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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외부에 생선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곳에도 사람들이 넘쳐난다. 시장 안쪽으로는 아예 들어갈 엄두도 못낸다
▲ 재래시장 시장 외부에 생선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곳에도 사람들이 넘쳐난다. 시장 안쪽으로는 아예 들어갈 엄두도 못낸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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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임진년의 설날을 하루 앞 둔 1월 21일. 장 모습을 이것저것 취재하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았다. 수원 남문인 팔달문 앞은 몇 개의 시장이 복합적으로 모여 있는 곳이다. 수원의 재래시장 중에서는 가장 상권이 활발하다. 입구부터 난리가 났다. 차가 꼼짝도 못하고 갇힌 것이다.

설날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행정

가뜩이나 좁은 시장길 양편에 차를 주차를 시켜놓았기 때문이다. 양편에 늘어선 차들로 인해, 왕복을 할 수 없는 차들이 그냥 차도에 서 있다. 여기저기서 빵빵대고 고함을 지르고, 그런 북새통이 없다.

"도대체 아무 생각도 없이 차를 대놓는 사람들 머릿속을 좀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네."

화를 참지 못하고 차에서 내린 남자가 고함을 친다. 그도 그럴 것이 양편에 주차를 시켜놓고 장을 보러 들어간 사람들로 인해, 차가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버스까지 다니는 길에 양편에 주차를 해놓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것인지.

"이게 다 그 알량한 행정편의주의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 무엇이라고 하는지 아세요. 좁은 길에 그렇게 차를 양편에 대놓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더니, 설날 장을 보는 사람들은 재래시장 차도에 차를 대 놓는 것이 허락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보면 모릅니까? 양편에 차를 대면 차가 다니지 못할 것이 불 보듯 뻔 한 일인데"

장을 보는 사람들이 재래시장 길가에 차를 정차할 수 있도록 했다.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란다. 그런데 정작 양편에 주차를 한 차들 때문에, 차들이 움직이지도 못한다.
▲ 주차장이 된 차도 장을 보는 사람들이 재래시장 길가에 차를 정차할 수 있도록 했다.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란다. 그런데 정작 양편에 주차를 한 차들 때문에, 차들이 움직이지도 못한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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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버스도 그냥 서 있다. 아무 생각없는 행정이라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 노선버스 노선버스도 그냥 서 있다. 아무 생각없는 행정이라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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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많은데 매출은 지난해보다 못 해"

재래시장 안은 정말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시장 밖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차들이 다니기도 불편하다. 사람들은 사람들대로, 운전자는 운전자대로 화를 낸다. 정신이 없는 상인들에게 무엇을 물어보기도 어렵다. 한참을 겉돌다가 겨우 한마디 물어보았다.

"지난해보다 장사는 잘 되나요?"
"아뇨. 사람은 많은데 매상은 지난해만 못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요?"
"그러니까 말이죠. 아마도 동네마다 할인점에 생겨서, 사람들이 그쪽으로 많이 빠져 나간 듯해요"

하긴 요즈음 동네마다 대형 할인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장을 나와 대형마트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계산대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구멍가게는 다 죽으라는 것이지"

한 곳에서 모든 것을 다 살 수 있다는 대형할인점 연신 스피커를 통해 세일을 한다고 안내방송을 한다. 사람들로 빼꼭 차 있기는 여기도 마찬가지.

"재래시장을 이용하지 않고, 왜 마트를 이용하세요."
"재래시장은 비좁고 탁한데다 사람들에게 치이는데, 여긴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구할 수 있으니까요"
"동네 가게는 이용 안 하시나요?"
"한 달 치를 한꺼번에 사는 데는 이렇게 할인점이 가장 편하거든요" 

동네로 올라오다가 흔히 구멍가게라고 하는 좁은 슈퍼에 들러보았다. 사람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대목인데 손님들이 없네요."
"어제부터 오늘까지 딱 담배 두 갑에다 소주 세 병 팔았어요. 전기세도 안 나와요. 이제 이 구멍가게도 집어치워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하시려구요?"       
"말 난 김에 생각 좀 해보세요. 그래도 재래시장은 나라에서 밀어주잖아요. 자매결연이다 환경개선이다 해서 다들 얼마나 많이 도와줘요. 그런데다 동네마다 대형할인점을 허가를 내주니, 저희 같은 영세업자들은 다 죽으라는 것이죠. 이 동네에 도대체 대형할인점이 몇 개인지는 아세요? 한쪽만 살리고 한쪽은 죽으라는 것이 행정인가요?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

봇물 터지듯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래저래 자금 없고, 힘없는 민초들만 죽어나고 있다. 남들은 명절이라고 그래도 선물꾸러미 한 두 개씩은 들고 바삐 걸어가는데, 구멍가게에는 한숨만 길게 터져 나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재래시장, #명절, #대형할인마트, #구멍가게,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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