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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왼발잡이 토끼의 무덤> 표지
 <어느 왼발잡이 토끼의 무덤> 표지
ⓒ 삶이보이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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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①] <어느 왼발잡이 토끼의 무덤>
강윤화 외 씀, 삶이보이는창 펴냄, 2011년 11월, 240쪽, 1만 원

또 전태일이다. 지겹게 되살아나는 이름. 전태일은 41년 전에 죽은 한 사람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사는 모든 이들을 가리키는 일반명사다. 전태일이라는 이름의 인생들은 지금, 여기에도 수없이 많다. 이 책은 열다섯의 소설가가 발굴한 각기 다른 전태일을 그린 소설집이다.

전태일은 죽어서 상품이 돼버린 슬픈 토끼로 나타나고, 늙은 '꼰대'가 돼버린 전교조 교사들로 나타나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서울이라는 기차에 오른 이주노동자로 나타난다. 전태일을 동상 안에 가두지 않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실체로 살려냈다. 10쪽 안팎의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원고지 분량에 갇히지 않는 긴 여운을 준다.

<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표지
 <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표지
ⓒ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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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②] <몰락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요시다 타로 씀, 송제훈 옮김, 서해문집 펴냄, 2011년 11월, 328쪽, 1만5000원

제목을 잘 봐야 한다. '선진국 몰락'이 아니라 '몰락 선진국'이다. 오직 성장과 경쟁만을 향해 부나비처럼 달려드는 세상. 하지만 그런 집착을 버리고 '선진'적으로 '몰락'한 쿠바가 옳다는 소리다.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의 애독서로 알려진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쓴 요시다 타로가 쿠바의 '안전한 몰락'을 조명한 책이다.

유기농업과 무상복지의 이상향이면서 독재와 빈곤의 나라라는 이중성을 지닌 나라, 쿠바.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의 건축가' 프로그램, 소규모 자영농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농업개혁 등 2000년 이후 쿠바의 사회적 실험들을 추적했다. 현장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긴 르포 형식이라 어렵지 않게 읽힌다.

<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 표지
 <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 표지
ⓒ 살림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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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③] <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
오승현 씀, 살림FRIENDS 펴냄, 2011년 11월, 271쪽, 1만2000원

<오마이뉴스> 기사 검색창에 '동성연애'라는 말을 입력해봤다. 2007년 기사가 딱 하나 검색됐다. 휴, 다행이다. 얼마 전, 아직도 언론에서 '동성애'가 아닌 '동성연애'라는 말을 쓴다고 비판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처럼 무심코 쓰는 말 속에 담긴 차별과 편견의 벽을 보여주는 책이다.

장애우와 장애인, 남녀와 연놈이 담고 있는 뜻의 차이는 크다. 말은 세상을 담는 그릇. 불평등한 말은 불평등한 세상의 증거다. 저자는 약자에 대한 차별의 말을 통해 세상의 차별에 대한 반성을 이끌어내고 있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책이지만, '동성연애나 동성애나 그게 그거지 뭐' 하고 생각하는 어른들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지식의 권유> 표지
 <지식의 권유> 표지
ⓒ 토네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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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④] <지식의 권유>
김진혁 씀, 토네이도 펴냄, 2011년 12월, 288쪽, 1만4000원

EBS의 대표 프로그램이 무엇이냐 물으면 <지식채널e>라고 대답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2005년 방송을 시작한 5분짜리 다큐멘터리. 우리가 너무도 당연히 진실이라 믿는 것들에 대한 의심을 던져주는 것으로 유명해진 프로그램이다. 이 책은 <지식채널e>를 만든 김진혁 PD가 청춘들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다.

그는 강요된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서 마음을 움직이는 지식,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를 알려주는 지식을 권한다. '나꼼수'와 안철수 열풍 등 시사적인 화두를 통해, <지식채널e>에서 보여준 통찰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2008년 광우병 관련 방송으로 부당인사 조치를 당한 그때에 대한 고백이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표지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표지
ⓒ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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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⑤]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강준만 씀, 인물과사상사 펴냄, 2011년 11월, 1만7000원

11월 초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에서 '지잡동' 깃발을 봤다. '진보적지방잡대동맹'. '지잡대(지방에 있는 잡대학들)'라는 자조적인 말에서 시작한 단체로, 우리 사회의 엘리트주의에 반기를 든 젊은이들이다. 엘리트주의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지구촌 8학군'인 미국 아이비리그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지방 사람은 서울로, 강북 사람은 강남으로, 강남 사람은 미국으로. 아이비리그는 우리 사회 서열전쟁의 꼭지점이다. 사회비평의 '대가' 강준만 교수가 직접 아이비리그 대학을 탐방하며 그들의 실체를 추적했다. 능력주의와 엘리트주의로 상징되는 미국 사회의 비밀을 낱낱이 보여주며 오늘의 현실에 브레이크를 건다.


어느 왼발잡이 토끼의 무덤 - 청년 전태일을 키워드로 한 소설가 15인의 짧은 소설

강윤화 외 지음, 삶창(삶이보이는창)(2011)


태그:#새책, #신간, #책소개, #전태일, #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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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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