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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TV가 이상했습니다. 아니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TV 겸용 모니터가 이상했습니다. 화면이 깜빡깜빡 거리더니 방송을 순간적으로 잡다가 다시 꺼져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원을 뺐다가 켜보았지요. 아, 그랬더니 또 며칠 동안 잘 되더군요. 그렇게 약 일주일쯤 지났을까요. 오늘로부터 정확히 열흘 전. 그러니까 12월 17일에는 아예 작동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참에 TV를 새로 하나 사야 하는데,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야 할지 말입니다. 사이즈며 가격대며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사실 요즘 저와 아내는 노트북을 사용하기 때문에 모니터용까지는 필요 없었지요. 또 요즘 디지털 TV는 모니터로도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아예 TV만 알아보게 된 것입니다.

마트를 먼저 가보았습니다. 휴, 가격대가 엄청나더군요! 다행히 반값 TV라는 게 나와 있었는데, 이것 역시 만만치 않은 가격대였습니다. 또 종류는 왜 이리도 많은지요. PDP, LCD, LED에 3D TV까지 종류도 참 다양하더군요. 아예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각 종류의 TV가 갖고 있는 장단점과 가격대를 아주 상세하게 학습하였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로 가보았지요. 마트에서 파는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더욱 좋은 성능의 TV 구매가 가능함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굳이 TV를 사야 하느냐는 것이지요. 사실 저는 TV를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일종의 습관이기도 하거니와 TV를 통해 엄청난 정보를 제공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TV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비판적으로 선별하여 수용할 필요는 있으나 저는 이것을 토대로 관련 분야 학습을 진행하는 습관을 갖고 있기에 제게는 매우 매우 유용한 도구였지요.

특히, 문제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지금 큰 아이가 5세입니다. 이 아이의 삶에 있어 TV는 매우 중요합니다. 코코몽, 꼬마버스 타요, 주얼펫, 프리큐어, 우당탕탕 아이쿠, 요술옷장, 아기 공룡 버디 등을 모르면 또래친구들과 대화가 안 되어 어울리지 못하더군요. 그러니 쉽게 TV를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옆에 있는 아내가 끊임없이 제게 말하였지요. TV를 사지 말자고 말입니다.

이미 새로 구입할 TV 종류까지 확정했던 터라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종류의 TV를 어느 정도 사이즈와 가격대로 구매할까를 고민했으나 이제는 아예 구입 자체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렇게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한 채 주머니 사정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연말이라 주머니 사정이 별로 좋지 않더군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TV 구매를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열흘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열흘이 지난 지금 저는 TV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단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보통 퇴근 후 약 1~2시간 정도는 아이들과 TV를 보곤 했었습니다. 그 후 아이들과 조금 놀아주다 목욕시키고, 집안 정리를 마치면 어느덧 오후 10시가 되더군요. 그런데 이때 재미난 드라마가 하면 이것까지 보고 자니, 저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드는 것은 오후 11시가 넘어서여야 합니다. 특히, 저는 요즘 공부를 하는 터라 아이들을 재우고 시간을 쪼개고 새벽에 나와야 해서 항상 피로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TV를 없애고 나니 다르더군요. 퇴근 후 아이들과 바로 놀아주게 됩니다. 그 후 목욕을 시키고, 집안 정리까지 다 끝내도 오후 8시 혹은 늦어도 오후 9시면 됩니다. 그러면 이제 사실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바로 아이들을 재우러 가지요. 아빠와 한참을 놀고 난 후라 잠도 금방 듭니다. 하하, 제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나 아이들의 수면시간, 심적인 여유까지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좋았던 것은 생활비가 약 1만 원가량 줄어든다는 사실입니다. TV를 정지시켜두니 그 비용이 절약되는 거지요. 요즘처럼 공과금 1~2만 원의 상승도 부담스러울 때 이러한 부수적인 절약은 그 금액의 크기를 제쳐놓고서라도 심리적으로 상당한 만족감을 주게 됩니다. 말하자면, TV를 없애고 무려 1석 4조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이 외에도 환경문제나 전기요금 등도 있지만, 직접적인 효과만 썼습니다).

물론 뉴스 등을 자주 못 봐 답답한 것은 있습니다. 새로운 소식을 접하는 것이나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내일 날씨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아이들도 처음 며칠은 힘들어하더군요. 하지만 요즘은 참 좋은 시대지요. 스마트폰이 있어 한 번에 검색할 수 있습니다. 약 5분만 투자해도 이런 정보들은 금방 습득이 가능하더군요. 또한 아이들 역시 아빠와 함께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니 금방 TV를 잊게 되더라고요(사실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는 하루에 한두 시간가량 TV를 보여주곤 합니다).

현재 저희 집은 TV 상품을 '정지'시켜 놓은 상태입니다. 최대 90일까지 가능하더군요. 바로 해약을 못 한 것은 위약금이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위약금을 지불하고서라도 TV를 사지 않을 것인지는 약 3개월 후에 결정하려 합니다. 그때는 셋째 아이도 태어나고, 아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또 만약 아내가 밤에 공부를 하게 되면 제가 세 아이를 혼자 봐야 하기 때문에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은 지금처럼 TV 없이 지내보려 합니다. TV 없이 살아본 지난 열흘의 시간처럼 이렇게 유익한 것이 많다면 위약금을 부담할 만하지요. 그깟 돈이야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상호작용의 증가, 수면시간과 여유의 확보 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입니다. 웰빙이 정말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우리가 살면서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열흘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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