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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정치불신은 극에 치닫고 있다. 각종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30~4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대안을 국민들이 찾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은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서로가 어떤 포지션에 있냐에 따라 찬/반이 달라진다. 대표적인 예로 한미FTA, 야간촛불집회불허, 사회단체 보조금중단, 코드인사, 정치비리, 날치기통과 등을 들 수 있다. 같은 현상에 대한 다른 논리로 패거리 정치를 이끄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정치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왜 현재 우리나라 정치는 희망없이 서로 네거티브 일변도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그에 대한 이유를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비례대표제도는 병립식으로 지역구와는 관계없이 3%이상 지지율이 나온 정당에 50석을 배분해주는 방식이다. 이는 현재 국회의원의 전체의석수인 299석의 17%정도로 상당히 적은 수에 불과하다. 이는  지역구의 의석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지역구의 경우 우리나라는 소선거구제, 즉 승자독식 체제로 이루어져 있어, 1위만이 당선될 수 있다.

왜 선거에 나오는 후보자 대부분이 비슷한 정책을 가지고 나오는 것일까? 그것이 과연 올바른 정책들로 이루어져 있는가? 라는 물음에는 선거제도의 한계를 꼽을 수 있다. 옳은 말을 해서 주민들의 뜻을 거스리는 행위를 하게 되면 1위를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령, 여러분의 삶을 풍요롭기 하기 위해선 복지를 증대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합니다. 라고 말하는 후보자가 있다고 하자. 증세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빨갱이'로 그 후보자를 매도할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그 말은 상식적이고 옳은 말이다.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비전2030'에 의하면 '복지를 위해 증세는 필요하지만 현재는 국채발행으로 이를 대신하겠다.'라고 되어있다. 책임회피다. 증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면 증세에 대한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것이 '노무현 정신' 아닌가? 증세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간단하다. 정치학적 측면에서 '증세=패배'라는 공식은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에서는 '유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현 통합민주당)은 힘의 논리로 소수정당에게 항상 통합만을 외쳐왔다. 단일화는 선거구별로 이루어지고, '인물중심'의 정치를 강요하게 된다. 민주당은 정책이 아닌 스타인물의 공천 혹은 영입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책에 대해선 한나라당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 아닐까?

선거제도의 개혁을 거대양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원치 않는다. 사실상 소수정당의 지지율이 열악한 우리나라에서 소선거구 병립식 비례대표제야 말로 양당정치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그저 비전이 없어도 둘 중 하나를 찍어야만 하는 국민들의 생각은 그들이 신경쓸 필요가 없지 아니한가? 결국 국민들은 양 기득권 세력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정치인을 원하는가? 그러기 위해선 소수의 의견이 존중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소선거구제 병용식 비례대표제(독일)나 중선거구제 병용식 비례대표제(스웨덴)가 우리나라에서 검토해 볼 수 있는 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비례대표를 늘리고 지역구를 통합하거나, 전체 국회의석을 늘려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은 오히려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전자를 채택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소수정당의 의석이 늘어날 수 있다면 포퓰리즘이 아닌 실제 현실에 입각한 정책이 나올 수 있으며, 인물중심의 정치가 정책/정당 중심의 정치로 변화할 수 있다. 지금의 진보정당의 부분통합은 정책통합이 아닌 인물통합에 불과하다.

현재로서는 선거제도를 개혁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민주통합당이 몸집을 불린 만큼 그들은 이제 한나라당으로부터 빼앗은 기득권을 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대선에 정권을 교체한들 국민들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양당정치체제의 한계다. 고인물은 썩는다는 말을 절실히 느낄 것이다. 재작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두었지만, 사실 '무엇이 좋아졌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정권심판론을 가지고 왔지만, 그들도 그저 똑같은 기득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야권에서는 '참여하십시오. 바꾸십시오.'라고 외치는데, 그들은 '둘다 싫은데'라는 말에 줄 해답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가 차악이니, 최악은 피해야하지 않겠소.'라는 말을 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현안인 양극화 해소, 보편적 복지를 위한 증세, 주거문제, 학력 인플레이션 해소, 지역감정 해소, 자영업자 감축, 탈세방지 등을 위해선 합리적인 정치인이 필요하다. 이것은 선거제도의 개혁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건 이제는 정치인들에게 선거제도를 개혁하도록 주장하여, 정치에 직접 참여하거나 올바른 정치인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권의 책을 권해보려고 한다. 한권은 박찬욱 교수의 '비례대표선거제도', 한권은 강준만 교수의 '강남좌파'이다. 이 두권의 책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정치가 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태그:#비례대표, #비결, #선거제도, #정치혁명,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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