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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학의 교수는 전임교수와 명예교수, 시간강사 이 세 종류밖에 없었습니다. '명예교수'의 경우 해당 대학에서 15년 이상 교수로 근무하고, 퇴직 당시 총·학장으로 있던 자이거나 또는 재직 중 현저한 업적을 남겨 타의 모범이 되는 자 가운데 선발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교수'라는 직함 앞에 다양한 명칭을 단 교수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초빙교수, 석좌교수, 특임교수, 겸임교수, 객원교수, 외래교수, 연구교수, 강의전담교수 등이 그것입니다. 이같은 현상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다양화되고 또 각계의 우수한 인재를 대학에서 활용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서는 그 가운데 '석좌교수'에 대해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석좌교수(碩座敎授)'란 일반적으로 '기업이나 개인이 기부한 기금으로 연구·강의 활동을 하도록 대학에서 지정한 교수'를 말합니다. 즉, 대학 밖의 기관이나 개인이 별도의 기금을 마련해 특정대학에 기부하면 대학은 그 기부금으로 '연구업적이 뛰어난 자 또는 사계의 권위자'를 초빙해 강의하도록 하는 제도랄 수 있습니다.

연세대학교의 사례를 하나 소개하자면, 지난 1995년 이 대학의 홍신영 명예교수는 연세대 간호대학의 석좌교수 기금으로 자신이 평생 모은 돈 5억 원을 기증한 바 있습니다. 또 1998년에는 일제강점기 때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를 지낸 얼 W. 앤더슨 박사의 아들 폴 앤더슨 변호사가 연세대에 부친의 이름을 딴 '앤더슨 석좌교수'를 창설하기 위해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내놓은 사례도 있습니다.

세종대학교에도 현재 수십 명의 석좌교수가 있습니다. 세종대가 2002년 2월 1일 '석좌교수 규정'을 첫 시행한 걸로 봐서, 이 무렵에 이 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세종대 '석좌교수 규정'에 따르면, '석좌교수'란 "탁월한 연구업적 또는 사회활동을 통하여 국내 및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자를 선임하여 교육과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임용된 자"로서, 자격은 "국내·외적으로 해당 학문분야에서 연구업적이 뛰어난 자 또는 사계의 권위 있는 자"로 규정돼 있습니다. 임명절차는 "소속대학(원)장의 추천으로 교원인사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총장의 제청으로 이사장의 승인을 얻어 임용"하며, 임기는 "1년으로 하며 필요한 경우 1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세종대 석좌교수 규정. 총 8조로 돼 있으며, 자격요건은 연구업적이 뛰어난 외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세종대 석좌교수 규정. 총 8조로 돼 있으며, 자격요건은 연구업적이 뛰어난 외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 정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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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세종대의 석좌교수 운용실태는 과연 어떠할까요? 즉, 세종대 석좌교수들은 과연 "국내·외적으로 해당 학문분야에서 연구업적이 뛰어난 자 또는 사계의 권위 있는 자"들로 구성돼 있을까요? 또 대개의 경우 자체 예산 대신 외부에서 기부금을 받아 그 돈으로 석좌교수들의 인건비 등을 지출하는 게 보통의 경우인데 실제로는 어떠한지, 그리고 이들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강의평가는 어떠한지 등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세종대 석좌교수 30명 가운데 '조중동' 출신 10명

이같은 사항을 취재하던 도중 필자는 우연히 '2011-2학기 석좌교수 명단'을 입수하였습니다. 이 문건을 통해 금년 2학기 현재 강의중인 석좌교수들의 분야별 출신, 전공, 강의과목, 정치적 성향 등에 대해 한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문건에 따르면, 2011년 2학기 현재 전체 석좌교수는 30명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교양학부(23명) 소속이며, 나머지는 아시아학과(2명), 공연예술대학원(1명), 영화예술학과(1명), 경제통상학과(1명), 행정학과(1명), 무용과(1명) 등 소속으로 돼 있습니다. 이들 중 몇몇은 수차례에 걸쳐 몇 년째 석좌교수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건에 언급된 교양학부 소속 석좌교수 23명의 명단과 주요경력(직위), 최초임용일, 전공분야, 강의내용 등은 아래와 같습니다.

장경수 - KBS 보도본부(전 국장) / 2011. 09. 01. / 언론학 / 쓰기와 말하기
최희조 - <문화일보>(전 편집국장) / 2011. 09. 01. / 언론학 / 사회와 가치
이현락 - <동아일보>(전 주필) / 2011. 09. 01. / 경제학 / 사회와 가치
정순영 - 동명대학교(전 총장) / 2011. 09. 01. / 현대문학 / 쓰기와 말하기
이재교 - 법무법인 서울다솔(변호사) / 2011. 09. 01. / 법학 / 특강
유명환 - 외교통상부(전 장관) / 2011. 09. 01. / 행정학 / 특강(북한 핵문제)
김영배 - <중앙일보>(전 논설실장) / 2011. 03. 01. / 정치철학 / 사회와 가치
김종래 - <조선일보>(전 출판국장) / 2011. 03. 01. / 사회학 / ?
변상근 - <조선일보>(전 편집국장대우) / 2011. 03. 01. / 경제학 / 사회와 가치
어경택 - <동아일보>(전 편집국장) / 2011. 03. 01. / 정치학 / 쓰기와 말하기
여영무 - <동아일보>(전 논설위원) / 2011. 03. 01. / 국제법 / 쓰기와 말하기
이상일 - MBC(전 보도본부장) / 2002. 03. 01. / 정치외교학 / 사회와 가치
이영덕 - <조선일보>(전 논설주간) / 2011. 03. 01. / 사회학 / 사회와 가치
이정린 - 국방부(전 차관) / 2011. 03. 01 / 없음 / 사회와 가치 
이한수 - <서울신문>(전 사장) / 2011. 03. 01. / 법학 / 사회와 가치
정홍택 - <한국일보>(전 출판국장, 영상자료원장) / 2011. 03. 01. / 영어학 / 사회와 가치
주광일 - 대전고검(전 검사장) / 2011. 03. 01. / 법학 / 사회와 가치
최준명 - <조선일보>(전 편집국장) / 2011. 03. 01. / 영어교육 / 쓰기와 말하기
남시욱 - <동아일보>(전 편집국장, <문화일보> 사장) / 2009. 10. 01. / 국제정치학 / 21세기 외교전쟁  
김용철 - MBC(전 부사장) - 2010. 09. 01. / 철학 / 쓰기와 말하기
복거일 - 소설가(문화미래포럼 대표) / 2010. 09. 01. / 경영학 / 사회와 가치
이규민 - <동아일보>(전 편집국장) - 2010. 09. 01. / 저널리즘 / 쓰기와 말하기
이홍기 - KBS(전 보도제작국장) - 2010. 09. 01. / 도시계획 / 쓰기와 말하기   

 2011년 2학기 세종대 석좌교수 명단. 총 30명이며 이들 가운데는 수 차례 중임한 사람도 있다.
 2011년 2학기 세종대 석좌교수 명단. 총 30명이며 이들 가운데는 수 차례 중임한 사람도 있다.
ⓒ 정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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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들의 출신 분야를 살펴보면, 전체 23명 가운데 17명이 언론인 출신입니다. 소속사별로는 <조선일보> 출신이 4명, <중앙일보> 출신이 1명, <동아일보> 출신이 5명 등 '조중동' 출신이 10명이며, <문화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 출신이 각 1명씩 포함돼 있습니다. 방송사는 MBC와 KBS 출신이 각 2명씩입니다.

이들은 현역 시절 사장, 부사장, 주필, 편집국장, 논설주간, 보도본부장 등 고위직을 지낸 자들입니다. 그 밖의 분야 인사로는 외교부 장관, 국방부 차관, 대학총장, 검사장 출신 각 1명과 변호사, 소설가가 각 1명씩 포함돼 있습니다. 참고로, 이들 외에도 송복 전 연세대 교수,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현 <중앙일보> 고문), 금창태 전 <중앙일보> 사장(전 <시사저널> 대표), 성병욱 전 <중앙일보> 주필(현 공정언론시민연대 고문) 등도 세종대 석좌교수를 역임한 바 있습니다.

교양필수과목에 집중... 우익 편향 이념교육 우려 

이들의 연령은 60~70대이며, 성향은 하나같이 보수 일색입니다. 이들 가운데 이재교·복거일 등은 이른바 '뉴라이트' 진영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송복·남시욱·여영무 등은 보수진영의 대표적 논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진보 성향 인사로 불릴 만한 사람은 눈을 닦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데, 이는 대학당국이 의도적으로 이런 인사들을 골라서 배치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를 두고 세종대 한 현직교수는 "세종대 석좌교수는 우리 사회 보수진영 퇴물인사들의 양로원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념적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신입생들에게 우익 편향의 교육을 강요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이번엔 이들의 전공분야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법학·행정학(5명), 정치학(4), 언론학(3명), 경제·경영학(3명), 영어(2명), 사회학(2명) 등을 비롯해 군사학, 현대문학, 도시계획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3명(이재교, 유명환, 남시욱)을 제외하고는 전부 '쓰기와 말하기', '사회와 가치' 두 과목 가운데 하나를 맡아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세종대 '석좌교수 규정'에 따르면, 석좌교수 자격은 "국내·외적으로 해당 학문분야에서 연구업적이 뛰어난 자 또는 사계의 권위 있는 자"로 규정돼 있습니다. 교양학부 석좌교수 23명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는 불과 4명(장경수, 이재교, 여영무, 주광일)에 불과합니다. 학위나 이들의 과거 활동상 그 어떤 것을 놓고 봐도 '자격'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보수 일색의 세종대 석좌교수들 왼쪽부터 이재교 변호사,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여영무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남시욱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소설가 복거일씨
▲ 보수 일색의 세종대 석좌교수들 왼쪽부터 이재교 변호사,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여영무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남시욱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소설가 복거일씨
ⓒ 정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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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맡고 있는 '쓰기와 말하기' '사회와 가치' 두 과목은 교양필수과목(3학점, 3시간)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따라서 세종대에 입학한 학생이라면 교양학부에서 이 두 과목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세종대 교양학부의 교양필수과목은 이 두 과목을 비롯해 '영어1·2', '영어3·4'(각 2시간, 2학점) 등 총 4과목에 불과합니다. 이에 반해 교양선택과목은 '사상과 역사 영역'(50여 강좌) 등 5개 영역에 강좌 수가 무려 300여 개에 달합니다.

다시 말해 세종대 당국은 영어와 함께 '쓰기와 말하기', '사회와 가치' 이 두 과목에 커다란 비중을 두고 있는 셈인데, 보수 일색의 석좌교수들이 '건전한 세계관과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신입생들에게 우익 편향의 이념교육을 주입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석좌교수 운용 기금 '전무'... 전액 교비 사용

우익편향 이념교육에 대한 우려는 비단 석좌교수만이 아닙니다. 이른바 '명사특강'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세종대 홈페이지에서 '명사특강'으로 검색해보면, 2010년 및 2011년도 '명사특강' 관련 기록이 공개돼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금년에는 유인촌 전 문화관광부 장관(3. 17.),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4. 7.), 고승덕 한나라당 국회의원(5. 19.), 모철민 문광부 차관(5. 26.),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9. 29.), 박성조 세종대 석좌교수(전 베를린자유대 교수, 10. 27.), 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11. 10.) 등이 특강을 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이명박 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정·관계의 고위인사들로 보수 성향의 인사들이 대부분입니다. 석좌교수들에 이어 또 하나의 보수이념 전파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석좌교수 얘기로 돌아가서 이번에는 재원 문제를 한번 점검해 보겠습니다. 첫머리에서 소개한 대로 석좌교수란 '기업이나 개인이 기부한 기금으로 연구·강의 활동을 하도록 대학에서 지정한 교수'를 말합니다. 즉 석좌교수 관련 경비는 대학 밖의 기관이나 개인이 낸 기부금으로 충당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렇다면 세종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세종대 '석좌교수 규정' 제8조(재원)에 따르면, "재원은 기업, 외부기관, 개인교부금 및 교비에 의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종대 교양학부 수업담당 부서인 교무과와 대학 발전기금 담당부서인 대외협력과에 전화로 문의한 결과 현재 세종대에는 석좌교수제 운용을 위해 조성한 기금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세종대는 '외부 기부금'을 마련해 석좌교수제를 운용하는 일반적인 상례와는 달리 석좌교수 30명의 경비 전액을 교비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는 현 석좌교수들의 전문성이나 이념적 편향성은 별개로 치더라도 석좌교수제 운용의 보편적 취지와도 거리가 멀어 예산(교비) 낭비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화교수협의회 소속의 한 현직교수는 "세종대 감사실의 자체 감사기능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석좌교수제의 바람직한 운용을 위해 관련 시민단체나 교과부 당국의 비판과 감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하나 덧붙일 것은, '쓰기와 말하기'를 수강한 학생들에 따르면, 해당 교재를 세종대출판부에서 제작해 판매하는데, 수강생들은 교재 속에 있는 원고지에 과제물을 작성한 후 이를 찢어서 제출하도록 돼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 강좌는 선배들이 사용한 교재를 재활용할 수도 없어 수강생 전원이 불가피하게 교재를 구입해야 하는데 가격(1만5000원)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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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언론사에서 근무했고, 친일청산 등 역사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평소 그 무엇으로부터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갈망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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