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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로 별세한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영정사진이 놓여져 있다.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로 별세한 가운데,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영정사진이 놓여져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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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세상을 떠나기 대여섯 시간 전, 서울대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김 고문을 뵀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힘겨운 호흡으로 죽음과 마지막 사투를 벌이는 그의 파리한 손에는 묵주가 감겨 있었다.

김 고문의 기사회생을 빌기 위한 묵주였겠지만, 김 고문 삶 자체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갈구한 '묵주'였다. 그는 그 일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떠맡았다.

김 고문은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그를 핍박한 정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한나라당의 '간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응은 무척 소극적이다.

김 고문이 별세한 지 불과 3시간 뒤인 30일 오전 8시 30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한나라당 공식 비대위 회의가 열렸지만 박 위원장은 물론, 4명의 현역 의원을 포함한 10명의 비대위원 중 어느 누구도 조의를 표한다는 의례적인 발언도 하지 않았다. 김 고문의 별세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이런 일을 챙겨줄 당 내 '어른'이 없어서였을까.

박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서야 "깊은 조의를 표하고 명복을 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공식회의에서 '김근태 별세' 언급도 안 해

점심식사 시간이 지난 뒤에야 황영철 당 대변인의 공식논평이 나왔다. 황 대변인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며, 유가족들에게도 마음 깊은 위로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한 뒤 "고 김근태 상임고문은 우리 근현대사의 어두운 시절, 민주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대변인은 "1985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사건으로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이겨낸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고 고인을 기렸다.

또 황 대변인은 "여야, 정치이념을 떠나 고 김근태 상임고문이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음을 인정하고, 또 높이 사야 할 것"이라며 "김근태 상임고문은 짧은 생을 마감하셨지만, 그가 민주화를 위해 흘린 땀과 피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 의문이 든다. 당 대변인이 고인이 모진 고문을 당했으며, 한국 민주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걸 인정하고 그의 뜻을 기렸음에도 왜 박 위원장은 공식적인 언급이 없는 것일까.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3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3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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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박 위원장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때문이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 고문은 1965년 서울대에 입학한 이후 박정희 정권이 끝날 때까지 줄기차게 저항하다 탄압받은 핵심 인물이다.

때문에 공식적인 발언을 하기 어려운 것인가.

박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대권 후보로 분류되는 인물이자, 현재 그 당의 '얼굴'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봤을 때도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자행된 독재와 국가폭력, 그리고 인권유린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응어리를 풀어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는 200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해 "아버지 시절에 많은 피해를 입고 고생한 것을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한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줄곧 이를 외면해왔고, 김 고문의 별세에도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위원장이 이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된다 해도 통합이나 화합을 그에게 기대할 수 있을까?

박근혜, 아버지 '박정희 정권 문제' 풀 책무 있어 

김 고문의 별세는 박 위원장에게는 이런 해묵은 과제를 풀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만나기도 했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때와 비슷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시 여당은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를 표한다"는 당 대변인 논평을 발표했었다.

박 위원장과 김 고문은 약 10년간 국회에 함께 있었다. 우리 정서상 이 정도 관계만으로도 조문하기에 충분하지만, 그가 실제 김 고문의 빈소를 찾을지도 불분명하다. 박 위원장 쪽 인사는 "오늘은 국회 본회의도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26세의 나이로 한나라당 비대위원을 맡아 화제가 된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는 30일 오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원장의) 맞수로서 박근혜 위원장에게 꼭 필요한 것 딱 한 가지만 골라달라"는 질문에 "박 위원장께서 넘어야 될 것들이 있지 않느냐, 아무래도 전직 대통령의 따님이시고 그래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나오는 것들이 많이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예를 들면 정수장학회 의혹이라든지 이런 것들이요?"라는 질문에 "국민들이 아직까지 거기에 대해 해소가 안 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이라며 "비대위의 가장 큰 원칙이 '신속성'과 '오픈' 이런 건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대표님도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언급된 것은 정수장학회 뿐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얽힌 여러 문제들을 신속히 해결하라는 충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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