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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메인뉴스 평균 시청률 0.3~0.6%대를 기록한 종편 4사의 로고.
▲ 시청률 0%대 '물 종편' 12월 메인뉴스 평균 시청률 0.3~0.6%대를 기록한 종편 4사의 로고.
ⓒ 오마이뉴스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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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지난 연말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면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광고요율을 지상파의 25%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이 계열사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광고요율은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쳐 사실상 대기업 종편 광고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11년 12월 1일 개국한 이른바 '조중동매' 종편은 그동안 광고영업을 하면서 지상파 방송 광고요율의 50~70%를 요구해왔다. 종편들은 대기업들과 광고단가 협상을 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지상파의 70%선으로 책정해 협상을 벌여왔으나 내부적으로는 지상파 광고요율의 절반인 50%선에서 협상을 벌여왔다.

따라서 삼성이 정한 25% 요율은 외부에 알려진 광고단가인 지상파의 70%에는 물론, 내부적으로 정한 50%의 절반밖에 안돼 종편들의 광고마케팅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 1일 개국 이후 거의 고착된 '0%대 종편 시청률'에 견주면 25%도 터무니없이 높기 때문에 1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삼성 "'중앙 종편'은 지상파의 50% 요구했지만 25%로 책정"

종편 jTBC를 자매매체로 둔 <중앙일보>의 간부 출신으로 삼성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최근 "종편측이 지상파의 70%를 요구했지만 삼성은 그동안 잠정적으로 지상파의 20% 선에서 협상을 해왔다"면서 "지난해 12월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최종적으로 5%를 올린 25%로 확정해 이를 각 계열사에 통지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의 한 임원도 "중앙(jTBC)에서 지상파의 50% 수준을 요구해왔지만 25~30%가 적절하다는 방송학계의 의견과 종편의 시청률을 감안해 그렇게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삼성은 또한 올해 4대 종편 광고-홍보예산으로 120~150억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들은 삼성의 광고예산이 다른 대기업 광고예산의 가이드라인인 만큼 삼성이 먼저 금액을 정해주면 그 액수를 갖고 기업들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는 논리를 전개해 왔다. 따라서 삼성의 종편 광고요율과 광고예산은 현대-기아차와 SK, LG 등 다른 대기업의 종편 광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광고판매를 기준으로 하면, 2010년 방송광고는 KBS 5858억 원, MBC 8224억 원, SBS 5022억 원, EBS 300억 원, CBS 335억 원, OBS 253억 원 등으로 총 2조2000억 원 규모다. 시청률로 보면, MBC의 경우 8% 내외 시청률로 7000~8000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리고 있고, SBS와 KBS2는 5~6% 시청률로 5000~6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종편들이 연 1000억의 제작비를 쏟을 경우 1% 내외의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최근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종편이 개국한 지난해 12월 한 달 종편 4사의 메인뉴스 평균 시청률이 각 사별로 0.3% 중반에서 0.6% 초반을 기록하며 0%대에 고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개국 시점인 12월 초에 비해 시청률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종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종편 4사 메인뉴스 시청률 0.3~0.6%... 지상파 뉴스는 10%대

종편 4사의 시청률 추이.
▲ 바닥 기는 종편 시청률 종편 4사의 시청률 추이.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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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보>가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제공한 전국 가구시청률 자료 가운데 종편 4사의 12월 메인뉴스 시청률을 일별로 집계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앙 종편(jTBC)의 'NEWS10'이 평균 0.601%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그 뒤를 동아 종편(채널A)의 '뉴스A' 0.419%, 조선 종편(TV조선)의 '9시뉴스날' 0.407%, 매경 종편(MBN)의 '뉴스10' 0.356% 순이었다.

이같은 종편 '간판뉴스'의 시청률은 종편 4사의 12월 전체 시청률보다는 다소 높지만, 10%대인 지상파의 메인뉴스 평균시청률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만큼 미미하고 뉴스채널인 YTN의 12월 평균 시청률 0.89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뉴스의 파급력과 영향력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종편이 지상파와 비교해 '보도 우위'에 방점을 찍고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1%를 돌파한 경우는 종편 4사 전체를 통틀어 jTBC의 'NEWS10'이 개국일인 1일 1.215%와 28일 1.133% 딱 두 차례 뿐이다.

드라마를 포함한 전체 시청률도 미미하기는 마찬가지다. <미디어오늘>이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의뢰해 받은 지난해 12월 2일부터 31일까지의 시청률 통계자료에 따르면, jTBC만 0.417%로 4사 중 유일하게 0.4%대 시청률을 기록했고, MBN 0.344%, TV조선 0.321%, 채널A 0.302% 등 3사가 모두 0.3% 대에 머물렀다.

종편 4사 가운데 주간·월간 평균 시청률을 합쳐 광고영업의 기준이 되는 상징적인 시청률 1%에 근접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고, 평균 시청률도 0.3~0.4%대에서 움직였다. 시청률 1%는 유료방송 매체에 광고를 집행하는 기준으로 통상 1%가 넘어야 대행사로부터 방송광고를 수주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하면 자체 영업한 광고를 내보내야 한다. 이처럼 조중동매 종편 시청률이 예상보다 미미하다보니 '밤에 방송에서 때리고 아침에 신문에서 받아칠 것'으로 예상된 영업전략에도 큰 차질을 빚는 것으로 보인다.

종편의 시청률이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낮은 상황에서 기업들도 다른 기업들의 눈치를 보는 입장이어서 종편들도 아직까지는 무리하게 광고를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광고보다는 협찬 쪽에 더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를 들어 업계에서는 A종편이 드라마 시작을 앞두고 현대-기아차 그룹에 드라마 제작 협찬비로 20억 원을 달라고 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프로그램 설명회에서 광고주들에게 큰절한 종편 간부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일 오전 서울시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 참석, 행사장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일 오전 서울시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 참석, 행사장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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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소형 영업전략'은 지난해 '세상에 없던 뉴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한 'TV조선'의 프로그램 설명회에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났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오지철 사장이 "진짜 방송뉴스를 보여주겠다"며 "세상이 시끄러울 것이다"고 공언한 가운데 열린 프로그램 설명회에서 일부 남자 간부들은 광고주들에게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종편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종편 4사가 시청률 저하→광고매출 저하→제작비 감축→시청률 저하의 악순환에 빠지는 가운데 그럴수록 이를 타개하기 위해 종편이 약탈적 광고영업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방송광고 판매대행(미디어렙) 등에 관한 법률안'은 조중동매 종편이 광고를 직접 팔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또 법률안은 종편의 '생계 보장'을 위해 미디어렙 의무위탁을 3년 동안 유예함으로써 종편 4사가 각각 2014년 3~5월까지는 '완장' 차고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주었다.

지난 11월 말에 공개한 종편 4사의 광고 단가는 노출 시간(시급)에 따라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게는 1580만 원이었다. 시청률 1%도 안 되는 종편의 광고단가가 3%가 넘는 시청점유율을 보유한 OCN, tvN, CGV 등 16개 채널을 거느린 '케이블 공룡'인 CJ E&M 채널 광고단가의 10배에 이른다는 것은 코미디다.

따라서 방송의 공공성과 광고 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종편의 광고판매 및 협찬 강요에 대한 적극적인 고발과 함께 시청률과 연동한 합리적인 광고요금 책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종편의 방송광고요금이 현재의 평균 시청률(지상파의 1/15)과 광고시청률(지상파의 1/16)에 맞게 시분액이 조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기준에 견주면 삼성의 종편 광고요율 25%는 터무니없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업계 표준'인 삼성이 처남 종편(jTBC)과 사돈 종편(채널A)의 '먹거리'를 만들어주려고 일부러 광고요율을 높게 책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태그:#삼성, #종편, #광고주협회, #조중동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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