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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
 이정렬 창원지법부장판사는 자신에 대한 보수언론의 융단폭격에 대해 "판사라고 SNS에서 그 정도 말도 못하나요? 그러려면 차라리 치워버려야죠. 판사도 보통사람들과 같은 걸 보고, 같은 생각을 한다는 건데 이게 잘못됐나요?"라고 되물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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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박하다."

어느 유력 보수일간지 논설위원께서 TV 토론에서 하신 말씀이다. 경박한 인터넷 문화가 문제란다. 대표적인 게 트위터, 페이스북(페북), 그리고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

그런데 이런 것들을 모두 즐기는 경박한 판사가 있다. 이정렬(43) 창원지법 부장판사다. 사실 그는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때부터 지금까지 '튀는 판사' '진보판사'란 별칭을 듣고 살았다. 

최근 그는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판사의 트위터와 페북에는 '조중동'이 보기에 '주옥같은'(발음을 세게 하면 절대로 안 된다) 표현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조중동은 그걸 놓칠세라 앞다투어 퍼다 나르기 바쁘다. 그래놓고 '단독보도'라고 우긴다.   

트위터, 페북, <나꼼수> 즐기는 '경박한' 판사?

이정렬 판사는 누구?
이정렬 부장판사는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 1994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3년간 특전사 등에서 법무관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1997년에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했다. 울산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현재는 창원지법 부장판사로 일하고 있다.

그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4년 5월부터다. 그는 "종교적 신념,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는 무죄"라며 사법부 최초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을 선고한다. 같은 시기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의 연가투쟁에 대해서 선고유예 판결을 하였으며, 우리법연구회 소속이란 점이 밝혀지면서 진보적 판사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 판사는 ▲ 예비군 훈련 상습 불참자에 실형 선고 ▲ 내기골프에 대해 무죄판결 선고 ▲ 진술거부권을 고지받지 못한 살인피의자 구속영장 기각 ▲ 전업주부의 노동을 숙련된 특별 인부의 가치로 인정하는 재판을 하면서 세상의 관심을 끌게 된다.

2006년엔 법원 내부에서 판사와 법원 공무원들이 업무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자 이 판사는 "나는 어린 나이에 (법원 직원에게) 왕으로 군림하며 즐기고 있었다"고 고백한 뒤 "일반직은 판사의 부하직원이 아니니 일반직을 보는 눈과 인식을 바꾸자"고 판사들에게 제안하기도 했다. 올 초에는 법원공무원인사에서 불합리한 점을 공개적으로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 판사는 2009년 촛불재판 파동 때는 사건 초기부터 "진실을 가리자"고 공개적으로 의견 표명을 하였으며, 그 뒤 동부지법에서 단독판사회의를 주도하여 "신영철 대법관이 대법관의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끌어냈다. 최근에는 SNS에서 적극적인 의견 표현을 하면서 최은배 부장판사, 서기호 판사와 함께 누리꾼들 사이에 '개념판사' 3인방으로 불리우고 있다.
"오늘부터 SNS 검열이 시작되던가? 저는 '검열'이가 아니고 '정렬'이에요. 쫄면이 안된다니까 오늘은 냉면!!!"

며칠 전 이 판사가 남긴 트윗이다. 이 짧은 글에 방통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심의 비판, <나꼼수>의 가카 캐럴 소개, MBC 100분 토론의 신촌냉면집 사건에 대한 풍자가 모두 담겨 있다. 이런 '디테일'이 있으니 관심을 끌 수밖에.    

'시정잡배.' <조선일보>는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와 함께 한미FTA 강행처리를 비판하던 이 판사를 연일 공격했다. 19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이라는 엄중한 시국에서도 <조선일보>는 이 판사를 메인 인물로 예우(?)했다. 페북에 올린 사진(꼬꼬면, 나가사키 짬뽕을 '꼼수면'과 '가카새키 짬뽕'으로 풍자)을 문제삼아 '시정잡배'의 행동으로 비난한 것이다.

그러자 이 판사는 태연하게 "시정잡배의 눈높이에서 재판할 것을 다짐한다"고 응수했다.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조중동이 더욱 전의를 불태우는 듯싶다.

이 판사는 최근 한 달간 <조선일보>에서만 10여 차례, 다른 보수언론을 합하면 수십 차례 융단 폭격을 맞았다. 이쯤 되면 옷을 벗고 나가거나 최소한 '쫄면'을 먹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 판사의 반응은 이렇다.

"그동안 하도 많이 맞아서 맷집이 좀 됩니다. 하하하. 누가 나가란다고 해서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겁니다. 판사라고 SNS에서 그 정도 말도 못하나요? 그러려면 차라리 치워버려야죠. 판사도 보통사람들과 같은 걸 보고, 같은 생각을 한다는 건데 이게 잘못됐나요?"    

기자는 서기호 판사 인터뷰 기사에서 서 판사의 팔로어가 2만 명을 넘어서면 또 다른 판사를 인터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때문에 조중동은 '편향판사'로 부르지만, 누리꾼은 '개념판사'로 부르는 3인방 중에서 최은배, 서기호 판사에 이어 마지막으로 이정렬 판사를 인터뷰했다(독자와의 약속은 확실히 지켰다). 조중동처럼 SNS 받아쓰기 기사가 아닌, 당사자의 입을 통해 나오는 솔직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이 판사와는 2006년에 이어 2번째 인터뷰다. 인터뷰를 위해 근무지인 창원에서 서울로 올라온 그를 지난 17일 저녁 목동 어느 족발집에서 만났다. 기자와 이 판사는 인터뷰 도중에 트친(트위터 친구)들에게 인증샷을 날리는 '유치하고 경박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인터뷰는 오후 7시부터 자정을 넘겨서 2차까지 이어가며 진행됐다.

이 판사는 소주잔을 입에 털어 넣으며 연신 너털웃음을 터뜨렸지만 법원 당국과 조중동을 향해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말하는 대한민국 판사와 법원은 어떤 걸까. 

"시정잡배의 눈높이에서 재판하겠다"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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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신문 1면 톱을 장식하는 분을 만나게 돼 영광이다.(웃음) 개념판사로 등극했는데 동료 판사들의 반응은 어떤가.
"무슨 개념판사냐. 그건 그냥 (시민들이) 만들어주신 말인데, 동료판사들도 나와 비슷하다. 그런데 그동안 근무했던 여러 법원에서 내가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긴장한다.(웃음) 개념판사는커녕 특이한 판결하고 이상한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울산에 있을 때 동료 판사 중에 검사 생활을 하다 온 분이 있었다. 같이 술을 마시는데, 그분 얘기가 검사들이 저를 보고 '돌아이'라 그랬단다.(웃음) 실제 만나보니 괜찮은 사람인데 그때 동조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직접 겪어본 사람들은 일 잘하고, 유머감각 있고, 사교성도 있고 괜찮다고 평가한다."

- 그러니까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이다?
"괜찮다기보다 겪어보면 미리 생각했던 것만큼 나쁜 놈, 돌아이는 아니라는 얘기다.(웃음) 내가 아는 게 부족하니까 판사나 직원들에게 고개 숙이고 눈을 깔려고 노력한다. 언론 좀 탔다고 유세 부리다간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웃음)"

- 이번 사건을 보면, 발단은 최은배 판사의 페북이었다. 더구나 이 판사는 최 판사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을 뿐인데 여기까지 오게 됐다. 좀 억울하지 않나.
"왜 (<조선일보>가) 최 판사를 공격했겠나. 우리법연구회 회장이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보기엔 과한 표현까지 있어서 먹잇감으로 잘 걸려든 거다. 한미FTA 통과 직후 내가 페북에 올린 글과 비슷한 취지의 글을 최 판사가 담벼락에 올렸길래 힘내라고 '좋아요'를 눌렀다. 그랬더니 '우리법연구회 회장이 나서니까 회원도 거든다' 이렇게 엮어가려고 한 거다. 표현을 조심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 일반인 중에서는 판사들이 굳이 '뼛속까지 친미' '빅엿' 이런 말 안 쓰더라도 의사표현이 가능하지 않느냐, 판사가 그렇게 과한 표현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솔직히 SNS라는 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자기가 그냥 편한 소리 하는 공간 아닌가. 판사라고 거기(SNS)에서까지 그 정도 말도 못하나? 그러려면 차라리 치워버리고 친구끼리 술자리에서 얘기해야지."

이정렬 판사, SNS에 어떤 글 올렸길래
이정렬 부장판사가 SNS에 글을 올릴 때마다 조중동은 공격했고 누리꾼들은 환호했다. 그는 그동안 SNS에 어떤 글을 올렸던 것일까. 21일 오전 현재 이 판사의 트위터 팔로어는 2만7천여 명, 페북 친구는 1400명 수준이다.

이 판사는 오래전부터 트위터와 페북 계정이 있었으나, 활발하게 글을 올린 것은 최근이다.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은 지난달 22일. 한미FTA 통과 직후 페북에 "피곤한 몸을 끌고 퇴근해서 들어왔더니 TV에서 나오는 황당한 소식... 우째 이런 일이"라는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다음날인 11월 23일에는 "어제는 날치기 때문에 우울했는데, 오늘은 나꼼수 덕에 많이 회복되었다. 나꼼수 만세~"라는 글을 남기며 의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뒤 25일 <조선일보>가 최은배 부장판사의 '뼛속까지 친미' 발언을 부각시키며 정치 편향으로 몰아가자 반어적인 표현으로 대항했다. 

"대한민국과 우리 후손의 미래를 위해 한미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키신 국회의원님들과 한미안보의 공고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대통령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이것도 정치편향적인 글입니다."

이 판사는 한미FTA와 관련, 판사들의 의견표명에 대해 조중동의 공세가 계속되자 "진보편향적인 사람은 판사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이겠지. 그럼 보수편향적인 판사들도 모두 사퇴해라. 나도 깨끗하게 물러나 주겠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논란에 뛰어들었다.

그가 "나꼼수 캐럴 겨우 다 외웠다. 나꼼수 31회 듣고 싶다", "오늘부터 SNS 검열이 시작되던가? 저는 검열이가 아니고 정렬이에요. 쫄면이 안된다니깐, 오늘은 냉면" 등의 멘션을 날릴 때마다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판화가 놓인 냉면사진을 트윗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18일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따끈한 정종이나 막걸리 한잔했으면 좋겠는데... 논설위원이 아니라서 음주운전을 할 수도 없고"라는 말로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 19일에는 이 판사가 나꼼수라면, 가카새키짬뽕 패러디 사진을 올린 것을 두고 <조선>이 '시정잡배' 운운하며 공격하자 다음과 같이 맞대응했다.

"'시정잡배'라는 말이 아주 마음에 든다. 그동안 '고고한 척'하는 재판, '그들만의 재판'을 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과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요. 정말로 '시정잡배'의 눈높이에서 재판을 할 것을 다짐한다."
- 이 판사 게시물 중엔 냉면, 쫄면 이야기도 있고, <나꼼수>, 백분토론, 가카 캐럴 얘기도 나온다. 특별한 의도가 있는 건가.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부분을 나도 보고 있다, 알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달라. 백분토론도 봤고, 끝장토론도 봤고, 나꼼수도 들었다. 똑같이 보고 느끼고 있다는 걸 표현했을 뿐이다. 사실 요즘은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서 부담은 된다. 하지만 '이 사람이 비록 판사지만 나랑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구나'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나쁘다는 생각은 안 든다. 나쁘다고 보는 건 (내 생각과)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뿐이다."

- 한 달간 SNS를 해보니까 어떤가.
"엄청 충격적이었던 게, 내가 빨래하고 다림질하고 <나꼼수> 듣는다고 얘기하면 '사람냄새 난다' '훌륭하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그동안 판사들을 사람으로 안 봤던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과연 판사들이 내 말과 생각을 알고 재판을 할까' 그런 생각을 했던 거다."

수요자가 원하는 재판 고민해야

- 최근 법원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보는가.
"소통 이야기하니까 각 법원에서 견학 프로그램을 만들고, 음악회도 여는 게 생각난다. 물론 그것도 의미가 있긴 한데 우리 업무는 재판이니까 재판으로 소통해야 하지 않을까. 권리를 침해받은 사람들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곳이 법원이니까. '원고가 왜 이런 말을 할까' '피고가 저러는 이유가 뭘까' 이런 걸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 판사들이 1주일에 서너 차례 야근할 정도로 근무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왜 국민들은 재판에 만족하지 못할까. 
"저는 이른바 '석궁사건'의 주심판사였다. 재판장과 나는 그 사건에 공을 많이 들였고,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바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화살이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법원이 원하는 재판이 아닌, 수요자가 원하는 재판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 법원에서 통계·사건 처리율·항소율·조정 건수 등 이런 숫자에 판사들이 목을 매지 않게 해야 한다. 재판은 재판하는 판사나 직원에게 맡겨야 한다. 대법원은 판사들이 신뢰받는 재판, 충실한 재판을 어떻게 할 건지 스스로 고민하게 해달라."

- 이 판사의 말을 들어보니 법원 내부의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다는 말로 들린다.
"법원이 '국민과의 소통'을 얘기하는데, 우선 내부 사람부터 제대로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기로 올해 법원 공무원 중에 두 명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목숨을 잃었다. (기자가 법원 공무원 1만3천여 명 중 올해 자살 2명을 포함해 총 11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그렇게나 많나? 사람이 죽었는데, 과연 법원이 1%의 잘못도 없을까. 그런데도 법원 당국은 반성은커녕 일언반구 말도 없다. 대놓고 법원 잘못이라고 유서라도 써야 반응을 보일 것인가. 이래놓고 어떻게 바깥과 소통하겠다고 말을 하는가. 내부 소통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 몇 년 전 판사와 법원 일반직 공무원 간의 갈등이 있을 때 판사들에게 인식의 전환을 제안하기도 했다. 어떤 생각으로 한 건가.
"처음 판사가 됐을 때는 '나는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어느 날 판사나 직원들이나 똑같은 공무원이고 역할만 다를 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법에 상명하복이나 주종관계가 나와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판사가 직원에게) 지시하거나 우습게 보느냐. 이원조직이면 이원조직답게 서로 존중하고, 업무영역이 다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진정한 보수 언론 아니다"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
 "내 생각에 보수와 진보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양쪽 모두 '나라와 사회를 잘되게 하자'는 국리민복을 추구한다고 본다. 국리민복의 방식에서 가치를 지켜가면서 갈 것이냐, 아니면 바꿔가면서 갈 것이냐의 방법론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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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북에 "진보 편향적인 사람은 판사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이겠지. 그럼 보수 편향적인 판사들도 모두 사퇴해라. 나도 깨끗하게 물러나 주겠다"고 했다. 실제로 나가려고 그런 것 아닌가.(웃음)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웃음) 내가 올해 2월 인사에서 내 뜻과는 달리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창원으로 오게 됐다. 그런데 누가 진지하게 '지역구 다지러 오셨느냐'고 묻더라. 남의 속도 모르고…. 환장하겠더라.(웃음) 내가 (진보) 편향적 사고를 가졌다고 인정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조선일보>가 편향적이라고 하니까. 그럼 그걸 전제로 생각해보자. 진보 편향적인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보수쪽으로 편향된 사고를 가진 사람도 있을 것 아닌가. <조선일보>가 결국 자기들 입맛에 맞는 판사만 남으란 소리를 한 것이다. 그러니 '좋다 나 편향됐다, 대신 반대로 편향된 사람도 나가라고 공정하게 얘기해라'고 한 말이다."

- 조중동에선 이 판사를 비롯하여 일부 편향 판사들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개인의 소신만을 내세운다고 말한다.
"법이 우리 밥줄인데 왜 무시하나. 헌법 조문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되어 있다. 헌법과 법률과 양심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헌법과 법률을 떠난 소신은 소신일 수는 있어도 법관의 양심은 아니다. 헌법과 법률을 해석할 때 소신이 영향을 안 미칠 수는 없겠지만 기존의 학설과 판례를 뒤집으려면 충분한 연구와 노력으로 확신이 서야한다. 단순히 소신 정도로는 안 된다. 소신만을 내세운 적이 없다."

- 그래도 <조선>은 일부 판사들의 이념편향을 줄기차게 지적해 왔다.
"2004년 내가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을 내릴 때 <조선일보>도 1면 톱으로, 비교적 객관적으로 다뤘다. 당시 일부에서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하고 있을 때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조선일보>가 그렇게 나쁜 언론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 3일 지나자 갑자기 우리법 연구회가 부각이 되면서 강금실, 박범계, 박시환과 나를 연결하면서, '사법부 내에 심어진 좌파들이다'라고 하더라. 이렇게 정파적인 걸로 넘어가면서 계속 보도하더라.

내 생각에 보수와 진보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양쪽 모두 '나라와 사회를 잘되게 하자'는 국리민복을 추구한다고 본다. 국리민복의 방식에서 가치를 지켜가면서 갈 것이냐, 아니면 바꿔가면서 갈 것이냐의 방법론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조중동 특히 <조선일보>는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보수로서 반성하거나 국리민복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하늘 부장판사처럼 '보수 판사'도 자기들 이익에 안 맞으면 공격하지 않던가. 그러니 대화가 될 리가 없다. 전에는 뭘 보도하면 해명하고 설득하려고 했는데, 이젠 전제가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예 안 한다."

한미FTA 연구팀 구성, "대법원 안 할 것으로 본다"

-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이 최근 법원장 회의와 신임 법관 축사를 통해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거나 '개인적인 소신을 법관의 양심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언론에선 판사들의 발언 자제 당부로 해석하는데.
"나는 대법원이나 대법원장에게 어떤 말도 들은 적이 없다. 신임 법관 임명축사에서 한 말은 신임 법관에게 한 말이지 일반 법관에게 한 말이 아니다. 만일 나를 포함해 판사들의 행동이 우려스럽다면 직접 당사자에게 해야 옳다."

- 지난 8일 판사 168명이 대법원장에게 한미FTA 연구를 위한 대법원 내 연구팀 구성을 정식 제안했다. 어떻게 전망하는가.
"(대법원이) 안 할 것이라고 본다. 얼마 전 대법원이 168명의 판사들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메일로 다시 의견을 물어왔다. (할 생각이 있다면) 연구팀 만들자는 판사들에게 뭐하러 다시 물어보나. 언론이나 시민들이 계속해서 '진짜 할 거냐 안 할거냐, 언제 할 거냐' 떠드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트위터에 올라온 질문 몇 가지를 드리겠다. 원래부터 판사가 꿈이었나.
"택도 없다. 어찌하다 보니 그리됐다. 원래 꿈은 야구선수다. 얼마 전 창원에서 꿈을 이뤘다. 직장동호회 대항으로 마산야구장 정식구장에서 경기를 했는데, 데뷔하던 날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 <나꼼수> 캐럴 다 외웠나.
"전화벨 소리가 '쫄면 안돼'다.(웃음)"

- 선출되지 않은 권력, 사법부는 견제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견제, 좋다. 선출된 권력이 사법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 입법부가 신뢰받나, 아니면 행정부 수장 대통령이 신뢰받나. 일단 당신들부터 신뢰를 받아라. 그다음에 (사법부를) 견제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 페북, 트위터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일일이 답을 다 드려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죄송하다. 그리고 고맙다. 막연하게 일반인들은 이렇게 살 거야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치열하고 열심히 사시는 분들을 만나게 됐다. 또 내 글에 RT를 누르면서 절절한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했을 텐데 진짜 고맙다. 어디서 내가 이런 대접을 받겠나."

-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내년에 투표 인증샷 한번 찍고 싶다.(웃음) 나도 유명하니 안 된다고 하려나? 내가 창원시진해구 선관위원장이다. 선관위원장이 인증샷 했을 때 그걸 선관위가 문제 삼을까 싶다."

 창원지법 이정렬 부장판사.
 인터뷰 도중 스마트폰을 통해 트위터를 확인하고 있는 이정렬 부장판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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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판화, 책상에 올려 놓은 까닭은

갑자기 이 판사의 전화기가 울렸다. "쫄면 안돼, 쫄면 안돼"로 시작되는 벨소리가 들려왔다. 쫄면 대신 냉면을 먹었다며 이 판사가 트위터에 올린 냉면 사진이 떠올랐다. 그 사진은 냉면보다는 책상 위에 놓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판화 때문에 화제를 모았는데, 정작 그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지난 10월에 봉하마을 가서 판화를 받아왔어요. 사람사는 세상이란 말이 너무 좋은 거에요. '업적이나 성과를 위한 재판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재판을 하자. 아, 이게 딱이다'라고 생각했죠. 정말 '오늘도 사람을 위해서 재판하자'는 생각으로 판화를 책상에 계속 올려놨거든요. 저는 그냥 냉면 인증샷 올린 건데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시더라고요.(웃음)"

이 판사는 "이것도 정치적인 행위냐"고 되물었다. 그는 "판사가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면 재판을 편향되게 한다고 조중동이 기사를 썼지만, 정치적 성향 때문에 이겨서는 안 될 사람이 이기게 되는 판결을 하는 건 공무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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