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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판결 27번째 이야기다.
① 한미 FTA 협정문 오역 목록 공개 (12. 2. 서울행정법원 재판장 이인영 부장판사)
② 안기부 X파일 실명공개, 손해배상 책임없다 (12. 9. 서울고법 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
③ 정당 후원 교사 해임처분은 위법 (12. 8. 인천지법 재판장 최은배 부장판사)

[판결 1] 한미FTA 번역 오류 공개거부에 법원 "이유없다" 

 2011년 6월 3일 다시 발간된 한미FTA협정문 책자
 2011년 6월 3일 다시 발간된 한미FTA협정문 책자
ⓒ 박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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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번역 166건, 잘못된 맞춤법 9건, 번역 누락 65건, 번역 첨가 18건, 일관성 결여 25건, 고유명사 표기오류 13건 등등.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이 국익을 내세워 강행처리한 한미FTA. 협정문에서 발견된 번역오류는 총 296건이었다. 그것도 외부에서 오류가 지적된 뒤 재검독을 실시한 결과였다. 정부는 2010년 12월 미국과 추가협상을 타결하고, 올해 2월 추가협상 합의문에 서명한 후 합의문서의 한글본과 영문본을 일반에 공개하였다.

그 뒤 3월 번역오류가 발견되자 정부는 5월 국회에 이미 제출한 비준동의안을 철회하고 6월 다시 제출하는 촌극을 빚었다. 그래놓고도 정부는 한미FTA 한글본의 번역 정오표 목록을 공개하라는 시민단체 등의 요구를 거절했다. 외교부는 이미 알권리가 충족되었으므로 정보공개 필요성이 없고 국가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며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그러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6월 외교통상부장관을 상대로 정보비공개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법원은 외교부가 내세운 '국가의 중대한 이익' 대신 '국민의 알 권리'와 '공익'을 들어 "정보비공개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일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내세워 정보공개를 거부하려면 "비공개로 보호되는 이익이 국민의 알 권리 등을 희생시켜야 할 정도로 커야 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정보의 내용, 공개 사유 및 공개청구권자의 이익 등과 행정청이 공개거부 사유로 드는 외교관계 등에 대한 영향, 국가이익의 실질적 손상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즉 '국익'과 '알권리·공익' 사이에 무게를 달아서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 재봐야 한다는 말이다. 법원은 "협정문의 번역오류로 인한 개정내용이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공표됨으로써 한미 FTA 협상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여론 형성의 여건이 마련될 수 있는 고도의 공익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며 민변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외교부를 향해선 "미국내 인준절차가 마무리 되었고, 정보가 공개될 경우 협상전력이 노출되거나 상대방 정부의 정보를 유출함으로써 우리나라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EU FTA 번역오류 정오표를 이미 제출한 적이 있는 정부가 공공연한 사실인 한미FTA에 대해선 공개 거부를 고집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판결 2] 안기부 X파일 공개, 1심 "경솔한 의혹제기"에 2심 "공익성 인정"

 노회찬 새진보통합연대 상임대표
 국회의원이던 2005년 8월 홈페이지 보도자료란에 'X파일' 내용을 소개하고 '떡값검사'의 직책과 실명 등을 공개해 민·형사상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던 노회찬(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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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 2005년 안기부가 도청한 것으로 밝혀진 녹음테이프와 녹취록을 일컫는 말이다. 당시 삼성그룹의 고위 임원과 중앙일보 사장이 만나 대선 자금 지원문제와 검사에 대한 '떡값' 전달 계획을 주고받는 대화 내용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

당시 국회의원이던 노회찬씨는 이 자료를 입수해 2005년 8월 홈페이지 보도자료란에 올리는 방식으로 3차례에 걸쳐 X파일의 내용을 소개하고 여기에 등장하는 떡값검사의 직책과 실명 등을 공개했다.

그러자 명단에 등장한 안강민(당시 서울지검장), 김진환(당시 서울지검 2차장)씨 등은 허위사실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민·형사상 소송을 걸었다. 2011년 12월 현재 사건은 민사와 형사 모두 이제 2심이 끝났다. 

참고로, 명예훼손에서 책임을 면하려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행위자가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위법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즉 공익성과 진실성, 상당성이 관건이 된다.

먼저, 민사사건. 1심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요지는 'X파일 실명공개는 공익성이 인정되지만 진실성 또는 상당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은 "국회의원이란 직분에 있는 사람이 원고(기자 주 : 실명 공개된 검사)가 입을 충격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경솔하게 의혹을 제기하였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김진환씨에게 3천만 원, 안강민씨에게 2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서울고법은 9일 1심과 달리 원고패소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언론 출판을 통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허위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며 "원고가 삼성측으로분터 떡값을 받았다는 취지의 기재내용이 허위임이 입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사 게시물이 진실하지 아니하다 하더라도 공익성 및 상당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 피고로서는 검사들이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아왔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점 ▲ 당시 언론보도 등을 통해 X파일의 내용이 많이 보도된 점 ▲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주요정책으로 하는 정당 정치인으로 삼성같은 대기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사건은 다시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한편, 형사사건에서 노 전의원은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대법원은 일부 유죄 취지로 다시 2심(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2심은 지난 10월 인터넷 홈페이지 게재 부분에 대해서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를 인정, 징역 4월(집행유예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하였다. 노 의원이 다시 상고하여 형사사건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사안이 특정인에 대한 "경솔한 의혹제기"인지 "공인이나 공적 사안에 관한 정당한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속하는지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판결 3] 정당후원금 교사 징계처분 취소...이유는

 검찰이 진보정당에 후원금을 낸 교사?공무원들을 무더기 기소한 가운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5일 낮 12시 창원지방검찰청 건너편 인도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지난 7월 25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창원지방검찰청 건너편 인도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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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에 소액후원금을 납부한 '죄'로 징계를 받았던 교사들이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겼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공무원에게도 헌법상 양심의 자유,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천지법은 2005년부터 2008년경까지 수십만 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민주노동당에 기부하였다는 이유로 해임처분을 받은 김아무개 교사 등 인천 지역 초등학교 교사 7명이 인천시 교육감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8일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들은 ▲ 정당가입 ▲ 정치자금 기부 ▲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운동금지 위반 등의 사유로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정직 1월에서 해임까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모두 징계 사유로 삼기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정당가입에 대해선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으며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 사유를 들어 징계를 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다음으론 후원금 납부(정치자금 기부)에 대한 판단이다. 재판부는 "정치자금 기부가 현행법 위반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 행위라거나 공무원이 지켜야 할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왜일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정치적 신념을 가져서는 아니 된다는 말로 해석하거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것이 아니다. 특정정당에 기부행위를 하였더라도 이를 이유로 정치적 성향을 재단하고 불이익을 가하는 의미로서 징계가 이루어져서는 아니 된다."

재판부는 또한 "후원금을 납부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그 정당의 이념이나 강령에 동의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 활동을 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면서 ▲ 공무원·교사가 특정 정당 후원금을 내는 것은 2006년 3월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행위가 되었을 뿐인 점 ▲ 후원금이 소액인 점 ▲ 다른 시도 가운데 상당수는 징계를 개시하지 않은 점 등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후원금 납부 행위에 대한 징계는 정권 반대자에 대한 탄압으로 비추어져 시민의 정치적 자유에 대한 침해로 오인될 수 있기에, 징계는 아주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소액후원금 납부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지언정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정치운동금지 위반에 대해서도 "후원금 납부가 그 정당을 지지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며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인천시 교육청이 항소할 것으로 보여 공무원의 징계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법적 판단은 상급심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법률책인 <생활법률상식사전>(2010)과 <생활법률해법사전>(2011)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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