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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12월 1일, 대한민국 법률 제10호로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은 여러 변천을 거쳐 올해로 63년째를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국가보안법이 저지른 악행은 익히 알려져 있으며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에 역행한다는 비판은 치명적입니다. 심지어 미국 등 주요국들로부터 폐지권고를 받았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와 국가보안법긴급대응모임은 12월 1일을 맞아 'NO! 국가보안법, STOP! 국가보안법' 기치 아래 국가보안법 대응주간을 설정하고 12월 9일까지 연속 기고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조국 서울대 교수는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진보집권플랜"에 대해 강연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8월 19일 저녁 창원대에서 <진보집권플랜>에 대해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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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류역사에서 사상의 자유를 가장 철저하게 말살한 인물이 둘 있다. 법가의 책만 빼고 제자백가의 모든 책을 불태웠던 진시황, 그리고 나치가 허가한 것만 빼고 공공도서관의 모든 책을 불태웠던 히틀러가 그들이다… (중략) 지금 두려움 없이 공산당 선언을 읽는 나는 행복하다" - 유시민, <청춘의 독서> 56페이지

"지금 두려움 없이 공산당 선언을 읽는 나는 행복하다." 40~50대 이상의 분들에게 이 문장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유신과 5공 시절에는 공산당 선언을 읽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그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감옥에 갈 각오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말한 '두려움'은 단순한 관념이 아닌 실존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행복'과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그 '행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까? 불행하게도 그러하지 못하다. 2011년 대한민국 법원은 <공산당선언><마르크스-엥겔스 선집>을 이적표현물이라고 판결했다. 또 김수행 교수가 번역한 <자본론><프랑스혁명연구><해방전후사의 인식><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도 줄줄이 법원의 심판대에 올라가 있다.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지는 않았지만, 공안기관이 이적성이 있다고 하여 압수해 간 책들의 목록은 더 황당하다. 대표적인 것이 조국-오연호의 <진보집권플랜>이다. 이 책들을 읽는 데 새삼 용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모습이 이명박 대통령께서 설파하신 '국격'에 치명적인 손상을 끼치는 일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인류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책을 이적표현물이라고 하여 형벌을 준다면, 오바마 대통령도 웃을 것이다.

#2

지난 10월 14일 법원은 생후 19개월 된 딸을 둔 어머니에게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징역 3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19개월의 아기이면 엄마의 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그러한 시기에 아기에게서 엄마를 빼앗아 갈 만큼의 중대한 이유가 있었던 걸까? 법원이 이러한 중형을 선고한 것은 전국대학 학생회 선거 결과를 북한 학생단체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 때문이다. 법원은 국가기밀을 북한에 넘겨준 간첩죄라고 판시하였다.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학생회 선거결과를 입력해 보라. 각 대학 학생회 선거결과는 물론 그 성향까지 다 나온다. 이게 국가기밀인가? 그렇단다.

대법원은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에 정해진 기밀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하여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이 되는 모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 기밀에 해당한다고 본다. "모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이 포인트 되겠다. 그러면 묻고 싶은 것이 국가기밀이 아닌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 판결이 황당한 또 다른 이유는 과거 참여정부 때 통일부의 방북승인을 받아 적법하게 이루어진 일들을 이명박 정부 교체 이후 문제삼았다는 점이다. 비단 이 사례뿐만 아니다. 6·15. 10·4선언을 부정하고 있다는 문제 외에 과거의 적법이 시간이 흘러 불법으로 변모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대단히 위험하다.

하지만 법원은 이런 이유로 19개월 된 아기로부터 엄마를 빼앗아 구치소에 수감시켜두고는 하루에 10분의 시간만 엄마와 딸의 상봉을 허락해 주고 있다. 그것도 살과 살을 부빌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아크릴판을 사이에 둔 채 말이다.

#3

 3월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 경찰청앞에서 대학생 연합 학술동아리'자본주의 연구회'와 교수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자본주의연구회 이적규정 조작음모 분쇄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진보적인 경제연구 학술단체 회원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압수수색 한 것은 고물가, 고실업률 등으로 나빠진 국민들의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3월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 경찰청앞에서 대학생 연합 학술동아리'자본주의 연구회'와 교수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자본주의연구회 이적규정 조작음모 분쇄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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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이 부끄럽고 서글프다. 책을 읽는 것이 범죄가 되는 나라, IT강국에서 인터넷으로 검색어만 집어넣으면 그 정보가 주르륵 뜨는데 그 정보가 국가기밀이라고 간첩의 낙인을 찍는 나라, 생후 19개월 된 딸에게서 특별한 사정도 없이 어머니를 뺏어가는 나라. 이것뿐이 아니다. 2011년 국가보안법 황당사례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소위 '왕재산 사건'은 그 사안의 마디마디, 굽이굽이마다 황당한 사례가 빼곡하다. 국정원은 5명 내지 10명이 인천의 방송국과 공공기관을 접수할 수 있다든지, 5명이 진보정당 통합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든지 하는 고전적인 초식 외에 이를 넘어서는 초절정 초식을 선보였다.

단식중인 피의자에게 피자 냄새를 풍기면서 진술을 강요한 것은 정말이지 국정원의 수준을 그간 과소평가했다는 반성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여기에다 툭하면 터지는 탈북자 간첩사건은 국정원이 탈북자들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소식과 함께 무언가 향기롭지 않은 냄새를 진하게 풍긴다.

이런 일들은 도대체 왜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상식있는 건전한 시민이라면 부끄럽고 서글퍼할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까닭이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국가보안법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칼을 휘두르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 때문이다. 2007년 39건의 국가보안법 입건자 수는 2008년 40건, 2009년 70건을 기록하더니 2010년에는 151건을 기록했다.

역대 검찰총장 중 취임사에서 '종북좌파 척결'을 외친 사람은 지금 검찰총장을 하는 사람이 처음이란다. 이러니 공산당선언도 이적표현물이요, 인터넷에 검색되는 정보도 국가기밀이 되는 거다. 그러고도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국격과 공정사회를 말씀하신다. 이 분이 국어(미국어가 아니라 한국어!)시간에 심하게 존 것이 아닌가 싶다.

#4

그럼 이명박 정부는 무엇 때문에 이런 창피한 일들을 창피한 줄도 모르고 마구 벌이는 것일까? 그건 이 정부가 북한에 대하여 보이고 있는 행태들을 보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국가보안법이 북한을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반국가단체로 상정하고 운용되는 법인 것이야 누구나 안다. 북한과 평화공존 하고자 한다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적용을 억제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그랬다.

그런데 이 정부는 임기초반부터 북한을 거의 거렁뱅이, 깡패 취급했다. 식량지원 끊겠다고 협박하면 굴종하리라는 기대가 오판으로 판명나자 이제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면서 대북무시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을 자극하는 일만은 잊지 않았다. 그러다가 천안함, 연평도 사건으로 이 정부의 대북정책은 파산을 선고받았다. 그 와중에 천안함 사건에 관하여 사과를 구걸하다가 망신을 당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 대결 적대시 정책은 필연적으로 국가보안법의 남용을 초래하게 되어 있었다. 매년 사건 수의 폭발적 증가세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임기초반의 국가보안법 양상은 그 적용에 조심이라도 한 흔적이 보이는데, 2011년에는 아예 안면몰수, 후안무치이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공산당 선언도 이적표현물, 자본론도 이적표현물, 인터넷 검색 정보도 국가기밀이라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은 이제 단순한 민족통일의 과제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마저도 위협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5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이성적 측면이 요구하는 본연의 욕구다. 한편, 사람이 피붙이에 대해 갖는 애틋해 하고 사랑해 하는 감정은 인간의 감성적 측면에서의 본능적 욕구다. 국격을 갖춘 제대로 된 국가라면, 인간이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그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 또한 부모와 자식을 갈라 놓는 일은 국격을 운운할 것도 없이 대단히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때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문명국가가 별건가?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는 국가가 문명국가 아닌가?

우리 헌법 제10조가 명언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말은 쉽게 말해 국가는 국민에게 사람대접을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2011년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사람이 사람대접을 받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국가보안법도 그 원인 중의 하나다.

자! 어쩔 것인가? 국가보안법과의 이 괴롭고 힘든 동거를 계속하면서 민주주의 훼손과 남북 간의 대결적 모습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볼 것인가? 답은 자명하다. 국가보안법이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에 역행하는 악법임에 공감한다면 이제 폐지의 한길에서 만나는 일만 남았다. 그 한길에서 만나 다음과 같이 외쳐보자. NO! 국가보안법, STOP! 국가보안법!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이광철 변호사는 법무법인 창신 소속 변호사이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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