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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지난달 27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KTX 수서~부산, 수서~목포 노선 운영권을 민간사업자에 넘긴다는 계획을 밝혀,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14년 완공 예정인 수도권 고속철도 수서역 조감도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KTX 수서~부산, 수서~목포 노선 운영권을 민간사업자에 넘긴다는 계획을 밝혀,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14년 완공 예정인 수도권 고속철도 수서역 조감도다
ⓒ (주) 종합건축사사무소 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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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17일 오후 5시 35분]

"몇 페이지짜리 부실한 보고서로, KTX 민영화를 추진하다니…."

김용남 철도노조 기획국장의 말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7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는 철도운영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KTX 운임 20%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용을 줄이고 수익은 부풀린 '부실 보고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교통연구원에 KTX 운임 20% 인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김용남 국장은 "참여정부 때 코레일이 과거 철도청에서 공사로 바뀔 때, 회계법인이 참여해 수천 페이지의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KTX 민영화와 관련 부실 보고서 하나로 국민을 속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교통연구원이 지금껏 정부 입장에 따라 많은 철도노선의 수요 예측을 부풀려 혈세 낭비를 야기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보고서 역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한 공공연구기관 연구원은 "교통연구원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번 보고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사업자, KTX 운임 20% 인하? "비용 줄이고 수익 부풀려"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의 근거는 이재훈 교통연구원 철도정책기술본부장이 쓴 32 페이지의 PPT보고서다. 이재훈 본부장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의 기대효과' 보고서에서 민간사업자가 2015년부터 30년 동안 수서~부산, 수서~목포 간 KTX 노선을 운영할 경우, 현재 운임의 80% 수준에서도 8.8%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부산 구간의 편도운임은 5만1800원에서 4만1400원으로, 서울~광주 구간은 3만5900원에서 2만8700원으로 20%씩 낮출 수 있다. 민간사업자의 경우, 코레일에 비해 비용은 적게 들고 수익은 더 늘기 때문에 운임 인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보고서에는 민간사업자의 KTX 운영 경비와 인건비 등은 코레일의 75% 수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이 담겼다. 또한 민간사업자가 철도역사와 차량기지를 3.3㎡당 약 43만 원의 저렴한 사용료로 빌릴 수 있고, 이미 건설된 부산역에서는 직원 9명이 상주할 135㎡(40평)의 사무실 공간만 필요할 것이라는 가정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또한 수서~부산 구간은 KTX-산천 51편성, 수서~목포는 17편성 등 모두 최대 68편성의 KTX를 투입해 막대한 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5년에는 하루 평균 이용객이 8만8586명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2011년 하루 평균 전체 KTX 이용객은 14만 명 수준이다.

 이재훈 본부장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의 기대효과' 보고서(사진)에서 민간사업자가 KTX 운임을 20%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부풀린 부실 보고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훈 본부장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의 기대효과' 보고서(사진)에서 민간사업자가 KTX 운임을 20%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부풀린 부실 보고서라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교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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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코레일은 이재훈 본부장의 보고서가 터무니없는 내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코레일은 이 본부장에게 3차례 공문을 보내 운임 20% 인하에 대한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코레일 직원 1만6211명은 16일 이 본부장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인 대표인 고창은 코레일 법무처장은 "(이 본부장에게) 구체적 데이터의 사용, 사회적 혼란을 감안한 신중한 접근, 합리적 검증 실시 등을 요청을 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경솔하고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가 경제에 혼란만 야기해왔다"며 "곡학아세 태도로 공기업 경영에 부당한 흠집을 내려는 데 법적 심판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보고서가 비용은 줄이고 수익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정정래 코레일 미래전략기획단 처장은 "현재 수서~부산, 수서~목포 두 노선의 KTX 차량 구입 계획은 22편성으로, 보고서 내용대로 68편성을 투입하려면 새로운 선로를 깔아야 한다, 비현실적"이라며 "20% 운임 인하라는 가정 하에 숫자를 꿰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 처장은 또한 "1㎡당 43만 원의 역사 임대비용은 매우 낮게 추정된 것이고, 기존역에서는 조그마한 사무실만 운영하면 된다는 가정이라면 코레일도 비용을 더 낮출 수 있다"며 "또한 코레일도 인력의 30% 이상 외주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민간사업자라 하더라도 정비 인력을 줄이지 않는 이상 인건비를 줄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통연구원 '수요 예측 부풀리기'로 혈세 낭비 전력... "정부 입김"

교통연구원이 지금껏 각종 철도노선에서 '수요예측 부풀리기'를 한 사실도 보고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김용남 국장은 "교통연구원은 여러 철도노선의 수요예측에 대한 엉터리 보고서를 내놓아 막대한 혈세가 낭비됐다"며 "토건족만 대변하는 교통연구원의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항철도다. 당초 민자사업이었던 공항철도는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인한 막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를 야기했다. 2001년 3월 코레일의 전신인 철도청과 민자사업자가 맺은 '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에 따라, 실제 이용객이 예측치의 90%를 밑돌 경우 민자사업자는 예상 운임 수익의 부족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2008년 예측 수요는 하루 평균 23만 명이었지만,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7.3%에 불과한 1만7000명이었다. 그해 정부는 민간사업자에 1666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민자사업자의 운영기간이 30년인 터라 향후 막대한 재정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결국 코레일은 2009년 11월 1조2057억 원을 들여 공항철도 지분 88.8%를 인수했다.

실시협약 당시 철도청이 수요예측 근거 자료로 활용한 것은 교통연구원의 전신인 교통개발연구원의 보고서였다. 교통개발연구원이 1999년 12월 내놓은 '인천국제공항철도 민자유치사업 수익성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철도 수요를 하루 평균 27만8350명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같은 해 실제 하루 평균 이용객은 예측치의 1/10인 2만7517명에 불과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회원들이 KTX 민영화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회원들이 'KTX 민영화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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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세금 낭비 사례로 언급된 경전철 사업에서도 교통연구원의 부풀린 수요 예측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부산~김해 경전철의 경우, 1999년 당시 교통개발연구원은 개통 첫해 하루 평균 29만2000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지난해 9월 개통 이후 하루 평균 이용객은 2만8000명에 불과했다.

부산시와 경남 김해시는 2002년 민간사업자와 맺은 실시협약에 따라 20년간 2조5000억 원에 이르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공윤권 경상남도의회 의원은 "부산~김해 경전철은 정부시범사업이었기 때문에 당시 교통개발연구원이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요예측을 부풀린 것으로 의심된다,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인경전철 사업에서는 잘못된 수요 예측을 내놓은 교통연구원 관계자가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출국 금지된 바 있다. 한 공공연구기관의 교통 담당 연구원은 "교통연구원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번 보고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윤순철 경실련 기획실장은 "정부가 재벌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근거가 미약한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국민의 정부 때부터 정책 추진... 관련 자료 공개는 못해"

한편, 국토해양부는 17일 해명자료를 내고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 이미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정된 관련법과 기본계획에 따라 정책추진 여부가 결정된 사항"이라며 "교통연구원의 학술연구에 따라 철도운영 경쟁 도입 정책 추진 여부가 결정되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국토해양부 철도운영과 관계자는 "국토부나 교통연구원에서 철도운영 경쟁체제 도입과 관련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며 "공개될 경우, 입찰에 참여할 민간사업자가 참고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렇게 되면 국익이 훼손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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