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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관령 눈꽃축제. 눈썰매장 전경.
 대관령 눈꽃축제. 눈썰매장 전경.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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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관령 눈꽃축제 진입로. 차량 진입금지, 주차장은 오른쪽으로.
 대관령 눈꽃축제 진입로. 차량 진입금지, 주차장은 오른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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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평창은 겨울철에 더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겨울이 되면, '한국 스키의 발상지'답게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러오는 관광객들로 늘 만원이다.

한겨울 평창을 찾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겨울축제가 성황을 이루면서 더욱 더 북적대는 양상이다.

겨울축제가 봇물을 이루는 강원도에서도 평창은 대표적인 겨울축제 명소다. 사람들은 보통 국내에서 펼쳐지는 대표적인 겨울축제로 다섯 가지를 꼽곤 하는데, 그중에서 두 가지가 평창에서 개최된다.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에서 열리는 '평창송어축제'와 대관령면 횡계리에서 열리는 '대관령 눈꽃축제'가 그것이다.

한 겨울 강원도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축제가 열린다. 하나는 '얼음구멍낚시' 축제이고, 또 하나는 '눈꽃' 축제다. 강원도에 겨울축제를 여는 곳이 여러 군데인데 이 두 가지 축제를 모두 개최하는 곳은 거의 없다. 그런데 평창에는 이 두 가지 축제가 동시에 열린다. 평창이 겨울 축제 명소로 꼽히는 이유다.

두 가지 축제 모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송어축제는 송어낚시를 주제로 한 축제로 다른 지역에 수많은 아류를 낳았다. 충분히 평창을 대표할 만하다. 그렇지만 그 두 가지 축제 중에서 본래부터 평창을 상징하는 축제를 들자면, 두말 할 것도 없이 '대관령 눈꽃축제'다. 평창은 누가 뭐래도 '눈의 고장'이라고 할 만한 곳이기 때문이다.

겨울철에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평창

 눈더미 속에 구멍을 파고 만든 방.
 눈더미 속에 구멍을 파고 만든 방.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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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눈꽃축제가 열리는 평창군 대관령면은 해발 700m나 되는 고지대에 형성돼 있다. 사람들이 웬만한 산보다 더 높은 곳에 마을을 형성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평창은 예전부터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하다.

보통 국내에서 첫눈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곳이 대관령이다. 그리고 또 한 번 내렸다 하면 사람들이 오도 가도 못하게 발을 묶어 버리는 곳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한 번 눈이 내렸다 하면, 이웃 간에 왕래마저 포기해야 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자연히 눈에 얽힌 이야기도 많고 눈을 소재로 한 놀이도 발달했을 터, 그런 이야기와 놀이들이 '축제'로 발전했다.

눈꽃축제를 여는 데 있어서 만큼은 천혜의 혜택을 받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1993년 처음 축제가 열린 이래, 그 역사가 무려 20년에 이르고 있다.

뒤늦게 축제장을 찾은 17일(화)에도 눈이 내렸다. 서울을 떠날 때만 해도 눈이 시리게 파랗던 하늘이 강원도로 들어서면서 잿빛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평창군에 가까워지면서부터는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눈이 눈꽃축제가 열리는 현장인 대관령면 횡계리에 들어섰을 때는 어느새 함박눈으로 변해 있었다. 뜻밖의 일이다.

같은 하늘을 이고 살면서, 날씨가 이렇게까지 판이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이하다. 산은 물론이고, 산과 산 사이 손바닥만한 들판이며 주택과 상점이 밀집해 있는 횡계리 시가지마저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언제 적부터 내린 눈인지 알 수 없다. 도로 위로 치우다 만 눈이 군데군데 덩어리째 쌓여 있다. 지붕 위로는 30cm 가까이 되는 눈이 시루떡처럼 두껍게 얹혀 있다.

 스키어를 뒤쫓는 상어 조스.
 스키어를 뒤쫓는 상어 조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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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에 다시 눈이 내리는 평창, '하늘'이 다르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즐거워하는 놀이, 스노우봅슬레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즐거워하는 놀이, 스노우봅슬레이.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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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녹을 사이 없이, 눈 위에 다시 눈이 덧쌓인다. 지대가 높고 기온이 낮아, 눈 녹을 틈 없이 다시 눈이 내려 쌓이는 것이다. 그러니 이 무렵 평창은 많거나 적거나 늘 눈에 덮여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알프스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 게 아니다. 하지만 눈의 고장이라고 해서 늘 때맞춰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하고 많은 날 중에 하필이면 축제가 벌어지는 기간에 눈이 내리지 않아 행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렇게 많은 눈이 내렸으니, 눈꽃축제를 눈꽃축제답게 만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을 법하다. 굳이 인공제설기를 가져다 놓고 밤낮으로 인공눈을 만들어내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대관령 눈꽃축제는 올해로 20년째다. 역사가 오래된 것만큼이나 일정별 프로그램들이 매우 다양하다. 아마도 눈 위에서 펼칠 수 있는 놀이란 놀이, 행사란 행사는 거의 모두 다 들어가 있다. '눈썰매' '스노우 봅슬레이' '스노우 래프팅' 같은 놀이에서부터, '대관령 눈꽃 등반' 행사 같은 것까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눈밭 위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들이 풍성하다.

그렇지만 이미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금방 수긍할 것이다. 대관령 눈꽃축제는 아이들을 위한 축제다.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재미있는 축제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축제장이 온통 눈밭 위를 달리고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심지어 벌러덩 드러눕는 아이들로 북새통이다. 그런데도 그 누구 하나 그런 아이들을 나무라거나 막아서려는 어른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어른들이 즐길만한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것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그렇다고 크게 아쉬워할 것은 없다. 눈밭 위로, 눈밭 위 여기저기에 세워 놓은 눈조각 사이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 '아이'가 되어 있는 걸 느낄 때가 오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눈썰매를 타는 아버지.
 아이와 함께 눈썰매를 타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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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축제, 어른을 '아이'로 만드는 축제

사실 대관령 눈꽃축제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빛을 발하는 축제다. 빙판 위에서 얼음썰매를 끌던 아버지들이, 눈밭 위에서는 눈썰매를 끌고 돌아다닌다. 아이들을 썰매에 싣고 이리저리 내달리는 아버지들. 아이들은 "한 번 더"를 외치고, 아버지들은 "힘들어"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는 또 다시 달린다.

서울에서 어린 딸아이와 함께 축제장을 찾은 윤정훈씨(42)도 그런 아버지들 중에 한 사람이다. 윤씨는 축제가 "재미있다"면서도 사실은 그 재미가 딸아이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축제를) 어른들보다는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는 그는 "다음에도 또 찾아올 거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사이를 비집고, 윤씨의 어린 딸이 "매일매일 오고 싶다"고 소리쳤다. 아마도 윤씨는 내년에 또 이곳을 찾을 것이다.

 구름 위를 나는 듯한 용. 한 어린 아이가 마치 용에 쫓기듯이 달아나고 있다.
 구름 위를 나는 듯한 용. 한 어린 아이가 마치 용에 쫓기듯이 달아나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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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버지들도 즐길 건 있다. 대관령 눈꽃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눈조각이다. 아이들이 눈썰매나 스노우봅슬레이 같은 놀이에 푹 빠져 있다면, 어른들은 눈조각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새하얀 눈 위에 조각해 놓은 새하얀 '용'이, 그대로 새하얀 구름 위를 날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 거대한 형상이 보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하얀 눈 위에 서서 그 하얀 용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 자신이 눈 위에 서 있는 건지 구름 위에 서 있는 건지 알 수 없게 된다. 관광객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눈조각은 '군화'다. 살짝 끈이 풀린 군화 한 짝이 눈밭 위에 서 있는 걸 그냥 지나치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댄다. 눈밭 위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군화 한 짝이 왠지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특이한 건 그 낡은 군화 한 짝을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군화에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그것이 하이힐이었어도 그처럼 깊은 관심을 보였을까? 의문이다. 군화만큼이나, 그 군화에 매달려 사진을 찍느라 소란을 피우는 여자들도 이곳에서 발견하는 재미있는 풍경 중에 하나다.

 제목, 청춘의 추억.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군화 한 짝.
 제목, 청춘의 추억.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군화 한 짝.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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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해 늘 미안했던 가장에게 강추

 혼자서 썰매를 타고 얼음을 지치는 아이.
 혼자서 썰매를 타고 얼음을 지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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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 전체가 눈밭이나 얼음판이다 보니, 미끄러져서 다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좁은 공간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눈을 팔다가 자칫 사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 주의를 하는 게 좋다. 축제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라고 해도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렵다. 축제장에 미끄러운 곳이 많고, 격렬한 운동이 일어나는 곳이 많은데도, 안전 대책이 미흡하다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원동기'를 이용한 놀이들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흠이다. 그것들은 또 그것들 나름대로 즐기는 맛이 있겠지만, 하얀 눈밭에 기계음이 난무하는 건 오랜 세월 '대관령'이 품어온 이미지와도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눈으로 축복받은 땅, 사람들이 좀더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 수는 없을까?

그런데도 20년 역사를 쌓아온 축제가 아무 데서나 열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한다. 대관령 눈꽃축제가 20년째 평창에서 열리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무엇보다, 가족을 이보다 더 화목하게 만들어주는 축제도 없을 듯싶다. 아이들과 소원한 관계에 있던 가장에게, 평소 같이 놀아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던 당신에게 권하는 축제다.

축제는 설 연휴 전날인 이달 21일(토)에 막을 내린다. 만약에 대관령 눈꽃축제를 찾아가보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면 또 다른 눈꽃축제를 기다려볼 만하다. 이달 27일(금)부터 다음 달 5일(일)까지 태백산도립공원 안에서 '태백산 눈축제'가 열린다. 태백산에서는 평창과는 또 다른 풍경의 설국이 펼쳐진다.

그리고 내년에는 대관령 눈꽃축제가 '세계적인 눈꽃축제'로 도약한다는 당찬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둘 만하다. 특히 지난해 여름, 2018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로 결정되면서 사람들이 평창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그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광장.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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