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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이 시작됐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이 기획을 통해 지역 문화와 맛집, 그리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자세히 보여드립니다. 어느덧 마지막, 이번엔 서울·경기·인천입니다. [편집자말]
하중초교 복도에 붙어 있는 어린들의 작품들. 학교 측은 이를 '살아 있는 복도'라고 불렀다.
 하중초교 복도에 붙어 있는 어린들의 작품들. 학교 측은 이를 '살아 있는 복도'라고 불렀다.
ⓒ 하중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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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시작된 이른바 '김상곤 표 혁신학교'가 공교육 현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교육 문제를 극복하고 정상화 모형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혁신학교는 기존 학교체질을 새롭게 변화시키며 공교육의 대안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혁신학교는 지난 2009년 4월 첫 주민직선제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선 진보진영 김상곤 후보(현 경기도교육감)의 무상급식·학생인권조례와 함께 3대 핵심공약 중 하나였다. 김 교육감 당선 이후 현재까지 경기지역에는 89곳의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혁신학교로 지정된 시흥시 하중초등학교(교장 김기섭)가 혁신교육의 산실로 주목받고 있다. 학생 수 1200명, 39학급의 이 학교는 교육과정과 학교문화를 학생 중심으로 과감하게 혁신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이 학교 교사들은 이미 지난 2009년부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주제통합학습을 하는 등 학생 중심의 새로운 수업모형을 연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의 이런 '준비된 혁신교육' 노력을 인정받아 혁신학교로 지정됐다는 후문이다. 

"우리 학교는 주입식 암기 위주의 학습, 줄 세우기식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진정으로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교육을 추구합니다. 특히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고, 교사들은 가르치는 일에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기본 목표입니다."

지난 6일 하중초교에서 만난 김기섭 교장의 설명이다. 김 교장은 이 학교 교감 출신으로 교장공모제를 통해 발탁돼 지난 3월 1일 부임했다. 교감 재직 때부터 교직원들과 잘 통했다는 그는 학교 안팎에서 '열성 혁신교육자'로 불릴 만큼 혁신교육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배움이 즐겁고, 교사들은 가르침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김 교장의 교육 목표에 따라 현재 하중초교는 ▲ 교육과정의 다양화 및 특성화 운영 ▲ 새로운 학교문화 형성 ▲ 학부모와 파트너십 구축 ▲ 전문적 학습공동체 지원 ▲ 교수학습 중심의 운영 시스템 구축 등 크게 5개 분야로 나눠 학교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80분 집중 수업 후 30분 쉬는 '블록수업'

'학생들은 배움이 즐겁고, 교사들은 가르침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김기섭 하중초등학교 교장.
 '학생들은 배움이 즐겁고, 교사들은 가르침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김기섭 하중초등학교 교장.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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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가장 큰 변화는 교육과정과 학교문화. 하중초교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후 교육과정과 학교문화를 관리자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꿨다. 또 교사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해 학생들을 위한 교수학습 연구에 집중하도록 하고 있다.

우선 하중초교는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위해 블록수업, 주제통합학습, 선택형 졸업테마여행 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교사가 주도하는 기존의 암기식 교과지도 방법에서 탈피해 학생 중심으로 수업방향을 전환하고 수업구조를 다변화한 것이다.

블록수업은 학습주제를 정해 40분 수업을 80분으로 늘려 집중수업을 실시하고 30분을 쉬는 토론수업방식이다. 하중초교는 이를 혁신교육 일환으로 채택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의견발표와 토론을 유도함으로써 주제의 이해력을 높이고 사회성을 길러주고 있다.  

또 주제통합학습을 통해 학생들에게 폭넓은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 주제통합학습은 학생들이 여러 교과에서 공통된 주제를 찾아내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학습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수업형태로, 현장체험학습 주제와 연계수업도 진행한다.

특별활동과 통합한 문화예술교육 역시 긍정적인 교육효과를 거두고 있다. 방과후수업과 연계된 이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자신의 특기와 소질을 계발하고 심화하도록 돕는다. 

학교 측은 이를 위해 1~2학년(배움스쿨), 3~4학년(자람스쿨), 5~6학년(펼침스쿨)을 3개 학년 팀으로 묶어 학생들의 희망과 적성에 따라 발레·연극·도예·미술·국악현악·서양현악 등 14개 부서에 배정한 뒤 매주 팀별로 정해진 시간에 문화예술교육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 11월 19일에는 문화예술 활동 공개 발표회를 가져 학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동안 학교 측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기존의 졸업여행을 '선택형 졸업테마여행'으로 변화시킨 것도 눈길을 끈다. 선택형 졸업테마여행이란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선택을 존중해 여행지를 4개 코스로 다양화하고, 이를 주제통합학습의 하나로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단순히 졸업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 전·후와 여행 중 학습으로 나눠 체험 중심의 자기주도형 수업을 진행한다.

6학년 선배들이 직접 신입생 환영행사 개최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으로 나온 어린이들이 농구 등을 하며 즐겁게 뛰어 놀고 있다.
 수업을 마치고 운동장으로 나온 어린이들이 농구 등을 하며 즐겁게 뛰어 놀고 있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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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변화는 평가방식과 통지표의 개선이다. 하중초교는 학생 평가방식을 수업 중 활동 내용을 중심으로 연 4회 서술형 평가방식으로 바꿨다. 여기에다 학생들의 서열화를 없애기 위해 통지표의 기록도 서술형 평가 채점기준에 따라 '상·중·하'로 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궁 경 교사는 "평가방식과 통지표의 개선은 아이들의 서열화를 파괴함으로써 지나친 경쟁 심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점수제 시험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조치"라며 "평가방식과 통지표 개선 이후 아이들도 매우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포상제도를 폐지한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김 교장은 "그동안 특정 학생들이 독식해온 각종 포상은 학생들을 서열화 및 차별화하는 폐해를 낳고 있어 포상제도를 완전히 폐지했다"면서 "전체 학생들을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학교 지정 이후 하중초교는 학생 중심의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먼저 학생 자치활동이 활성화돼 완전히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은 스스로 학생회를 구성하고 학교생활의 불편사항이나 문제점 등을 학교에 건의해 해결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 생활 규범'을 만들어 엘리베이터 사용제한, 욕설금지 캠페인과 같은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등 자율성을 키워가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 내에 스티커 게시판과 학생회 게시판을 설치, 여론 수렴과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또 다른 소통기구로 학교 건물 4층에 하중우체국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우체국을 통해 친구, 선후배, 교사 등에게 편지를 쓰고 배달함으로써 서로의 우정과 신뢰, 존경과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하중 꿈동산'이란 학교신문 제작, 입학식 및 졸업식 행사 준비과정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6학년들의 경우 올해 신입생 환영행사를 직접 열기도 했다.

교사들에게는 잡무 부담 없애줘 만족감 상승 

경기 시흥시 하중초등학교는 지난 3월 혁신학교로 지정된 후 교육과정과 학교문화를 학생 중심으로 과감하게 혁신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은 하중초등학교 전경.
 경기 시흥시 하중초등학교는 지난 3월 혁신학교로 지정된 후 교육과정과 학교문화를 학생 중심으로 과감하게 혁신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은 하중초등학교 전경.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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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행사 개최와 교무행정 업무 처리도 달라졌다. 학교 측은 학년 고유의 교육과정 외에 운동회, 축제 등을 1~2학년, 3~4학년, 5~6학년 단위로 편성된 학년팀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 운영하도록 하고, 불필요한 전시성 행사는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교사들이 처리해왔던 교무행정의 각종 잡무들을 교감과 교무보조 인력이 맡도록 하고, 교사들은 교수학습 연구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했다.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도 전체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등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로 바뀌었다.

이처럼 하중초교의 학교혁신을 통한 새로운 변화의 배경에는 학교장의 강한 의지와 교사들의 열정이 녹아 있다. 여기에는 학부모들도 참여와 협조로 힘을 보탰다.

하중초교 교사들은 수업연구회를 활성화해 매일 수업 후 학년별로 교과연구는 물론 수업지도안, 교수학습 자료를 공유하며 협동교육 활동을 벌이는 등 학생들을 위한 수업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연간 60시간의 직무연수와 매월 2회 전문가를 초청해 교수학습 지도 능력 향상 연수도 실시하고 있다.     

남궁 경 교사는 "일제 때부터 유지돼온 전근대적인 학교 체질 때문에 교사들은 그동안 창의성도, 만족감도 없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학교 변화와 함께 잡무처리가 거의 없어지고 여유시간이 생기면서 모두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중초교는 이밖에도 학부모와 파트너십을 구축해 교사와 학부모 간의 교육에 대한 교감을 나누고 학부모 연수를 실시하는 등 학부모의 교육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 스포츠·문화·공예 등의 학부모 동아리 운영을 비롯해 학부모회를 팀별로 운영하고 있다.

"자녀들 적극적으로 변해"...학부모도 '흡족' 

하중초등학교 학부모 문화 동아리 회원들이 폼아트 작품을 만들고 있다.
 하중초등학교 학부모 문화 동아리 회원들이 폼아트 작품을 만들고 있다.
ⓒ 하중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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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9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하중초교의 혁신교육에 대해 학부모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민병구 학교운영위원장과 최인숙 5~6학년 학부모회 회장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이들은 모두 혁신교육 효과를 자녀들의 변화된 모습에서 찾았다. 

민 위원장은 "딸아이(6학년)가 학기 초에는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해 다소 혼란스런 모습을 보였지만 3~4개월 지나자 학습활동에 흥미를 갖는 등 행동이 달라졌다"면서 "지금은 자기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의 의견도 당당하게 말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그러면서 "막내가 새로 입학하는 내년에는 학교에서 더욱 발전적으로 혁신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학교에 강당이 없어 아이들의 학습활동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강당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딸이 5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최 회장도 "혁신학교 교육과정 시행 이후 아이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폭넓은 체험 등을 통해 호기심이 많이 생기고, 자기주도적인 학습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라며 "아이가 토론방식의 수업을 즐기고 토론 주제에 대해서도 스스로 찾아내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최 회장은 블록수업에 대해 "기존의 40분 수업은 선생님들이 공식만 알려주는 주입식 교육이어서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참여했으나 80분 수업에서는 공식이 만들어진 과정까지 가르쳐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해가 쉽고 능동적으로 참여해 좋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러나 "학교에서 실시하는 학부모를 위한 교육 부족으로 혁신교육에 대한 이해와 참여도가 낮고, 6학년들의 경우 현재의 수업방식이 중학교와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2학기부터는 중학교에 적응할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해달라"고 주문했다.



태그:#혁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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