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한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판사 정치편향'이라고 비난하며 '판사들의 SNS(서셜네트워크서비스) 사용 논란'을 불러온 <조선일보>가 이번엔 서기호 서울북부지법 판사를 공격하고 나섰다.

하지만 서 판사(사법연수원 29기)는 무시하는 이른바 '공자 전법'으로 직접 대응은 안 하고 있다. 다만 혜민스님이 16일 트위터에 올린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남들이 나를 알아봐 주지 않았을 때도 무시당했다고 화를 내지 않으면 군자다"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옮겨 놓는 방법으로 우회적으로 응수했다.

17일 새벽 <조선닷컴>과 <조선일보> 1면에 <법원장 경고 받은 서기호 판사 또… '나꼼수 문제' 낸 교사에 "버티면 이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했던 서울북부지법 서기호(41) 판사가 이승만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시험 문제를 낸 경기도 구리시 S중학교 이모(32) 교사의 트위터에 '버티면 이긴다'는 응원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이어 "서 판사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쫄면을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겁을 먹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 엿을 먹게 된다는 뜻)'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라고 소개하며 서 판사를 비판했다.

앞서 경기도 구리시 S중학교 L(32) 역사교사는 지난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도움요청! 제가 올린 시험문제를 보고 조선일보 기자가 전화를 해서 편향적인 문제를 내도 되냐, 지문 내용이 교과서에 나오는 거냐 등등 물었다"며 "지금 좀 많이 쫄린다~어쩌죠? 근데 내 (휴대폰) 번호를 어떻게 알아내 전화한 건지 의문이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본 서 판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조선일보 기자 전화 오면 '할 말 없다'며 끊는 게 낫습니다. 어차피 인터뷰 응할수록 더 왜곡 기사화 되요. 제 경험담. 어떻게 우연히 전화번호 알아냈다 해서 일거수일투족 감시당하는 거 아니니 쫄 필요 없어요"라고 담담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L교사가 개인적으로 묻는 질문(현재 삭제)에 서 판사는 "조선이 노리는 게 바로 그거죠. 입장 곤란하게해서 쫄게 만드는 거. 버티면 이깁니다"라고 <조선일보>에 대한 대처법을 조언했다.

<조선>은 특히 이 같은 서 판사의 트위터 글을 언급하며 "서 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관련, 박삼봉 서울 북부지법원장으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았음에도 또 이런 행동을 했다"고 공격하면서, 익명의 법원관계자의 말을 빌려 "서울북부지법 관계자는 '통제할 방법이 없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서 판사는 지난 7일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오늘부터 SNS 검열 시작이라죠?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심의하라. 심의하면 할수록 감동과 훈훈함만 느낄 것이고. 촌철살인에 감탄만 나올 것이다.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 푸하하"라는 글을 올렸다. 

서 판사가 쓴 '가카(각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칭하고, '빅엿'은 엿 먹이다(골탕 먹이다)를 강조한 표현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서 사용되는 것들이다.

서기호 판사 "법원장으로부터 구두경고 보도는 '오보'"

하지만 서 판사는 '박삼봉 법원장으로부터 구두경고를 받았다'는 보도에 대해 "오보"라고 주장했다. 서 판사는 16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이 같은 <문화일보> 보도와 관련해 "법원장의 우려표명은 맞지만 구두경고는 오보"라며 "선의로 하신 말씀"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17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이 '구두경고'를 받은 것으로 보도하자, 서 판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구두경고 받은 적 없습니다"라고 일축하며 "단지 법원장님이 저를 생각해서 우려 표명하신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서 판사가 '구두경고가 아니다'라고 거듭 해명하는 것은, 법원장으로부터 구두경고를 받고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 법원장의 지시를 어기는 '함량미달' '불량' 판사로 몰아가려는 혹시 있을지 모를 불순한 의도를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박삼봉 서울북부지법원장은 지난 8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판사 7명을 소집해 논의한 뒤 서 판사에게 표현에 신중을 기해 달라며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 이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와 양승태 대법원장이 그동안 판사들의 SNS 사용에 대해 언급해 왔던 당부의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트위터리안(hslee74)이 "아주 오래 전 전교조 합법화 문제가 사회이슈일 때 전 전교조 합법화되면 무슨 큰 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의 정치판사 문제도 같은 맥락 아닐까요?"라는 질문에, 서 판사는 "네 그렇죠. 지금은 정치판사라는 비방을 통해 재판의 공정성이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떨고 있지만, 앞으로 '소셜 저지'의 모습이 얼마나 훈훈하고 친근한지, 그러면서도 재판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음이 확인되어 가면서, 자연스러워질 겁니다"라고 답변했다.

서 판사는 "법복을 입고도 '소셜 저지(social-judge)'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평소 '소셜 저지'를 강조해 왔는데, 이는 사회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연예인을 뜻하는 '소셜테이너(social-tainer)'에서 따온 말로 사회적 발언을 하는 판사라는 의미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machapuchare)의 "(세종대왕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보고 있는데 요즘을 반영한 게 맞는지요?"라는 질문에, 서 판사는 "세종대왕께서 한글 창제하신 이유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어도 글로 표현 못하는 백성을 안타깝게 여겨서'죠. 백성, 서민들이 맘껏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 한글의 탄생으로 시작되어, SNS로 꽃피고 있는 것"이라고 SNS가 표현의 자유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겨레신문> 허재현 기자가 "조선일보 기자가 이승만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담긴 역사문제를 출제한 교사에게 전화해 편향적이지 않냐면서 학교를 들쑤셔놨다고 합니다. 피해교사에게 힘을 줍시다"라는 글을 올리자, 서 판사는 "참교사에게 폭풍 팔로를"이라는 말을 남기며 L교사의 친구가 돼 줄 것을 당부했다.

허 기자는 이어 "조선이 자기들 구미 안 맞는 판사 죽이기 하더니, 이젠 이승만과 이명박을 비교했다는 이유로 한 역사교사 죽이기에 나섰습니다. 역시나 깡패언론 제 버릇 어디 못 줍니다"라고 비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주)로이슈 대표이사 겸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