가가, 블랙 아이드 피스, 푸시 캣 돌스, 윌 스미스를 보유한 이 거대레이블에 소속되어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여기에 SM역시 'SM USA'란 현지 법인을 만들어 대대적인 확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장 큰 성과를 거두진 못해도 기대해볼 만한 여지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에 대한 반응은 오는 31일 CBS의 간판 토크쇼인 '데이빗 레터먼쇼(Late Show With David Letterman)'에 출연을 기점으로, ABC의 아침 프로 '라이브! 위드 켈리(LIVE! with Kelly)'에 등장에서 그 첫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참고로 이 두 쇼의 평균 시청자들을 합치면 천만 명에 육박하며, SNS를 통해 다시 재생산 될 여지까지 합치면 그 파급력은 상당히 엄청나다. 다만 데뷔 음반자체가 전체 영어음반은 아니라는 점에서, SM은 미국시장을 단계적으로 접근할 예상이다.

아이유, 아티스트의 면모로 일본을 공략하라!

 일본 데뷔 포스터 앞에서의 아이유. 그녀의 일본 시장 공략의 성공은 곧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확장을 의미한다.

일본 데뷔 포스터 앞에서의 아이유. 그녀의 일본 시장 공략의 성공은 곧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확장을 의미한다. ⓒ 로엔엔터테인먼트


일본에서 부는 K-POP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면 아마도 아이유

아이유의 경우는 일본을 공략한다. 이미 김연아에 이은 '국민 여동생'으로 이름을 알린 그녀는, 특히나 버라이어티의 카라, 음악프로그램의 소녀시대로 대변되는 기존의 걸그룹들의 뒤를 이를 차세대 실력파 K-POP 전도사로 상당한 주목을 끌고 있다. 아이유가 일본의 가수인 '유이(YUI)'의 카피라는 평가가 한때 돌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3월 21일 '좋은 날'의 일본어 버전인 싱글 'Good Day'를 통해 일본에 정식 데뷔했다. 지난 26일 'NHK 핫 아시아'에서 기존의 한국 가수들과는 가창력, 표현력과 격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은 그녀가 일본에서 인기를 끈다는 것은 K-POP에 새로운 면모를 전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일본은 이제 K-POP이 세계에서 인정받기 위한 첫 번째 교두보다. 짜인 군무, 강력한 댄스팝의 범주에서도 벗어나고, 한국 발라드 가요에 감성을 지니고 있다. 또 YG, SM, JYP 소속도 아니며, 꾸미지 않은 솔직함을 무기로 삼은 그녀가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천편일률적이라 평가받던 K-POP의 이미지를 바꿀 소중한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조금은 오버해서 출연자를 띄워주는 일본연예계에 특성상 현재의 평가만을 전면적으로 믿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현지 분위기를 보자면 성공 가능성은 아주, 상당히 높다.

인터뷰에서 일본의 저널리스트인 후루야 마사유키와 함께 선배가수 김광석의 음악을 이야기하고, 미니 리퍼튼(Minnie Riperton)의 곡을 생방송에서 기타를 치며 부르며, 뮤직비디오에는 정재형이 등장하고, 음반에 실린 작곡가의 이름에 윤상, 이적의 이름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유의 일본 진출은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마디로 'K-POP'의 족보를 들이민 셈이다. 일본에서 부는 케이팝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면 아마도 아이유가 될 것이다.

이처럼 K-POP은 강력한 자본, 유튜브, 그리고 재능으로 분명히 확장되고 있다. 날마다 새로운 콘텐츠가 난무하는 현재의 시기에 대중들에게 주목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이른바 아이돌을 통한 K-POP의 익숙함. 이후에 아티스트에 대한 2차 습격의 루트는 그렇게 시작된다. 인디나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관심과 발전. 그리고 주류 음악계의 확장. 그것이 융합하여 케이팝에 대한 깊이는 만들어질 수 있을까. 2012년은 그것을 기대하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아이돌 소녀시대 원더걸스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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