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야말로 서울시장 박원순 효과일까?

'19금'이라는 이유로 서울애니시네마에서 볼 수 없었던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의 '해금'이 풀릴 전망이다.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산업통산진흥원 서울애니메이션 센터가 운영주체인 서울애니시네마는 그간 학교보건법 제6조를 들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의 상영을 제한해 왔다.(관련기사 : '서울애니센터에서는 왜 <돼지의 왕>을 볼 수 없었나요?')

학교보건법 제6조 제1항은 '학교 정화구역 내에서의 극장시설 및 영업을 금지'하는 조항. 서울애니시네마가 위치하고 있는 남산 인근은 2개의 초등학교가 인접해 있어 절대정화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 측이 19일 이와 관련된 민원 제기에 대해 "학교보건법상 영화관이 유해시설에서 제외되었음이 확인된 바, 우리 시로부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시설운영을 위탁받은 서울애니메이션 센터에 영화상영관 등록 변경절차를 이행토록 조치하겠다"고 답변해 주목된다.

<돼지의 왕> 관련 민원, 1주일만에 답변한 서울시  

 원승환 전 소장이 서울시 측으로 받은 답변서

원승환 전 소장이 서울시 측으로 받은 답변서 ⓒ 원승환


<오마이스타>에 관련 기사가 나간 지 1주일만에 이뤄진 서울시의 이러한 발 빠른 답변은 평범한 민원에서 출발했다. 원승환 전 인디스페이스 소장은 2011년의 독립애니메이션으로 꼽히고 있는 <돼지의 왕>이 서울애니시네마에서 상영할 수 없는 상황에 의문을 품고 지난 12일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1999년에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생기고 상영관이 생겼으니, 2000년대 학교보건법에 의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과 관련된 제약이 있었을 테고, 그 결과가 상영관은 운영하되, 청소년에게 해롭지 않은 청소년 관람가 영화만 상영하는 방식으로 운영 방식이 심의 결정된 것이 아닌가 추정되는데요.

이미 각종 판결에 의해 영화관이 유해시설이 아니며, 특히 전용관의 경우에는 더더구나 유해하지 않다는 것이 최근의 인식입니다. 게다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서도 영화관은 설치 운영될 수 있습니다."

원 전 소장의 민원 내용 중 일부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2008년 영화관이 학교보건법 상 유해시설로 지정된 관련 법령이 변경됐음을 확인한 뒤 "<돼지의 왕> 상영여부는 등록변경절차 이행완료 후 현재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협의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다소 '딱딱했던'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부드러워진 이유는?

 연상호 감독의 영화 <돼지의 왕>의 한 장면

연상호 감독의 영화 <돼지의 왕>의 한 장면 ⓒ KT&G 상상마당


이 같은 서울시의 해석에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측 관계자는 "공문이 내려오면 구청에 상영등록을 하고 절차에 따라 법률상으론 상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법률적으로 <돼지의 왕>의 상영이 가능한 것은 맞지만, 이후 정식 상영은 서울애니시네마의 프로그래밍을 알아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원칙적으로 서울애니시네마에서도 작품성이 검증된 작품이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문화관광부 관련 부서와도 협의를 거쳐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상영의 길이 열린 것은 맞다"며 "다만 서울애니시네마의 주 관객층이 가족단위고 어린이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사실 <오마이스타> 기사가 나가기 1주일 전만 해도 서울애니메이션센터측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한 관계자는 "어떤 규정이나 조례 때문이 아니다. 서울애니시네마는 학교보건법 상 절대정화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둘이나 있지 않나. <돼지의 왕> 만을 위해 '유도리(융통성)'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민원을 접수한 상위기관 서울시가 변경된 법령을 확인한 후 이 내용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측에 전달한 만큼, 설 연휴 후 <돼지의 왕>의 사례와 같은 불필요한 규제는 사라질 전망이다.

이 같은 결과를 접한 원 전 소장은 "박원순 시장 시절이니 빨리 바뀔 수도 있겠다 싶어서 민원을 넣었다"며 "사실 이런 문제는 문제점을 제대로만 짚으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설 연휴가 지나고 나면 변경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느냐. 불필요한 규제라면 속히 바꾸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돼지의왕 서울애니시네마 서울애니메이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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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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