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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 국제 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가 2011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세계에서 발생하는 언론 탄압에 맞서고 각국의 언론자유 규제 움직임을 감시하는 것을 주된 활동으로 하는 단체로 2002년 이후 '세계언론자유지수(Worldwide press freedom index)'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권위 있는 언론단체가 세계 각국의 언론자유지수를 순위로 매겨 발표하고 그 결과를 홈페이지(http://en.rsf.org/)에 올리기에 대부분의 유력 통신사들은 이를 주요하게 보도한다.

한국의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는 25일 오전 11시 31분 <AFP통신>의 보도를 받아서 기사를 내 보냈다. 제목은 "北, 언론자유 또 최하위권"<RSF>.

국경없는 기자회 홈페이지에서 보면 전체를 다 볼 수 있지만 언어 장벽 때문에, 그리고 언론이 필요한 내용을 잘 정리했을 거라는 생각에 <연합> 기사를 읽었다.

<연합뉴스>는 기사 첫머리로 "북한과 에리트레아, 투르크메니스탄이 또 언론 자유를 가장 억압하는 지역으로 꼽혔다"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국경없는 기자회가 이들 국가를 "시민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절대적 독재 정권"이라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연합뉴스>는 "중국과 시리아, 이란이 저조한 언론자유 지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가 누락한 한국의 순위는?

이쯤 되면 기사를 읽는 독자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사를 더 읽어 내려갔다.

<연합뉴스>는 미국이 "지난해보다 27계단 낮은 47위로 떨어"졌는데 그 이유가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 취재 과정에서 많은 언론인이 체포"됐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기사는 "언론자유 지수 순위 상위권에는 핀란드와 노르웨이, 에스토니아가 자리 잡았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된다.

기사를 아무리 다시 읽어도 한국의 순위는 나오지 않는다. 이럴 수가! 2010년 10월 한국이 같은 조사에서 42위를 했을 때 '北, 언론자유 최악..한국 27계단 급등'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하고 친절하게 표까지 첨부했던 <연합뉴스>가 이번에는 대한민국을 기사에서 빼 버리다니.

혹시 한국이 조사대상 국가에 포함되지 않았나 싶어 기자회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보고서를 다운 받았다. 한국은 지수 12.67로 전체 순위 44위였다. 지난해보다 두 계단 내려갔는데, 아프리가 가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보츠나와 보다 낮은 순위다.

<연합뉴스>는 순위가 올라갔더라도 한국을 언급하지 않았을까? 매년 정부에서 수백억 원을 지원받는 <연합뉴스>가 정부의 눈치를 보며 일부러 한국의 순위를 언급하지 않았을 거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기자회가 2002년부터 발표한 순위를 정리해서 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언론자유지수 변화, 출처 : 국경없는 기자회
 언론자유지수 변화, 출처 : 국경없는 기자회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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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7년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구분된다. 지수와 순위 모두 낮을수록 언론자유가 보장된 나라인데, 이명박 정부 들어 순위가 크게 올라갔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의 순위를 평균내면 40위 정도가 된다. 이명박 정부 4년 동안의 평균 순위는 50위 정도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세계언론자유 순위를 보도하면서 한국의 순위가 떨어진 것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야말로, 현재 한국의 언론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아닐까?

스스로 입 닫고 있는 언론이, 언론자유에 대해 보도하는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연합> "기사 처리 과정 단순 실수... 과거 순위 하락 크게 써"
세계 언론자유 순위를 보도하면서 한국의 지수가 하락했다는 사실을 누락한 것에 대해 <연합뉴스>측은 "AFP 통신을 보고 기사를 쓰면서 국경없는 기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한국의 순위를 확인했으나 당시에는 올해 치가 업데이트 안 돼 있었다"라며 "업데이트 되는 대로 기사를 종합하려 했으나 근무교대를 하면서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연합>측은 정부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에 대해 "단순 실수였을 뿐"이라며 "만일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이라면 2009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22단계나 하락했을 때 대서특필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연합>은 2009년 10월 20일 '한국 언론자유 22단계 하락'이라는 제목으로 관련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반론 보도문] '<연합뉴스> 한국 언론자유 순위' 관련 보도


태그:#RSF, #국경없는 기자회, #언론자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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