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만만한 카페.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만만한 카페.
ⓒ 만만한 카페

관련사진보기


찾아가기로 한 카페는 서울 성북구 미아역 근처에 있다고 했다. 미아역 5번 출구로 나왔지만 차가 빽빽이 밀려 있는 큰길 어디를 봐도 카페를 찾을 수가 없다.

"만만한 카페? 글쎄요, 그런 곳이 있었나?" 찾다 못해 들어간 부동산 주인도 카페 위치는 모르는 눈치다. 할 수 없이 전화를 다시 걸었더니, 큰길을 꺾어 더 안쪽으로 들어오란다. 좁은 주택가 골목을 한참 헤친 끝에야 카페를 볼 수 있었다. 직접 손으로 만든 간판이 소박하게 걸린 곳, 강북구 협동조합 '두루'가 운영하는 '만만한 카페'다.

동네 카페도 생협에서 하면 다르다?

그간 생활협동조합이 새로운 대안경제의 방법으로 여겨지면서 다양한 방식의 조합들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다. 작년 12월에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되어 보다 쉽게 조합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으며 UN은 올해를 '협동조합의 해'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실제 지역 생협, 대학 생협을 비롯해 지역주민과 밀착한 협동조합 사례가 늘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가 동네 골목 골목까지 진출한 가운데 '만만한 카페'는 '협동조합식 지역 카페'라는 점에선 눈길을 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20일 오후 협동조합 '두루'의 이사장 우성구(42)씨와 만만한 카페 매니저 박지원(20)씨를 함께 만나 카페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들어 봤다.

 만만한 카페의 간판. 손으로 직접 만든 느낌이 인상깊다.
 만만한 카페의 간판. 손으로 직접 만든 느낌이 인상깊다.
ⓒ 김지수

관련사진보기


- 독특한 이름이 눈에 띈다. 왜 '만만한 카페'인가.
우성구(이하 우) : "'만만한'은 '만인은 일인을 위해, 일인은 만인을 위해'라는 뜻이다. 또한 누구나 자유롭고 만만하게 올 수 있는 카페가 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 작년 9월에 카페를 열었다고 들었는데, 카페와 조합이 걸어온 길이 궁금하다.
우 : "원래부터 지역 활동가로서 내가 주민들과 갖던 접점이 있었다. 공방 엄마들, 공부방 친구들, 동네 지인들을 모아 2010년 11월 첫모임을 했다. 이후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2011년 6월 13일 협동조합식 카페 '만만한 카페'를 열고, 8월에 협동조합 '두루'를 창립했다. 출발할 때 13명이던 조합원이 이제는 68명으로 늘었다."

- 협동조합식 카페라는 콘셉트가 특이하다. 정확히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우 :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카페'를 만들자고 해 협동조합 방식을 택했다.

우선 만만한 카페는 카페가 속한 협동조합 '두루'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운영된다. 출자금은 최소 만 원부터 시작하나 액수에 상관없이 의결권은 공평하다. 1개월마다 매출·매입 보고를 하면, 이사회가 운영시간이나 가격, 인테리어 등을 결정한다. 현재 출자금은 카페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올해 6~7월 정도면 사업이 안정될 것으로 본다."

박지원(이하 박) : "카페 커피의 원재료는 공정무역을 통해 들여오고 있고 그 외에도 카페 공간을 다양한 체험의 장으로 만들려 한다. 앞으로 모든 수익은 지역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만만한 카페를 운영하는 협동조합 '두루'의 이사장 우성구씨(우), 카페 매니저 박지원씨(좌).
 만만한 카페를 운영하는 협동조합 '두루'의 이사장 우성구씨(우), 카페 매니저 박지원씨(좌).
ⓒ 김지수

관련사진보기


- 블로그에서 카페를 만드는 과정을 봤다. 주민들 한 분 한 분이 전부 돕는 모습이 대단했다.
우 : "카페 인테리어는 조합원 중 예술가 분들이 도와주었다. 카페에 쓰인 자재도 각자 어디서 버려진 것들을 주워와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저기 나무로 만든 평상은 유리 파손을 막는 압착용으로 썼던 나무를 주워서 대패로 다시 밀어 만들었다."

박 : "조합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것은 대단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 우리에겐 당연한 것이다. 누구나 카페의 주인이기에."

카페에서 바리스타 교육, 책읽기 모임, 콘서트까지

- 만만한 카페는 협동조합 '두루'가 하는 사업 중 하나다. '두루'의 활동에 대해 소개한다면?
우 : "두루는 크게 3가지 사업을 기획한다. 첫째는 조합원과 주민들에게 은행보다 낮은 이율로 대출해주는 공동체 기금 사업, 두 번째는 카페 사업,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민에게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자재 사업이다. 그런데 최근에 사업을 하나 더 추진하려고 한다. 바로 이 카페를 '교육'을 위한 배움터로 만드는 것이다."

- 카페 안에서 교육 사업도 할 수 있는 것인가?
우 : "그렇다. 참여자들이 스스로 배우고 싶은 걸 정하는 교육이다. 이를테면 지난번처럼 바리스타 교육을 할 수도 있고, 대안사회에 대한 세미나를 할 수도 있다. 교육이사의 제안으로 칼 폴라니를 읽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배운 것들을 모은 문집도 엮으려 한다."

 만만한 카페에서 지역주민을 상대로 열었던 '만만한 콘서트-함께 있기'.
 만만한 카페에서 지역주민을 상대로 열었던 '만만한 콘서트-함께 있기'.
ⓒ 만만한 카페

관련사진보기

- 카페에서 음악회도 열었다고 들었다. 문화공간으로도 쓰이고 있나?
우 : "얼마 전 목회실습을 하다 인연이 닿은 분들이 조합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 하여, 그분들이 가장 자신 있는 음악회를 열자고 했다. 연말에 지역 주민을 초대하고 '회기동 단편선'과 같은 인디 뮤지션도 섭외했는데 성황리에 끝났다.

그 외에 공부방 아이들이 직접 만든 다큐멘터리를 상영했고, 괜찮은 독립영화를 모아 시사회 겸 상영제도 했다.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곳 이상으로 이곳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 지역주민들은 평소에 이 공간을 자주 이용하는지?
우 : "주민 손님이 늘고 있고 단골들도 생겼다. 카페 위치가 찾기 힘들지만 사실 여기 사는 주민들은 지나다니면서 다 아는 곳이다. 앞으로 큰길가가 아니고 마을 안에 꼭 숨어있는 것을 존재 의의로 해서 활동할 것이며 다른 조합들과도 연대하고 있다."

- 카페에 특히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오는 것 같다. 어떻게 접점을 마련했는지?
박 : "나는 청소년 문화교육에 관심이 많던 선생님들의 공부방에 있다가 이곳을 알게 되었다. 같이 즐기면서 찾아가는 교육에 감명 받아 조합원 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이제 지역 학교들이 주5일제가 되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여가시간에 와서 커피를 배우기도 하고 다양한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차 가격도 할인하여 제공 중이다."

"카페는 시작일뿐... 생협 카센터, 음식점도 가능"

 만만한 카페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커피 교육 현장.
 만만한 카페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커피 교육 현장.
ⓒ 만만한 카페

관련사진보기

- 협동조합이 어떻게 경제적 대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가.
우 : "경제윤리를 공부하면서 자본의 질서를 넘어설 많은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동안은 노동자들이 당 활동을 통해 정치권력을 가지면 된다 생각했는데 그건 '한 쪽 측면'일 뿐이었다. 정치를 넘어서서, 사람들이 자기 생활의 문제부터 시작해 공동 출자와 공동 소유를 통해 경제적인 새 흐름을 만드는 방법도 주목할 만한 접근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우리 카페가 잘 되면 조합원들이 또 출자를 해서 카센터를 만들고 음식점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구매할 조합을 많이 만들어서 마을의 순환경제가 되게끔 하면 말 그대로 사회적 경제를 이루게 된다.

또한 만약 노동자 협동조합이 자금을 모아 한 기업을 인수하게 된다면 노동자 중심의 전혀 다른 운영법을 가진 회사로 운영할 수도 있다. 조합식 운영은 '같이 먹고 살 방법'에 대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 앞으로 카페를 포함한 조합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우 :  "우선 모두가 주인이 되는 민주적 방식을 이어가야 한다. 대부분 시혜적인 복지는 자기주도성을 떨어뜨리고, 한국의 농협 같은 관제식 협동조합 또한 자발적인 참여의사에 의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박 : "일단 스스로가 판을 짜도록 하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참여할 의욕이 생긴다. 공부방의 캠프를 통해 그런 결과물들을 봐왔기 때문에 나는 이것이 올바른 협동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협동 정신으로 이루어지는 이 공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 : "'우리가 걸어가면 그게 길이 되는' 방식이다 보니 사람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어렵고 거창한 게 아닌, 잘 되면 엄청난 방법이다. 협동조합 방식은 분명 '존재'하고 있고, 출자금이 들어오고 카페 운영이 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런 흐름이 우리 지역에 참여하는 친구들에게 '자연스럽게 유지하고 만들어가야 할 곳'이라는 인식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조합간 협동이 '두루'에서 끝나지 않고 여기에 참여하는 젊은 세대들부터 시작해서 상상력을 갖고 확장되었으면 한다."

생활협동조합이란?
생활협동조합은 자신의 삶은 오로지 스스로 챙겨야 하는 신자유주의적 기조를 거슬러, 일상의 위기를 지역공동체의 상호부조로 보완하려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민주적 조직이다.

조합원들은 생산에 참여하는 근로자이자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경영자가 된다. 생협은 기존의 기업이 추구하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조합원의 편익을 위해 1인 1표의 민주경영, 개인의 발전과 가치를 중시한 활동 등 독특한 운영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안경제로 떠오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지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