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길고 리뷰는 짧다" '이 영화 봐? 말어' 여러분의 친구, 애인, 가족 및 일가 친척이 극장 매표소 앞에서 고민할 때, 팝콘을 사는 척하면서 '한뼘리뷰'를 재빨리 참고해보세요. 매주 '핫(Hot)한' 영화를 기자의 시각으로 짧지만 강렬하게 푸는 코너입니다. 제 값내고 보는 영화 아깝지 않게 든든한 조언자가 되겠습니다. [편집자말]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의 한 장면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의 한 장면 ⓒ 아일랜드 픽쳐스


미안하지만 이들에게 질투부터 났다. 이들은 작심하고 그리고 대놓고 연애질이었다. 죽어가는 마당에 만난 이들 역시 할 건 다했다. 간 보고, 싸우고, 토라지고, 화해하는 것까지 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아서인지 속전속결이었고 더 구구절절했다.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의 엄태웅·정려원 이 커플은 몸이 아프다는 것 빼고는 일반인과 전혀 다를 것 없는 패턴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이들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진짜 이 두 사람 사귀고 결혼이라도 생각하고 있는 걸까?

영화 속 오송경(정려원 분)이 강동주(엄태웅 분)에게 툭툭 던지는 대사는 충분히 이들의 마력 속에 빠지게 만들었다. 잠시 연애를 잊거나 혹은 연애세포가 다 죽어버려 화석이 되어버린 이들은 새록새록 그때의 감회에 젖을 만하겠다.

정려원의 새초롬한 표정과 다소 감정 과잉인 듯한 모습은 엄태웅의 수더분한 연기에 잘 녹아들어 갔다. 둘이 만난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더불어 엄태웅, 오랜만에 연애 감정에 몰입해 공감 갈만한 절절함을 자아냈다. 다소 비약하는 둘 사이의 감정은 '시한부 인생이지만 즐겁게'라는 영화의 설정으로 봐 줄 수 있겠다. 하지만 초반 이야기의 발단과정에서의 밋밋함은 아쉽다.

마지막으로 정려원은 친절하다. 짝이 있는 남성 동지들은 정려원의 "내가 꺼지라고 하면 진짜 꺼지지 말고 잠깐 꺼졌다 다시 와야 해"라는 말을 두고두고 곱씹어야 한다. 여성 심리 변화학이란 학문이 있다면 이 대사는 연구 대상이자 바로 노벨상 감이다. 인류 연애사에 있어서 그 어떤 권위 있는 학자도 내놓지 못한 힌트다. 변덕이 죽 끓는 여성의 심리에도 절대 흔들리지 말 것을 당부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자의 이런 모습에 적잖이 힘들어했다거나 함께 맞불을 놓았던 이들은 벽보고 잠시 반성해 볼만하다. 왜 내 옆에 있는 그녀는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던가. 화가 난다면 속 좁았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자.

단 짝이 없는 남성 동지들은 이 말을 '쿨하게' 흘려보내기 바란다. 자칫 이 말을 오해해 섣불리 행동으로 옮겼다간 스토커로 몰리거나 평생 원수가 될 수도 있다.

엄태웅 정려원 네버엔딩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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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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