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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5일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자신의 정책보좌관인 정아무개씨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사실 여부를 떠나 깊은 유감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내가 알기로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고 부인했다.
 5일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자신의 정책보좌관인 정아무개씨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사실 여부를 떠나 깊은 유감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내가 알기로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고 부인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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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과정에서 로비가 작용할 수 없다, 믿어 달라."

'최시중 양아들' 정아무개 전 정책보좌관 금품 수수 의혹이 봇물처럼 터지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진땀을 흘리고 있다. 급기야 6일 오후 담당 국장까지 직접 진화에 나섰다.

'최시중 양아들' 의혹 보도에 '알맹이 없는' 해명만

석제범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정씨가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로비 명목으로 20억여 원을 받았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허가 심사 과정에 외부 로비가 작용하지 않았고 작용할 수도 없다"면서 직접 해명했다. 방통위가 이처럼 '적극적 해명'에 나선 것은 언론의 추측성 보도가 잇따르면서 '정씨 게이트'가 방통위 사업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방통위 해명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일 정씨가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에게 EBS 이사 선임 대가로 2억 원을 받았다는 <한국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4일 주파수 할당 대가 SK텔레콤 3억 원 수수 의혹, EBS 사옥 후보지 선정 연루 의혹, 케이블TV 채널 배정 관련 금품 로비 의혹, 5일 CJ의 온미디어 인수 관련 5억 원 수수 의혹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정씨 관련 해명자료를 냈다.

최시중 위원장 역시 5일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최근에 잇따라 터지고 있는 의혹은) 지난 수 년 방통위 주변에서 설로 나돌던 것이 철을 만난 듯이 여러 형태로 보도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내가 알기로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직접 해명했다.

사전 조사 없이 원론적 해명, 의혹만 부추겨

하지만 최 위원장과 방통위의 적극 해명에도 언론은 물론 국민 반응도 시큰둥하다. '검찰 조사'나 '첩보' 외에 이렇다 할 '팩트'(사실관계)가 없는 일부 언론의 추측성 보도도 문제지만 방통위의 알맹이 없는 해명이 오히려 의혹만 부추기고 있다.

당장 이날 제4이통 사업자 수수설만 해도 그렇다. 석 국장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외부 심사위원단의 엄정한 심사와 투명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허가심사 과정에 외부로비가 작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제4이통 사업을 신청한 KMI(한국모바일인터넷)와 IST(인터넷스페이스타임) 컨소시엄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아 탈락한 점을 들어 "그랬으면(로비를 했으면) 됐겠죠"라는 안이한 답변만 내놨다. 이른바 '실패한 로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심사위원 선정 과정이나 명단 유출에 정씨가 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석 국장은 "심사위원 선정은 심사에 임박해서 우리가 결정하고 심사위원에 선정되면 일체 외부 접촉이 안 된다"면서 "(로비) 개연성이 있으면 심사위원이 알고 얘기를 했을 것"이라며 거듭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이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지방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한편 이날 검찰은 김 이사장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측근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이 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서울지방법원에 출두하고 있다. 한편 이날 검찰은 김 이사장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측근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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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종편과 사업자 위한 '특혜 방통위'...자업자득

제4이통 선정뿐 아니라 SK텔레콤 1.8GHz 주파수 할당, CJ의 온미디어 인수 승인 등 방송통신업계의 중요한 이권이 걸린 사안마다 '최시중 최측근'인 정씨를 둘러싼 온갖 로비설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방통위는 외부 전문가 심사나 주파수 경매 등 투명한 절차를 거쳤고 무엇보다 여야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전체회의 의결 사안이기 때문에 로비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정치적 이해타산이나 언론 권력 앞에 얼마나 무기력해질 수 있는지는 최시중 위원장과 방통위 스스로 보여줬다. 정연주 KBS 사장 해임부터 종합편성채널(종편) 선정과 '황금채널' 배정 특혜,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에 이르기까지 조중동, KBS 등 거대 언론사와 현 정부의 정치적 이해가 걸린 사안에서 외부 전문가나 야당 상임위원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당장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2개를 넘어선 안 된다던 종편을 언론사 눈치를 보다 부득불 4군데나 선정해 '조중동매' 당사자들조차 반발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주파수 할당 등 통신업계 이해가 걸린 사안에서 특정 사업자에 유리한 결정을 내려 특혜 시비를 낳았고 2G 서비스 종료처럼 사업자와 소비자 간 이해가 걸린 사안에선 결국 사업자 손을 들어줬다. 

이렇듯 그동안 투명성과 공정성을 거침없이 내던졌던 방통위가 이제 와서 자신을 믿어달라고 부르짖는 모습을 보니, 이솝우화에 나오는 거짓말쟁이 '양치기 소년'이 떠오른다.

결국 '자업자득'이다. 방통위 해명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지난 4년 동안 국민 앞에 보여준 모습이 떳떳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방통위 스스로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정씨를 둘러싼 철저한 의혹 규명에 먼저 나서야 한다. 이번 '정씨 게이트'를 방통위 구조적 문제가 아닌 전직 직원의 '개인적 일탈' 정도로 덮으려는 해명 자료는 앞으로도 휴짓조각 신세를 면할 수 없다.


태그:#방통위, #최시중, #금품 로비, #최시중 양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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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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