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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구등대.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에 있다
 목포구등대.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에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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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서 만나는 등대는 뭍사람들에게 낭만과 동경의 대상이다. 하여, 뱃길여행에서 만나는 섬 속의 등대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하지만 등대라고 해서 모두 섬 속에 있는 건 아니다. 배를 이용하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도 찾아갈 수 있는 등대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목포구등대(木浦口燈臺)다. 그렇다고 부러 관광용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아니다. 이 땅의 상당수 등대가 그렇듯이 일제가 대륙 침략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설치됐다. 어떤 문인이 '제국의 불빛'이라 부른 것도 이런 연유다.

일제강점기인 1908년 들어선 목포구등대는 전라남도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에 있다. 해남 화원반도와 목포 달리도(達里島) 사이 너비 600m 남짓 되는 험한 바닷길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불을 밝히고 있다. 이곳은 본디 조류가 거셌던 곳. 영산강에 하구언이 들어선 이후 약해졌다.

목포구등대. 자동차를 타고 찾아가 만날 수 있는 등대다.
 목포구등대. 자동차를 타고 찾아가 만날 수 있는 등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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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목포구등대. 요즘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해질 무렵 목포구등대. 요즘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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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탈의 상징이었던 등대가 생명의 등불로

일제의 불순한 의도로 세워졌지만, 이 등대는 섬을 오가는 안전한 뱃길운항에 큰 도움을 주었다. 높이 7m밖에 되지 않는 원형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하지만 여기서 뿜어내는 불빛은 30여㎞ 떨어진 신안 안좌도에서도 보인다. 안전한 나침반이자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화물선은 물론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많은 여객선들도 이 불빛에 의지해 목포를 드나들었다. 수탈의 상징이었던 등대가 생명의 등불로 바뀐 셈이다. 처음엔 사람이 없는 무인등대로 운영되다가 1964년 유인등대로 바뀌었다. 2003년엔 새로운 등대에 책임을 넘기고 퇴역했다.

옛 등대는 지난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대한제국의 대표적인 등대이자 전체적인 비례가 조화를 이룬데다 외형도 아름다워 이후 우리나라 등대건축의 전형이 된 때문이다.

옛 목포구등대. 지난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옛 목포구등대. 지난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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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역과 현역. 옛 목포구등대와 새 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
 퇴역과 현역. 옛 목포구등대와 새 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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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목포구등대는 지난 2003년 새로 들어섰다.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예비역' 등대는 한쪽에 그대로 서 있다.

새 등대는 바닷가에 바짝 기대 서 있다. 자신을 붙잡아두고 있는 반도를 뛰쳐나가 언제라도 바다를 향해 돌진할 태세다. 바다에서 보면 배의 앞머리 형상을 닮았다. 육지에서는 배에 탄 느낌을 그대로 전해준다.

항해하는 배의 형상을 본 따 만들어졌으며, 높이 36.5m에 이른다. 유럽풍의 무게감 있는 스타일로, 등롱이 닭의 벼슬처럼 붉은 빛을 띠고 있다. 나선형의 내부 층계는 예술적 조형미와 품위까지 지니고 있다. 등탑에 오르면 완도와 해남, 진도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색다른 정취를 선사한다.

바닷길 안내에도 GPS(인공위성 자동위치측정 시스템)가 도입되면서 등대의 역할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목포구등대는 오늘도 바다를 향해 묵묵히 환한 불빛을 밝히고 서 있다.

목포구등대(목포구 항로표지관리소)는 목포항에서 뱃길로 10여 분 나가면 나타난다. 등대를 가까이서 보려면 승용차를 이용해 찾아가면 된다. 영산강 하구언에서 진도방면으로 현대삼호중공업과 영암방조제, 금호방조제를 차례로 지나 만나는 구지삼거리에서 오른편 매월리 이정표를 따라 14㎞ 들어가면 된다.

목포구등대의 등탑. 등대 앞으로 배들이 드나들고 있다.
 목포구등대의 등탑. 등대 앞으로 배들이 드나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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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구등대 옆으로 여러 가지 모양의 등탑과 등롱이 전시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목포구등대 옆으로 여러 가지 모양의 등탑과 등롱이 전시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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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의 길잡이 역할에 머물던 등대(항로표지관리소)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밤이면 칠흑 같은 바다를 헤치며 나아가는 선박의 항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등대가 날이 밝으면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등대의 진화도 계속되고 있다. 횃불모양의 등대와 풍차형태의 등대가 나오더니 손만 대면 노래가 흘러나오는 '노래하는 등대'까지 나왔다. 여행객들에게 하룻밤 묵을 공간을 제공해 주는 등대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등대'라는 이름을 지닌 항로표지관리소가 600여 군데 있다. 이 가운데 지킴이가 있는 유인등대가 43기에 이른다. 섬이 많은 전남도내에는 10기의 유인등대가 있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자원, 바닷길이 어우러져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떠오른 유인등대를 찾아보는 여행도 색다른 매력이다.

목포구등대 가는 길. 자동차로 찾아갈 수 있어 요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목포구등대 가는 길. 자동차로 찾아갈 수 있어 요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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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도등대, 거문도등대, 소흑산도등대 그리고...

당사도등대(완도군 소안면 당사도리)는 1901년 1월 조선총독부 산하 체신국에서 '자지도등대'로 문을 열었다. 자지도는 당사도의 옛 지명. 태평양전쟁 때 소안도와 보길도, 노화도 사이 험한 뱃길이 군사요충지로 이용되면서 해군함정이 드나드는데 주요 물표로 활용됐다.

거문도등대(여수시 삼산면 거문리)는 1905년 4월 불을 밝혔다. 등탑 높이 6.4m의 원형으로 연와, 돌, 콘크리트 혼합구조물이다. 2006년 8월 높이 33m의 흰색 육각형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신축했다. 내부에 나선형 계단을 설치했다. 새 등탑에는 거문도와 백도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소흑산도등대(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는 국토 최서남단 소흑산도(가거도) 북단 해발 84m에 자리하고 있다. 1907년 12월 불을 밝힌 이 등대는 동지나해에서 우리 서남해안으로 들어오는 선박의 안내역을 맡고 있다.

하조도등대(진도군 조도면 창유리)는 1909년 2월 불을 밝혔다. 당시 여수나 부산에서 목포와 군산, 인천 방면으로 항해하는 1만톤 급 선박의 주요거점이어서 처음부터 광력이 높은 유인등대를 설치했다.

소리도등대(여수시 남면 연도리)는 1910년 10월 처음 불을 밝혔다. 육각형의 흰색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내부에 나선형 철재 계단이 설치돼 있으며,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등탑 높이 9.2m에 불과하지만 해수면으로부터 82m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1905년 불을 밝힌 거문도등대. 옛 등대와 새 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
 1905년 불을 밝힌 거문도등대. 옛 등대와 새 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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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도등대(진도군 조도면 가사도리)는 1915년 10월 무인등대로 불을 밝혔다. 등대 부근에 산재한 섬과 안개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의 특성을 감안, 광력을 높이고 1984년 유인등대로 바뀌었다.

백야도등대(여수시 화정면 백야리)는 1928년 12월 불을 밝혔다. 옛 등탑은 8.8m의 사각형 흰색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지어졌다가 2006년 11월 높이 24m의 원형으로 개량됐다. 등탑 내부에 나선형 계단이 설치돼 있다. 2005년 4월 백야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백야대교가 개통돼 등대까지 차를 타고 쉽게 드나들 수 있다.

홍도등대(신안군 흑산면 홍도리)는 목포에서 116㎞ 떨어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홍도 북동쪽 서방산 해발 89m에 자리하고 있다. 1931년 2월 처음 불을 밝혔다. 서해 남북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으며, 45㎞ 떨어진 곳에서도 식별할 수 있다.

오동도등대(여수시 수정동)는 오동도(梧桐島) 정상에 위치하고 있으며, 1952년 5월 처음 불을 밝혔다. 옛 등탑은 높이 8.4m의 원형 흰색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었으나 2002년 8월 높이 27m의 팔각형으로 개축했다. 내부는 나선형 계단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외부에 전망대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등대에 올라 남해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오동도등대. 여수 오동도 정상에 있다.
 오동도등대. 여수 오동도 정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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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목포구등대, #항로표지관리소, #등대, #매월리, #거문도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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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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