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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세 번 일본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목마르게 찾게 되는 것이 일본 속의 한국 역사와 문화유적에 대한 안내서이다.”
▲ 한국문화유산답사기 “두 번 세 번 일본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목마르게 찾게 되는 것이 일본 속의 한국 역사와 문화유적에 대한 안내서이다.”
ⓒ 바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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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교토에 이르는 곳마다 고대 한국인의 발자취가 없는 곳이 없다. 외국인에게 최고의 인기 코스인 청수사(기요미즈데라)는 백제계 후손인 다무라 장군이 지은 것이고, 광륭사(고류지)의 미륵보살반가상을 만든 이는 신라계 하타(秦) 씨이다. 고대 한반도인들은 서부 교토를 개척하고 제방을 쌓았으며 막대한 부를 거머쥐고 일본 정계를 흔들었다고 사서들은 앞 다투어 말한다." - '머리말' 몇 토막

고대 섬나라 일본에는 누가 살았으며, 그들에게 찬란한 '문명의 씨앗'을 뿌린 이들은 누구였을까? 일본이 지금 자기네 고대문화인 것처럼 번지르르하게 내세우는 일본문화유산은 누가 남긴 것일까. 일본 국보 1호인 광륭사 미륵보살반가상에 깃든 우울한 미소 속에는 무슨 애달픈 사연이 서려 있을까.
 
일본 곳곳에는 왜 백제신사나 고구려신사, 신라신사, 고려신사 등이 있을까. 일본에 수없이 흩어져 있는 1만2000여 개 신사에서 '학문의 신'으로 떠받드는 스가와라노미치자네는 누구일까. <신창성씨록>에 보면 "천손 곧 신라에서 건너온 왕자인 천일창의 후손이다"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도 신사를 찾는 한국인조차 스가와라가 누구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치고 있다고 하니, 참 서글프기 짝이 없다.
  
문화연구가 이윤옥과 김영조가 <신일본 속의 한국문화답사기>(바보새)를 펴낸 까닭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이 책을 통해 일본 곳곳에 마치 일본문화유산처럼 버젓이 자리 잡고 있는 우리 민족문화유산을 하나 하나 자료를 살펴가며 꼼꼼하게 들춘다. 일본문화유산 가운데 우리 조상들 숨결이 깃들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는 투로. 
                               
이들은 '머리말'에서 "일본 속의 한반도 관련 문화유적지는 널브러져 있다. 차라리 관련이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일본열도는 그야말로 한반도 유적 보물창고"라고 말한다. 이들은 "그럼에도 이러한 이야기들을 소상히 들려주는 한국인이 없다"라며 "발길 닿는 곳마다 느껴지는 백제인의 향기와 번득이는 신라인의 지혜 그리고 자랑스러운 중원의 왕자 고구려의 발자취를 느끼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안타까웠다"라고 적었다.

한반도계 신들 이야기 빼면 '일본'이란 나라 없다

"투박하지만 순박한 모습의 미륵상은 곧 한국의 국보 제83호 모습이 진정한 한국인의 얼굴이다. 일본의 국보 1호인 미륵상은 얄삽한 일본인의 얼굴로 뜯어서 고쳐놓은 인공이 가미된 얼굴로 변해버렸다. 문화유산은 어떠한 경우든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하며 손상 시에는 가능한 한 원형복구가 이뤄져야 함은 상식이다. '만일 그렇게 해놓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러한 불찰에 대한 기록은 반드시 해두어야 한다. 광륭사의 미륵상을 보러갈 때에는 이러한 사정을 이해하고 가는 것이 좋다. 아! 가엾은 미륵님이시여!" -128쪽

<신일본 속의 한국문화답사기>는 모두 2부로 짜여 있다. 제1부는 천년고도 오사카, 교토, 나라에 있는 절과 신사를 다뤘다. 제2부는 수도 도쿄를 핵으로 한반도와 이어진 유적지를 직접 찾아가 꼼꼼하게 적었다. 이 책은 '답사기'라는 글이 꼬리표처럼 매달려 있지만 그냥 눈으로 보고 느낀 점을 적당하게 적은 그런 답사기가 아니다. 몸과 마음이 고대역사와 함께 새록새록 숨을 쉬고 있다는 뜻이다.

1부 '교토편'에 있는 '간무왕을 낳은 백제여인 고야신립과 히라노신사', '신라에서 건너간 천일창의 후손', '국보 1호인 광륜사 미륵보살반가상의 우울한 미소와 정체' 등 9꼭지와 '도쿄편'에 있는 '온천 휴양지에서 만난 하코네신사의 고구려 혼', '금동불상을 건져 올린 백제계 어부형제의 전설이 서린 센소지', '<고려대장경>이 모셔져 있는 도심 속의 절 증상사' 등 11꼭지가 그것.

교토편에서 눈에 띠는 것은 임진왜란 때 조선인 코를 베어 묻은 잔인한 현장인 '코무덤'이다. 이 책은 코무덤을 만들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숨겨진 역사를 사실 그대로 파헤치고 있다. 고대 한반도가 만든 일본 국보 1호인 광륭사 목조미륵반가상 얼굴 또한 명치시대에 제멋대로 뜯어 고쳐졌다고 적고 있다.

"후시미이나리대사에 모시는 신의 공식명칭은 우카노미타마노신(宇迦之御魂神)으로 이 신은 <고사기>(古事記)에 나오는 신라의 신 스사노미코토(素戔男尊)계에 등장하는 신이다. '고대 일본을 일군 사람들은 한반도의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인의 공헌이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史實)이지만, 상고(上古)로 올라가 신화시대로 거슬러 가도 그 짜임새는 여전히 한반도계의 신들 이야기다. 이런 것을 다 뺀다면 '일본'이란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83쪽

일본 50대 간무왕 어머니인 백제여인 고야신립과 아버지 고닌왕이 나눈 사랑 이야기는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하다. 그뿐이 아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빛나는 교토가 지닌 자존심 청수사(기요미즈데라)를 비롯해 일본열도 곳곳에 8만 개나 있는 신사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후시미이나리대사가 한반도인이 세운 것이라는 놀라운 이야기도 들어 있다.

그 고려대장경은 왜 일본 증상사에 볼모처럼 잡혀 있을까?

"1,300여 년 전! 고구려인들은 이 골짜기까지 들어왔다. 그리고 피와 땀을 쏟아내어 하코네를 개발했다. 그 첫 삽질을 한곳이 어디일까? 로프웨이가 움직인다. 정차장을 벗어난 차는 외줄을 타고 천 길 낭떠러지를 유유히 건너간다. 오른쪽 건너편엔 흰 눈을 뒤집어쓴 겨울의 후지산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 밑으로 아시노호수의 물빛이 반짝인다." - 176쪽

제2부 도쿄편에서는 고구려인들이 떼지어 살았던 사이타마현에 있는 고마신사로 문을 활짝 연 뒤 오이소 마을에 있었던 고구려산과 신사이야기를 귀가 번쩍 뜨이게 조목조목 들려준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온천휴양지 하코네, 그 하코네를 개척한 사람들도 고구려인들이다.

관동지역을 대표하는 절 센소지에 깃들어 있는 어부형제 전설과 한반도 관련 이야기도 글씨를 타고 전설처럼 흐른다. 심대사에 있었던 고구려 청년 복만이 이야기, 철기문화를 주무르며 관동에서 강력한 호족으로 자리 잡았던 사무가와신사 등에 나오는 고구려인들이 펼치는 눈부신 활동은 우리들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든다.

교토 한복판 증상사에 볼모처럼 잡혀 있는 고려대장경에 서린 기가 막힌 사연은 가슴을 울리게 한다. 우에노공원에 일본인들이 왕인박사 기념비를 세운 진짜 이유, 2.8독립운동이 처음 터졌던 일본 YMCA터에 서린 이야기, 황거(皇居) 앞에서 폭탄을 던져 일본인들을 놀라게 한 이봉창, 김지섭 의사 이야기도 다시 한번 되새길 소중한 교훈이라 할 수 있다. 

문화연구가 이윤옥, 김영조는 "한 번쯤 여행사를 통해 3박 4일 정도 주어진 일정대로 온천이나 하루 집어넣고 대충 쇼핑센터와 유적지 한군데 들리는 사람들한테는 이 책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두 번 세 번 일본에 다녀본 사람이라면 목마르게 찾게 되는 것이 일본 속의 한국 역사와 문화유적에 대한 안내서이다. 이 책은 그런 분들을 위해 발로 쓴 책"이라고 귀띔했다.

일본에 볼모 잡힌 우리 민족문화

 "'우에노 공원의 왕인박사 비가 내선일체 도구로 세워졌다'고 서슴없이 말하기란 극우화되어 가는 일본 사회에서 몰매 맞을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주장은 용기 있는 일이지만, 아쉬운 것은 왕인박사를 '전설적인 인물'로 묘사하는 부분이다. 이른바 친한 인사들의 한계를 여기서도 보게 되어 다소 씁쓸한데, 다만 이들의 활동은 일본의 양심임이 분명하다." -307쪽
                        
우리 속담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문화연구가 이윤옥과 김영조가 함께 쓴 <신일본 속의 한국문화유산답사기>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일본 곳곳에 마치 일본문화처럼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일본문화를 제대로 알고 우리 민족문화를 제대로 알면 그 누구와 백번 천 번을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에 방점을 콕 찍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전쟁의 시대'다. 이제 우리는 일본 깊숙이 뿌리내린 우리 민족문화를 제대로 찾아야 할 때다. 일본이란 나라에서 녹이 덕지덕지 낀 우리 민족문화를 샅샅이 찾아내 거울처럼 환하게 갈고 닦을 때 비로소 우리 민족문화가 일본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 찬란한 빛을 내뿜을 수 있지 않겠는가.  
     
문화연구가 이윤옥은 일본 속에 있는 한국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다. 시집으로 <사쿠라 불나방> <서간도에 들꽃 피다>가 있으며, 우리말 속에 숨어있는 일본말 찌꺼기를 다룬 <사쿠라 훈민정음>을 펴냈다. 한국외대 연수평가원 교수와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지금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문화연구가 김영조는 날마다 쓰는 인터넷 한국문화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를 8년째 하루도 쉬지 않고 쓰며 수많은 독자에게 우리 문화가 지닌 소중함을 알리고 있다. 그는 일본 속에 있는 한국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오사카, 교토, 나라, 도쿄 등지에 있는 문화유적지를 발로 찾아다니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맛깔스러운 우리 문화 속풀이 31가지> <하루하루가 잔치로세>가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덧붙이는 글 | [문학in]에도 보냅니다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답사기

이윤옥.김영조 지음, 바보새(2011)


태그:#이윤옥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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