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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킥3-짧은다리의 역습> 중 영어면접 장면 일부.
 <하이킥3-짧은다리의 역습> 중 영어면접 장면 일부.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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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 드라마 혹은 시트콤 등엔 면접을 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인 요즘 세태를 반영하려는 것일 테지만, TV 속 면접관들은 하나같이 '무표정'에, 면접자들에게 아프고 날카로운 멘트들만 날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들로 비친다.

그러나 회사에서 면접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내 상황만 보더라도 '면접관'들이 모두 그렇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최근 우리 회사에서도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기록적인 물가상승에 김정일 사망 등 정치적으로도 불안한 상황임에도, 신입사원채용을 계획대로 하는 회사가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렇듯 절실한 때 구직자를 평가하는 일은 마치 '형벌'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천, 수만 명의 지원자 속에서 옥석을 가려야 하는 회사 측은 공정하고 효과적인 선발방법을 고민한다. 하지만 생존의 문제가 걸린 지원자들의 치밀한 정보력과 절박함 앞에 인간적인 연민의 감정이 앞설 때도 있다. 사실, 현실에 비춰보면 TV에 등장하는 면접 장면은 그저 맛보기에 불과하다. 면접자들을 옥죄기 위한 '긴장감'만 존재할 것 같은 면접장에는 웃음과 눈물, 황당, 폭력(?) 등이 난무한다. 지금부터, 그 면접 현장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면접 끝나자마자, 서로 멱살잡은 구직자들

회사에서 면접을 담당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은 구직자들이 있다. 마치 초등학교 입학식을 연상시키듯 부모와 함께 면접 대기실 앞까지 온 이들이다. 한 '구직자의 엄마'는 회사 앞까지 구직자를 태워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로비에서 넥타이와 머리를 매만져준 뒤 면접대기실 앞까지 동행했다. 물론 면접이 끝날 때까지 회사 로비에서 기다린 뒤, 면접을 끝낸 구직자와 돌아갔다.

사실 이 정도는 애교다. 아예 부모님이 다 따라와서 로비에서 같이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예상 질문을 뽑아 면접을 연습시키던 가족도 있었다. 회사에 붙으면, 엄마가 출퇴근을 시켜줄 듯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럴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2011년 11월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서 열린 '서울시 고교전문인력 채용박람회'에서 한 학생이 두 손을 꼭 쥔 채 면접을 보고 있다.
 두 손 꼭 쥐고... 면접을 보는 사람이나 면접관이나 떨리기는 매한가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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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장에서 '폭력사건'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당시 면접 방식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각각 주제발표를 하면, 나머지 구직자들이 이에 대해 질문을 하고 발표자가 답을 하는 것이었다. 조별 면접이라고 볼 수 있는데, 한 조가 대기 시간에 서로 단점을 캐묻는 질문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자기 발표 차례를 무사히 넘긴 한 구직자가 다른 후보의 발표 때 그 약속을 깨고 독한 질문을 했다. 결국 이 두 사람은 면접이 끝난 뒤 회사로비에서 멱살잡이를 했다. 둘 다 탈락의 이유가 충분했다.

조금은 황당한 이런 사례 말고, 면접관으로서 굉장히 불쾌했던 경험도 있다. 진지하게 면접을 진행하던 중 영어로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요청했더니, 대뜸 "그건 준비하지 않았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소위 좋은 학교를 나왔단 그 구직자는 어차피 영어로 업무를 할 일이 별로 없는 엔지니어에 지원했으니 영어 자기소개는 못 하겠다는 식이었다. 난 그 구직자의 당당함에 놀랐다. 그래서 우리말로라도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했더니 "그건 자기소개서에 다 있는데요?"라고 답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당장, 나가!"라는 말을 내뱉을 뻔했다. 다음 순번의 지원자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야 했기에, 영어 자기소개 대신 노래라도 해보라고 했더니 그것 또한 "노래는 잘 못합니다"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 사례는 면접관으로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웬일인지 그 구직자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면접장에선 '아는척' 하다간, 점수 깎인다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의 한 장면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의 한 장면. 면접장에서는 이런 적극성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 (주)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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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면접 경험을 되돌아보면, 이런 황당하고 불쾌한 경험과 더불어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지는 일들도 많다. 면접을 보다보면, 지루함과 싸우는 것도 힘들다. 지원자는 수백, 수천 명이지만 발표 주제는 기껏해야 수십 가지니, 면접관은 같은 주제에 대해서 수십 수백 번의 이야기를 듣는 셈이다. 면접자들의 발표 내용도 대동소이하다. 그러니 발표자 못지않게 면접관들도 신경이 곤두서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그날도 이렇게 지루한 면접을 이어가고 있는데, 점심 식사 직전에 등장한 한 구직자가 나름 파격적인 인사말을 던졌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제 발표만 들으시면 맛있는 점심을 드실 수 있겠습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멘트가 길고 긴 면접일정에 힘겨워하던 면접관들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이런 구직자가 낮은 점수를 받을 리는 만무하다.

구직자라면 누구나 면접장에서 생소한 발표 주제를 받아들고 안절부절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면접관으로서 이런 상황에 대해 조언을 하자면, 당황하지도 아는 척하지도 말라고 하고 싶다. 모든 면접관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난 "죄송합니다. 다른 주제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절실히 요청해왔을 때 거절한 적이 없다.

대부분의 면접자들은 시치미를 뚝 떼고 잘 아는 듯 시작을 했다가 흐지부지 발표를 마치고 만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 주제에 대해선 평소 생각한 바가 없어서 다른 주제를 말하면 안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는 편이 낫다.

그러고 보니, 나의 경우 어떤 경위였던 간에 면접장에서 노래를 불렀던 구직자를 떨어뜨렸던 기억이 없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전통가요를 부르는 게 취미라서, 성악을 배웠다고 해서, 양로원에서 노래로 공연을 한다고 자기소개서에 쓴 구직자들에게 '노래를 한 곡 불러보겠냐'고 요청했을 때 뜸들이지 않고 넉살좋게 노래를 술술 불러댄다면 그 배짱과 상황대처능력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노래가 취미라는 사람에게 노래를 시켰을 경우, 그걸 몸소 보여주는 구직자는 많지 않다. 대부분 노래 가사가 떠오르지 않는다, 목이 잠겨서 지금은 어렵다고 하는 구직자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면접 대기시간에 이상했던 그, 채용 후에도 이상했다

 2011년 11월 30일 오후 코엑스에서 개막한 '코스닥 상장기업 취업 박람회'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이 각 업체 부스에 상담 및 면접을 보고 있다.
 한 취업 박람회를 찾은 취업 준비생들이 각 업체 부스에 상담 및 면접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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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군데를 돌아다니며 면접을 보는 구직자들의 애로사항이야, 말로 하면 입이 아플 지경이겠지만 면접관들의 애로사항 또한 만만치 않다. 누군가를 평가하고 선택하는 자리야말로, 정말 힘든 일이 아닌가 싶다.

면접이 끝난 뒤에도 면접관의 '괴로움'은 끝나지 않는다. 대부분 면접 일정이 끝나면, 탈락자 중 그 사유를 묻는 이들이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야 애가 타고 속이 탈 일이긴 하지만, 일부 탈락자들이 전화를 해서 탈락 사유가 뭔지를 꼬치꼬치 캐물을 때는 내 속도 같이 탄다. 사실 면접관 입장에서 탈락사유를 속 시원히 알려주고 싶지만, 그게 정말 적나라한 사유라서 한 개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것이라면,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없는 것 아닌가.

인성 면접을 하다가 내가 면접중임을 잊은 사례도 있다. 인성 면접에선 가족들과의 관계를 묻지 않을 수 없는데, 한 구직자가 "죄송하다"면서 "부모님이 이혼을 해서 어머니와 살며 그리 좋은 기억이 없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측은한 마음이 들었을 사연이었기에 "죄송해할 것이 아니라,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답변을 한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 대신 면접가이드를 자처했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면접장에는 면접진행자가 있는데, 당시 진행을 맡은 직원이 "OOO씨는 대기하는 동안 큰 소리로 통화를 하고, 같이 대기하던 면접자들에게 끝나고 술을 한 잔 하자는 등 뭔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면접자는 스펙이 좋아서 사장님 면접까지 갔고, 호탕한 성격 때문인지 최종 합격자가 됐다.

그러나 면접진행자의 '느낌'이 맞았던 것일까. 이 직원은 신입사원 교육을 할 때부터 교육담당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수업시간에 잠깐 조는 게 아니라 엎드려 자는 경우는 처음 봤다는 것이다. 부서에 배치돼서는 동기들 술자리 소집하는 것만 적극적이고 평소에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그럭저럭 지내는가 싶었는데, 1년 만에 황당한 사고를 내고 회사를 그만 뒀다.

하지만 제일 곤욕스러울 때는 주변 지인들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해 올 때다. 이미 구직자들을 상대로 하는 구직컨설팅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족집게 면접 과외를 받으려면 몇 백 만원이 드는데도 나만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심정으로 이들을 찾는 구직자들이 있다.

간혹 채용면접을 담당한다는 걸 알고는 같은 회사 선배직원이 자기 자녀들 이력서를 봐달라며 이메일을 보내온다. 이런 기고문을 읽은 독자들도 다짜고짜 자기소개서를 검토해달라, 고쳐달라고 이메일을 보내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통로로 검토를 의뢰받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들은 함량이 미달인 경우가 많아서 뭐라 답변을 주기가 곤란할 때가 많다.

사람을 평가하는 데 '정답'은 절대 없다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취업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그만큼 기업에서는 객관적이고 세밀한 채용기법을 개발하려 들고, 이를 극복하려는 구직자들의 노력 또한 주도면밀할 수밖에 없다. 각종 면접 기법과 시뮬레이션, 아예 개인과외까지 받은 이들이 면접의 체크 포인트를 꿰뚫고 있는 듯하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사전에 준비한 예상문제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듯 전혀 당황하지 않고 척척 대답을 하는 것은 물론, 다음 질문까지 알아서 이어지게끔 하는 이들도 있다. 마치 당구에서 고수가 다음 공을 치기 좋은 위치로 만들어가면서 치듯이 말이다.

하지만 시중에 알려진 면접기법이라고 하면 이미 기업에서 폐기한 전략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 아무리 구조화된 채용기법인들,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이상 정답도 비결도 한 마디로 정의될 수 없다. 면접평가를 10년 이상 해온 나도 지금 평가를 받는다면 결과는 엇갈릴 것이다. 자기 자신을 믿고 절실하고 겸손한 맘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준비라고 생각한다. 모든 구직자들의 행운을 빈다.

덧붙이는 글 | 이충섭 기자는 대기업 P사에서 17년째 인사와 교육업무를 해오고 있으며, 다수 대학과 기업에서 채용면접기법, 기업채용트렌드, 프리젠테이션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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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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