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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렬 부장판사가 1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이정렬 부장판사가 1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며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판사들을 지적해온 <조선일보>가 이번엔 소위 "대법원장의 말도 안 듣는 판사로", 특히 익명의 부장판사의 말을 빌려 "시정잡배"라며 공격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창원지방법원 이정렬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윗에서 본 신종라면 2가지랍니다"라며 누리꾼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해 패러디한 '꼼수면'과 '가카새키 짬뽕' 사진을 올렸다.

'꼼수면'은 방송인 이경규씨가 참여해 만들어 현재 절찬리에 판매 중인 팔도 '꼬꼬면'을 패러디해 만든 것으로, 봉지에는 회사 이름을 '새로운 역겨움 MB'로 바꿨고, "담백하고 칼칼한 꼬꼬면"은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시커먼 땟굴물 꼼수면"으로 변신했다.

또 라면 맛의 설명은 "가카가 쳐말아먹은 비릿한 바로 그 맛!"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하단에는 이 대통령이 대선 당시 국밥을 먹는 방송광고를 연상시키듯 "국밥에 말아 날로 드세요"라는 문구도 있다.

이와 함께 삼양식품이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는 '나가사키 짬봉'을 패러디한 '가카새끼 짬뽕' 봉지에는 회사이름이 'BBK 명박'으로, 또 이 대통령의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발언을 조롱해 "도덕적으로 완벽한 맛"이라고 적혀 있다. 맛 설명에는 "풍부한 꼼수와 비리로 우려낸 역겨운 매국의 맛"이란 문구가 담겨 있다.

이런 패러디 사진을 본 이정렬 부장판사가 지난 1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자, <조선일보>는 20일 <[단독] 이번엔 '가카새끼 짬뽕' 사진 올린 그 판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신중한 처신을 거듭 당부했지만 일부 판사는 '막말'과 '조롱'이 섞인 글을 계속 올리고 있다"며 SNS를 통해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판사들을 지목했다.

<조선일보>는 먼저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 '보수 편향적인 판사들 모두 사퇴해라. 나도 깨끗하게 물러나주겠다'고 글을 올린 창원지법 이정렬(42) 부장판사는 18일 밤 페이스북에 '트윗에서 본 신종 라면 2가지'라며 '시커먼 땟국물 꼼수면'과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사진 2장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문구들을 곁들여 소개했다.

이어 "이 판사는 인천지법 최은배(45) 부장판사가 올린 '뼛속까지 친미(親美)인 대통령…'이란 글이 논란이 되자, 대법원 허락 없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는 등 튀는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앞서 이달 7일엔 서울북부지법 서기호(41) 판사가 자기 페이스북에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겁을 먹으면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 엿을 먹게 된다는 뜻)'란 글을 올렸다가 소속 법원장으로부터 '신중히 처신하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서 판사도 거론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17일 <법원장 경고 받은 서기호 판사 또…>라는 제목으로 서기호 판사가 박삼봉 서울북부지법원장으로부터 구두경고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서 판사가 거듭 "구두경고를 받은 적 없다"고 일축해서인 듯 <조선일보>는 이날 보도에서 '지적을 받았다'는 표현으로 바꿨다.

특히 <조선일보>는 20일 보도에서 "서울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판사가 대법원장의 거듭된 당부를 무시한 채 판사답지 못한 시정잡배의 언어로 대통령까지 조롱하는 것은 문제'라며 '최소한 공무원으로서 품위라도 지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를 본 이정렬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 신문 나왔네요. 특히 '시정잡배'라는 말씀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동안 '시정잡배'의 기준이 아니라, '고고한 척'하는 재판, '그들만의 재판'을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과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요. 정말로 '시정잡배'의 눈높이에 맞추는, 사법서비스의 공급자인 판사의 눈높이가 아니라, 수요자인 '시정잡배'의 요구와 요청에 맞는 재판을 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라고 가볍게 응수했다.

이날 <조선일보>로부터 지적은 받은 서기호 판사도 가만있지 않았다. 서 판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옛날, 무학대사가 이성계로부터 '당신은 돼지 같소'라는 말을 듣자, '전하께서는 부처님 같습니다. 부처의 눈에는 모든 사람이 부처로 보이는 법이죠'라고 했다죠. 21세기 무학대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정잡배의 눈에는 모두가 시정잡배로 보이거등요'"라고 <조선일보>와 기사에 등장한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라는 익명의 법관을 싸잡아 비판했다. 

앞서 서 판사는 <조선일보>가 페이스북을 통해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를 비판한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를 '정치편향' 논란으로 보도하자 지난달 30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사실 논란을 일으킨 쪽은, 사적 공간의 글을, 단지 판사라는 이유로 1면에 특종 기사화한 조선일보"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날 서 판사의 글을 본 조준현 변호사는 리트윗(RT)하며 "ㅎㅎ 조선은 시정잡배보다 못하고 말할 가치도 없는 부류죠 ㅋ"라고 비꼬았다. 또한 "부장판사에 대한 시정잡배란 조선의 기사..하긴 조중동과 딴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시정잡배라고 모욕했으니 별로 생소하지도 않네ㅠㅠ"라고 비아냥했다.  

조 변호사는 "이정렬 부장판사는 가치판단 의견개진 없이 단지 트윗에서 본 신종라면이라고 소개만 했는데도, 조선은 시정잡배란다.. 리트윗하고 퍼 나르는 것도 비판하면서 왜 고소쟁이 강용석이나 촛불재판 압력 넣은 신(영철) 대법관은 비판 안 하나? 그들은 시정잡배보다 못해서 비판할 필요도 없어서? 그럼 조선 자기들은?"라고 꼬집었다.

한명숙 전 총리의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조광희 변호사도 자신의 트위터에 "조선일보가 상대를 잘못 골랐나보다. 이정렬 판사, 고분고분하지 않다. 사법연수원 마친 후, 아주 오랜만에 우연히 전철에서 만났을 때, 양복에 커다란 배낭 메고 법원으로 출근하고 있었다"는 말을 남겼다.

홍성태 상지도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정렬) 판사님, 언제 짬뽕에 한잔 하며 조선의 문제에 대해 얘기 나누고 싶군요. 시정잡배처럼^^"라고 이정렬 부장판사를 응원하며 조선일보를 힐난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조선>이 이정렬 판사가 페북에 꼬꼬면과 나카사키 짬뽕 패러디한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시정잡배처럼 묘사하자, 이 판사는 당당하게 시정잡배의 눈높이에서 판결하겠다고 응수했네요. 이분의 호연지기 응원합니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백 위원은 이어 "조선이 이정렬 판사를 시정잡배처럼 묘사했지만 실제 시정잡배만도 못한 것은 그들이죠. 온갖 협박과 야합으로 종편을 따내고 0.1%대의 시청률로 광고비를 갈취하는 그들이야말로 완전 양아치집단입니다"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에 "<한 부장판사는 '판사가 대법원장의 거듭된 당부를 무시한 채 판사답지 못한 시정잡배의 언어로 대통령까지 조롱하는 것은 문제'라며 '최소한 공무원으로서 품위라도 지켜주면 좋겠다'>... 근엄한 척하며 내뱉는 거짓말이 가장 품위없는 말이다"라고 질타했다. 

이정렬 부장판사의 페이스북에도 시민들의 응원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부장판사가 올린 글에 "조선에 떴다는 것은 인정받으셨다는 뜻~ㅋㅋ 축하드려요^^"(친절한숨), "친일수구세력일보의 진상기자들이 발로 뛰며 기사 쓸 생각은 아니하고 sns에서 베끼기에 열심히니.. 힘내세요 판사님~^^"(정병진), "의식있는 국민들이 당신의 든든한 '빽'입니다. 우리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삽시다~"(이상헌)

특히 "조선일보 기자들의 가카를 위한 불굴의 충성 정말 눈물이 나네요...ㅠㅠ 그리고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 한컷이 그리 중대한 범죄(?) 라는 것을 지금 처음 알았습니다. 이제와 알게 되었지만 가카는 정말 완벽한 도덕적인 인물이 틀림없으신가 봐요. 그 주변에 간신배들 처럼 들끓는 조중동 가신들과 함께 말이죠..."(최종호) 등 이정렬 부장판사를 응원하는 반면 조선일보를 비난하는 댓글이 100개 넘게 달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이정렬, #서기호, #최은배,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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