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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줄줄 새고 있다. 판자촌에 낡은 집 지붕도, 습기 가득한 반지하방도 아니다. 총 공사비 26조 원. 4대강 사업의 핵심. 강 한복판 거대한 성처럼 자리 잡은 9개의 대형보가 그 현장이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놓고 "토목계의 수치"라고 지적한다. "상식적으로 이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관련한 현상을 다른 토목학자와 현장에서 일하는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다들 '수치스럽다'는 반응이었다"며 "속도전이 부른 예견된 부실공사"라고 비판했다.

"당장 붕괴 위험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 16일 일반에 개방된 낙동강사업 30공구 '구미보'의 고정보 이음새 부분을 붙인 '실란트'가 떨어져 나갔다. 사진은 27일 오후 현장을 찾은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떨어진 '실란트'를 만져보는 모습.
 지난 16일 일반에 개방된 낙동강사업 30공구 '구미보'의 고정보 이음새 부분을 붙인 '실란트'가 떨어져 나갔다. 사진은 27일 오후 현장을 찾은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떨어진 '실란트'를 만져보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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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같은 날 오전 국토해양부(국토부)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보 16곳 중 9군데에서 누수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 가운데 낙동강에 자리 잡은 8개에서는 모두 누수가 발생했다. 나머지 하나는 금강 공주보다.

심명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누수는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며 "방수 구조물도 아니고,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없으므로 누수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부실공사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러한 국토부의 해명에 "명백한 부실공사 현장"이라며 "댐과 보 같은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공사는 추워지는 12월에서 이듬해 2월 사이에는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겨울철에는 웬만한 공사는 하지 않고 콘크리트 시공을 꼭 해야 한다면 비닐하우스를 치고 난로를 때면서 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당장 붕괴의 위험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추운 겨울철에 스며든 물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팽창해 콘크리트를 밀어내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그렇게 되면 구조물의 내구성에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미비한 점을 보완'하겠다는 국토부 계획에 대해 "부실공사를 보완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라며 "근본적으로 방법이 없다, 보완을 한다면 보에 가둔 물을 다 빼고 물이 들어오는 상류 쪽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데 국토부는 현재 물이 새어나오는 쪽만 감추려 한다"고 지적했다.

"군남댐 공사는 6년 걸려... 속도전이 예견한 부실공사"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

- 4대강 보에서 누수현상이 있다는 국토부 발표가 있었다. 무엇이 원인이라고 보는가?
"상식적으로는 일어날 일이 아니다.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웠는데 물이 샌다는 건 너무도 당연히 부실공사이다. 국토부의 설명처럼 구조물을 세울 때 한 번에 다 짓는 게 아니다. 석축을 쌓을 때도 한꺼번에 하지 않는 것처럼, 댐을 지을 때도 콘크리트 구조를 쌓아가며 한다. 그 이음새에 물이 스며들었다는 말인데, 토목 하는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전화해 이야기 해보니 '토목계의 수치'라고 말할 정도다. 4대강 공사를 한 기술자들 가운데 몇몇은 실제로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직 준공도 안 했는데 물이 새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 이음새에 물이 새는 이유는 무엇인가?
"속도전 때문이다. 이번 누수현상은 속도전이 예견한 부실공사다. 이음새 시공은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그렇게 돼 있다.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밤에는 잠을 자야 한다. 4대강 공사하는 모습을 보면 한밤에도 작업을 시킨다. 그렇게 하면 품질 관리가 될 수 없다. 겨울철에도 야간작업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콘크리트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현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12월 초에서 이듬해 2월까지는 '동절기 공사 중지 기간'으로 정한다. 공사를 해야만 하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있다면, 콘크리트를 칠 때 비닐하우스로 덮고 그 안에 난로를 피운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해야 품질이 보장된다. 그런데 위에서부터 공사 안 하느냐고 관리감독하면서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데 품질이 제대로 나오겠나?"

- 4대강에 보가 건설 되는 데 2년 정도가 걸렸다. 속도전이 아니었다면 얼마나 걸렸을 것으로 보는가?
"최근에 준공된 임진강 군남댐도 건설계획부터 준공까지 6년(2006년 착공) 가까이 걸렸다. 대형토목공사는 천천히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 누수가 계속 되면 붕괴할 우려도 있는가?
"붕괴는 아니다. 당장 붕괴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물이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겨울철에 낮에는 녹았다 밤에는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콘크리트를 깬다. 물이 콘크리트 접합부에서 얼어 부피가 팽창하는 걸 막을 수 없다. 콘크리트가 밀려 나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구성에 문제가 생긴다. 50년을 대비해 지은 게 20년, 30년으로 줄어들 수 있다. 무너지지는 않더라도 결국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보강공사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 방법 없다"

- 국토부는 처음에 누수가 아니라 '물번짐 현상'이라고 했다. 지금은 보가 '방수 구조물'이 아니라고 하는 데 이런 주장이 옳은가?
"토목에 그런 말은 없다. '방수 구조물'이나 '물번짐 현상' 같은 말은 이번에 만들어낸 신조어다. 구조물을 분류하는 데 토목학적으로 방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어디 있나? 상식적으로 안 맞는 말이다. 당연히 방수가 돼야지… 지붕이나 석축도 다 방수가 돼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하물며 보나 댐이 방수가 안 돼도 된다는 말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소리다."

- 그렇다면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미비점 보강한다고 하는데, 부실공사에 보강한다고 해서 뭐가 되겠나? 근본적으로는 방법이 없다. 지금 국토부가 보강공사 하고 있는 것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댐(보) 하류부에서 보강 공사를 하는데, 에폭시를 집어넣어도 물에 잠기면 한두 달 정도에 사라진다. 눈가림으로 물이 스며나오는 걸 안 보이게 하겠다는 꼼수다."

-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최대한 제대로 된 보완 방법은 무엇인가?
"일단 물을 다 빼고, 보의 상류 쪽 누수가 시작되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물이 들어가는 걸 막아야지 나오는 걸 감추는 방법은 아무 소용없다. 그리고 안전성을 정밀 검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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