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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특히 이명박 정부의 출현과 더불어 '저탄소 녹색성장' 이라는 테마와 함께, 자전거 사업이 각광받고 있다.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과 더불어 4대강 제방 자전거길 조성사업으로 1000km가 넘는 자전거길을 조성하겠다고 밝혔고, 또 현재 그중 일부분은 이미 개통되어 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한 홍보로, 자전거는 어느새 이 '녹색성장'의 대표적인 요소가 되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자전거=녹색 교통수단' 이라는 의식이 분명해졌다. 자전거가 녹색 교통 수단인 이유는 이미 알고 있듯이 환경 오염의 원인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전거를 타기만 한다고 해서, '저탄소 녹색성장'이 실천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나 타 공해를 유발하는 이동수단의 대체수단으로서 자전거를 이용할 때, 원래 배출되던 공해물질이 줄어든다는 사실에서 자전거가 녹색 교통수단으로Tj 기능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자전거가 다른 교통수단의 대체수단이 되어야만 녹색일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4대강 자전거길은 녹색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원래 자동차를 이용하려던 여행객들이 전철과 자전거를 이용해서 여행을 한다는 점에서 자전거가 타 교통수단의 대체물이 되기는 하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이 자전거길이 녹색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워 보인다. 4대강 자전거길이 물론, 관광객유치와, 볼거리를 늘리는데에 있어 우리나라의 브랜드가치를 상승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으나, 공해를 줄이고, 우리가 광고에서 보듯 '푸르른' 이미지의 사업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이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이미 자전거 애호가임을 알아야 한다. 분명히, 4대강 자전거길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라이딩 장소이지만, 자전거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시민이라면, 굳이 자전거를 끌고 여기까지 와서 타야 할 이유가 없다. 자전거가 녹색이기 위해서는 타지 않던 사람이 탈만큼 자전거가 '매력적'이 되어야 한다.

 

 그럼 모두에게 매력적인 자전거길은 어떤 모습일까? 고양시 일산에서 그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일산은 계획초기부터 자전거와 보행자교통을 우선시한 신도시이다. 물론 사진과 같은 길에 보행자도 함께 통행하지만, 길의 폭이 이미 넓은 덕분에 자전거 통행이 자유롭다. 물론, 시내의 버스 정류장과 전철역까지도 이런 자전거 겸용 도로가 이어져 있다. 횡단보도와 육교도 이러한 공원형 자전거길에 맞춰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찻길을 건너는데에 있어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찾아 볼 수 없다.

 

이런 자전거길 시스템을 기반하여 작년부터 생활형 자전거 공공임대시스템 '피프틴' 을 선보였는데,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습을 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피프틴'은 주거 주요 지점이나, 학교 거점, 역이나 버스 정류장, 문화시설. 쇼핑몰 등과 가까운 곳에 자전거 대여소 '피프틴 파크'를 만들고, 시민들이 일정한 요금 (월 5000원 정도)을 내면, 자유롭게 '피프틴 파크'간을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자전거 임대 시스템이다.

 

물론, 시민들은 빌리고 싶은곳에서 자전거를 빌리고, 반납하고 싶은곳에서 자전거를 반납하면 된다.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실제로 시민들이 이 자전거를 단순히 '운동' 또는 '례져용' 이 아닌 이동 수단으로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이를 이용해서 통학하기도 하고, 주부들이 자전거 앞 바구니에 장바구니를 싣고 달리는 모습도 보이며, 양복을 입은 직장인들도 자전거를 이용해서 버스정류장이나, 전철역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분명 자가용보다 자전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앞으로 자전거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바로 이런 것은 아닐까. 물론 출퇴근도 자전거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수십km가 떨어진 곳에 주거단지가 자리잡고 있는 도시 특성상 자전거길을 아무리 잘 만든다고 해도,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도심과 위성 도시를 이어서 자전거 출퇴근 인구를 늘리겠다는 정책은 현실과 조금 동떨어져 있다. 그렇지만, 쇼핑이나 가까운 통학과 같은 도시 내의 이동에 있어서는 자전거 도로망을 갖추게 된다면 충분히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탈 동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이는 자동차 사용을 줄일 여지가 다분하다.

 

 

서울시에서는 자전거를 자동차의 대체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2009년, 광화문 앞 자동차도로의 가로변 1개차로를 자전거 도로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좀처럼 자전거 이용차를 찾기는 어렵다. 대신, 오토바이 전용도로, 택시 정류장, 정체시 임시 차로라는 새로운 용도(?)로서 자리잡고 있다. 시민들은 바로 옆에서 내뿜는 매연을 마시며 자전거를 굳이 타고 싶지 않다. 자전거길을 인도 안쪽에 설치하는게 차라리 나을 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 자전거길이 과연 서울 시민을 위한 것인지 여행객들을 위한 자전거길인지 그 목적이 정확하지는 않으나, 시민들이 이용하기에는 자전거길이 주거지와 너무 떨어져 있다.

 

자전거가 녹색 교통수단이기 위해서는 자전거길이 시민들이 자동차를 버릴 만큼이나 충분히 매력적이여야 한다. 주거지과 가까워야 하고, 시민들의 주요 목적지와도 가까워야 하며, 또한 충분히 안전하고 기분 좋게 탈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서울 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매력적인 자전거길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은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탈 생각이 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본인의 블로그(www.jewon.pe.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 #자전거길, #녹색성장, #저탄소 녹색성장, #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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