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OECD 국가 중 독서량 꼴찌

"인간이 책을 읽는 능력은 진화과정에서 주어진 것입니다. 문자가 발명된 지는 수천 년밖에 되지 않았지요. 인간에게 주어진 이 능력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이든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일정 분량의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운동선수가 점점 더 무거운 역기를 들어올리기 위해 강도를 높여 훈련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2년간 150권의 책을 읽으면 독서력이 만들어져 인문서든 철학서든 웬만한 책은 다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책읽기를 권하는 공익광고협의회의 공익광고. 우리나라 성인남녀 월평균 독서량은 0.8권 가량이다.
 책읽기를 권하는 공익광고협의회의 공익광고. 우리나라 성인남녀 월평균 독서량은 0.8권 가량이다.
ⓒ 한국방송광고공사

관련사진보기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연 주제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평가인 이현우 한림대 연구교수는 먼저 책 읽는 능력을 기르는 법부터 설명했다. 그는 '1만5천 페이지설'을 설명하며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사이에 1만5천 페이지의 텍스트를 읽으면 일정 수준 이상 독서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개인적 차원의 독서력이 시민사회의 변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독서력의 상승은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문화, 즉 다시 읽기 문화가 정착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본과 미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로 출판시장의 성장과 함께 꾸준히 상승한 그들 국민의 독서력을 지목했다. 각자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고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독서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발달은 무엇보다도 다양하고 풍부한 독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독자는 독서량을 갖춘 독자이고 국민들이 모두 책을 많이 읽게 되면 한국 역시 국가 차원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건 못하는데 유난히 언어영역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있어요. 알고 보면 판타지 소설이든 무협지든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에요. 무슨 책이든 많이 읽으세요. 어떤 공부든 독서력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의 독서량은 한 달에 한 권 정도로 OECD국가 중 꼴찌라고 합니다. 만약 국민 모두가 한 달에 네다섯 권 책을 읽으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서평이란 책의 값을 매기는 일

"가장 좋은 서평은 책에 별 하나를 주는 겁니다. 좋지 않은 책은 서평하는 사람만 읽고 독자들은 안 읽어도 되니까요."

 이현우(로쟈) 교수.
 이현우(로쟈) 교수.
ⓒ 양호근

관련사진보기

위트를 섞어가며 서평에 대한 강연으로 들어간 이 교수는 "서평이란 독자에게 어떤 책이 일독할 만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독해주는 기능을 한다"며 "서평은 책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소개와 이미 책을 읽은 독자를 상대로 다시 읽으라고 말하는 비평 사이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서평은 말 그대로 책의 됨됨이에 대한 평이다. 이때 평은 좋고 나쁨 따위를 평가하는 것, 즉 값을 매기는 일이다. '소개'는 주로 어떤 책의 존재에 대해 말한다. 그래서 "어, 이런 책이 나왔네"라는 반응을 유도한다. 반면에 '서평'은 그것이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인가를 식별해줌으로써 아직 책을 접하지 못한 독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준다. 일종의 길잡이인 셈이다.

한편 '비평'은 책을 이미 읽은 독자들을 향해 한 번 더 읽으라고 독려한다. 그것은 독자가 놓치거나 넘겨짚은 대목들을 짚어줌으로써 "내가 이 책 읽은 거 맞아"라는 자성을 촉구한다.

문제는 한국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이 많지 않아 서평 역시 아직 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서평이 단순한 책 소개와 비평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 정착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좋은 서평을 쓰려면 단순한 책 소개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한국에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모든 독자가 서평을 쓰는 시대가 됐고 온라인에서는 실제로 서평을 꾸준히 쓰는 서평족들도 많이 늘어났어요. 과거 출판평론가들이 도맡아 하던 작업이 이제는 인터넷 서평꾼들에게 넘어오고 있는 거지요. 결국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읽은 책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확장해나가는 '지식 공유주의'가 가능해진 셈인데 이 기회를 충분히 살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현우 교수가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 서평을 비롯해 영화, 문학, 철학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들이 게재된다. 하루에 1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인기 블로그다. (http://blog.aladin.co.kr/mramor/)
 이현우 교수가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 서평을 비롯해 영화, 문학, 철학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들이 게재된다. 하루에 10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인기 블로그다. (http://blog.aladin.co.kr/mramor/)
ⓒ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 캡처.

관련사진보기


서평을 통해 '지식 공유주의'로

인터넷 서평꾼으로 유명해지기 전부터 이 교수는 인터넷 공간에 책에 관한 이런저런 '수다'를 늘어놓곤 했다. 그러던 중 인터넷서점에서 운영하는 서재에 리뷰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됐다고. 그 서재가 블로그화해 그는 현재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인터넷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서평가 이현우보다 '로쟈'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그는 필명 때문에 오해를 산 적도 많다고 했다.

"제가 남자인 것을 알고 실망한 사람들도 있었고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박노자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어요. 누군가는 노자사상을 전공한 게 아니냐고 묻더군요. 사실 로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콜리니코프를 칭하는 말입니다."

지난 10년간 그가 쓴 서평을 골라 모은 책 <책을 읽을 자유>에서도 그는 사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공개된 서평은 공적인 서평의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그것은 '내'가 읽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읽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공적인 서평을 쓰면서 그가 바라는 것은 함께 읽는 '우리'의 확산이었다고 고백했다. 사회적 관심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좋은 책을 통해 얻은 시각과 통찰을 서로 나누고, 더 나아가 '책을 읽는 문화'를 다져가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서평꾼' 이현우 교수가 쓴 서평집 <로쟈의 인문학 서재> <책을 읽을 자유>.
 '인터넷 서평꾼' 이현우 교수가 쓴 서평집 <로쟈의 인문학 서재> <책을 읽을 자유>.
ⓒ 이현우

관련사진보기


그는 이처럼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모든 독자가 서평을 쓰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 목록을 살펴볼 때 다수의 리뷰를 볼 수 있듯이 글쓰기 욕구와 수요가 증가해 서평족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출판평론가들이 도맡아 하던 작업이 이제는 인터넷 서평꾼들에게 넘어오고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인터넷 서평가 시대를 넘어 새로운 3세대의 역할과 서평의 변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지식 공유주의'가 시민들의 개인적 역량과 시민의식, 나아가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일단 책을 많이 읽으면, 게다가 여러 사람이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문화까지 정착되면, 시민들의 독서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데, 이 개인적 차원의 독서력 향상이 지식 공유주의를 거쳐 민주주의 발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비용을 지불한 사람만이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네이버 지식인'이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위키피디아 등을 통해 엄청난 양의 지식이 무료로 공유되고 있다"며 책 이외에도 지식 공유의 창구가 다양해졌음을 지적했다. 그는 "아직 우리 사회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지만 만약 모든 국민이 매주 1권씩 책을 읽는다면 권력의 입장에서는 꽤 겁나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74kg. '밥값'하는 기자가 되기위해 오늘도 몸무게를 잽니다. 살찌지 않는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