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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강정마을.
ⓒ 김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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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월드컵경기장 앞 정류장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10여 분, 강정 마을에 도착했다.

내 친구 중 몇 명이 사는 동네. 몇 년 전부터 해군 기지 문제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서귀포시에 평범한 마을.

"여기 사람들끼리 잔치 먹으래도 안 간댄 행게마는. 전경 버스가 몇 십대꽝. 분위기 살벌해 마씸. 이장 또 잡혀갔댄 해라?"     

수능 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접한 강정의 소식에 호기심이 동해 몇 번 다녀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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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강정에 왔을 때에는 여름이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분께 대뜸 여쭤봤다.

"여기 분이세요? 아니세요? 근데 여기 왜 계시는 거에요?"
"해군 기지 때문에 왔다가 강정이 정말 좋아서 이사 왔어요." 

옆으로는 그분 아들로 보이는 꼬마애가 뛰어다닌다. 안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자 몇 분이 더 계신다.

"여기 상황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가요?"

강정이 해군기지로 선정된 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는 내용을 들었다. 반대할 만 했구나. 차를 한 잔 얻어 먹고 풍림콘도 쪽으로 올레 코스를 걸었다.

바다가 보인다. 시원하다. 새 몇 마리가 날아간다. 내 고향 제주도를 사랑하는 이유. 바다, 나무, 노을. 우리 동네 말고, 강정 바다도 역시! 좋다!

강정마을.
 강정마을.
ⓒ 김주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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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방문은 시월, 쌀쌀한 날씨에 늦은 밤. 충격적이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수천 명의 경찰들도 그렇지만, 강정문화제 말이다. 경찰관 아저씨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 경직된 분위기에서 잔뜩 긴장을 했는데, 문화제 장소로 걸어 들어가자 무대 위에선 아줌마 한 분이 민요를 개사해 해군을 물러가라며 한 곡 뽑고 계시다. 구성지다. 아래에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강강술래를 하고 있네? 재미있어 보인다. 나도 하고 싶네?

그날밤. 지나가는 아저씨들께 학생들은 여기 오지 말라며 공부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수십 대의 경찰 버스를 보고, 우리 아빠 얼굴을 한 번 보고. 한 달 남은 수능 공부하러 가야 했지만….

수능은 끝났고 친구에게 강정에 가자고 전화를 걸었다. 싫다고 한다. 이미 대학생인 친구들은 관심이 없다. 강정 해군기지 따위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유를 물어봐도 대답이 시원찮다.

기억을 따라 길을 걷는데 그새 플래카드들이 더 늘었다.

"신혼 여행 너거 땜에 강정 왔다"
"강정 바다는 해군이 아니라 해녀를 부른다"
"해군기지 예산을 평화의 섬 실천 예산으로"
"stop conflict save food save future"
"제주도가 해군 기지 없는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기를 기원합니다"

거리에는 "해군 출입 금지" "해군 기지 반대", 벽에는 울타리와 철조망이 쳐져 있고, 시민들이 폭행당한 사진이 나열되어 있다. 작은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는 해군 기지를 반대하는 노래를 녹음하느라 한창이다.

조용한 마을에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다.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태그:#강정 마을 , #해군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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