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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자 0명.

대한민국 근대교육이 시작된 후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자율형사립고(자사고)라는 간판을 달고 신입생을 모집하는 동양고에서 응시생이 한 명도 없었다. 정확하게는 20여 명이 지원서를 냈다가 응시율이 저조해 원서를 찾아갔다.

강남과 강북의 극심한 차이, 사회적배려대상자 대거 미달 등 근본적인 문제는 올해에도 여전히 반복됐다. 어떻게,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됐을까? 자율형사립고가 어쩌다가 '지원자 0명, 절반에 가까운 학교 미달,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은 36개 중 30개 학교 미달'이라는 비참한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 한번 살펴보자.

 2012학년도 자율형사립고 신입생 전형. 지원자 0명학교, 수백명 미달학교 뿐 아니라 강남북의 극심한 차이,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의 무더기 미달(26개 중 20개교 미달) 등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MB정부 교육정책 1호라는 자율형사립과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2012학년도 자율형사립고 신입생 전형. 지원자 0명학교, 수백명 미달학교 뿐 아니라 강남북의 극심한 차이,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의 무더기 미달(26개 중 20개교 미달) 등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MB정부 교육정책 1호라는 자율형사립과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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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총감독, 이주호 기획, 공정택 현장소장... 공사판식 추진

자사고는 'MB 교육공약 1호'라고 불릴 정도로 현 정부 대표적인 초·중등교육 정책이다. 학교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MB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학교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국에 100개의 자사고를 설립한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이 제도를 처음 제안한 것은 17대 국회 교육상임위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었다. 이주호 의원은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의 '일류국가비전위원회 교육분과위원장'을 맡아 이 정책을 입안했다. 제안 취지는 '학교 간 경쟁을 통한 사교육비 감축'이었다.

2008년, 그는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사회문화분과 간사를 맡아 자사고 도입 계획을 구체화했고, 청와대의 초대 교육문화수석으로서 자사고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자사고 추진은 큰 난관에 부딪혔다. '자사고가 제2의 특목고가 돼 귀족학교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증가와 교육 양극화 심화 등 초·중·고 교육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자사고 추진이 본격화되던 시기에 시행된 각종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MB정부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자사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월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자사고 등 MB 교육정책이 추진될 경우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이 48.8%에 달해, '변화 없다(26.6%)', '줄어들 것(14.3%)'이라는 여론을 압도했다.

2009년 2월 한길리서치 전국 여론조사 결과에는 자사고에 대한 찬성 여론은 24.4%밖에 되지 않는데, 반대 여론은 찬성의 3배가 넘는 73.4%였다. 지방도 사정은 비슷했다. 2009년 6월 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광주시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여론(58.8%)이 찬성 여론(33.8%)을 앞질렀다.

MB정부가 의욕적으로 실시하고자 했던 자사고에 대해 실시된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온 적은 없었다. 이런 결과를 반영하듯 2008년 12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MB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17.4%인데 반해 부정적 평가는 그의 3배인 50.4%로 나타났다.

국민 반대여론-국회? 그까이거 그냥 건너뛰어

이렇게 국민적 지지도가 낮은 자사고를 밀어붙였지만 이 제도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법적인 문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던 자사고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31조 "⑥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에 의해 학교 교육 관련 교육제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는 '교육제도 법정주의(교육제도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재2000헌바26(2001년 11월 29일 선고)' 판결을 통해 "헌법 조항(제31조)에서 말하는 '법률'이라 함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가 제정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한다"고 해 헌법 제31조는 '국회 입법'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학교제도인 자사고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국회입법인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자사고의 모태인 자립형사립고가 초중등교육법에 설립 근거 조항이 없어 2009년까지도 5년 동안 시범운영 했던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민적 지지가 부족하고, 귀족학교 논란이나 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문제 제기 때문에 국회에서 법을 고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MB정부는 국회를 건너뛰고 곧바로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치는 꼼수를 부렸다.

2009년 3월 MB정부는 초중등교육법은 그대로 놔두고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교육과학기술부장관령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운영에 관한 규칙'이라는 것을 만듦으로써 이를 피해 갔다. 당연히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한 위헌이며, 국회 입법권에 대한 침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MB정부는 이를 무시했고 자사고는 그대로 시행됐다.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자사고 100개교' 추진은 다시 벽에 부딪혔다. 우리나라 사학의 영세성 때문이었다. MB정부는 자사고만 만들어 놓으면 학생들이 알아서 지원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자율형사립고 마지막 구세주는 공정택 서울교육감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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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는 전국적으로 30곳이 선정돼 2010년 문을 열게 됐다. 하지만 목표였던 100개는커녕 절반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자사고 지정을 위한 최소 기준인 납입금 대비 재단전입금(광역시 5%, 도 단위 3%) 기준을 충족하는 사학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원도나 충청북도 등은 아예 신청학교가 하나도 없었고, 그나마 경상남도는 신청했던 학교마저 스스로 철회하고 말았다.

이때 다시 구세주로 등장한 것이 'MB교육 돌격대'로 불리던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이었다. 사실 자사고는 MB의 대선 공약이었지 공정택 전 교육감의 선거공약이 아니었다. 공정택 전 교육감도 자사고보다는 학교 선택제에 더 애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2008년 교육감 재선에 성공한 공정택 전 교육감이 당선되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청와대였다. 그는 "대통령이 소신껏 잘하라고 했다"는 말을 해 교육감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잇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어쨌든 자사고에 시큰둥했던 공정택 전 교육감은 청와대를 다녀온 후 태도가 180도 돌변해 자율형사립고 선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런데 그가 장학사와 교장 매관매직 뇌물 사건으로 구속되자 권한대행이 나서 자사고 지정에 나섰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 나선 곽노현 후보는 자사고 제도 자체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선거에서 당선된 차기 교육감에게 최종 지정을 맡길 것'을 요구했지만 당시 서울교육청(권한대행 이성희)은 전환 신청을 한 모든 학교를 자사고로 확정해서 발표해 버렸다.

이렇게 해서 전국 50개, 서울에만 27개의 자사고가 생겨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역적 배려도 별로 없었고, 자사고로 확정된 학교들이 재단전입금을 거의 낼 수 없는 영세사학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자사고의 운명은... 출구전략 만들어야 하나?

 자사고는 이명박 대통령이 총감독으로 지휘하고, 이주호 장관(17대 국회 교육상임위 때)이 기획하고,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이 현장감독으로 앞장서서 만들어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자사고는 이명박 대통령이 총감독으로 지휘하고, 이주호 장관(17대 국회 교육상임위 때)이 기획하고,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이 현장감독으로 앞장서서 만들어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 청와대/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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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는 MB가 총감독으로 지휘하고, 이주호 장관이 기획하고,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이 현장감독으로 앞장서서 만들어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국민적 반대와 위헌 시비까지 무시하고 공사판처럼 밀어붙여 만들어진 구조에서 자사고의 대량미달 사태는 예견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동양고는 자사고 지정이 취소될 것이 확실하고, 용문고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자사고 도입된 첫 해인 2010년, 일부 언론들은 일부 전형을 두고 '자사고 대박'이라고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일반전형 경쟁률이 2.8대 1에 머물렀다. 그것도 2011년에는 1.4대 1로, 올해는 1.3대 1로 곤두박질쳤다.

잘 나가는 자사고도 마냥 좋아할 만한 사정은 아니다.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한가람고(여학생 전형)의 경우 첫해 1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0년 5.4대 1로 반 토막이 나더니, 올해는 3.7대 1로 급감했다.

남학생 전형의 경우에는 겨우 정원에 30여 명을 더 채운 수준이다. 강남의 중동고 역시 첫해 5.27대 1에서, 지난해 2.5대 1로 급감, 올해는 1.9 대 1로 떨어졌다. 또한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은 정원을 채우지도 못해 미달되는 망신을 당했다.

강북 최고의 경쟁률을 자랑한다는 신일고와 중앙고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첫해 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신일고는 둘째 해 2.7대 1에서 올해 1.9대 1로 떨어졌다. 중앙고도 작년 2.1대 1에서 1.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정원을 한 명도 채우지 못한 동양고에서부터 수백 명의 미달을 기록한 용문고, 장훈고, 우신고 등은 더 말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교과부가 출구 전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접어든 것이다. 재정적 자립을 전제로 시작됐던 자사고지만, 지난해 용문고는 신입생 충원율 미달 때문에 정부로부터 7억 원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 자사고를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시킨 첫 번째 사례가 탄생한 것이다.

장밋빛 기대로 시작됐던 자사고가 어느새 MB정부의 애물단지가 될 위기에 처해있다. 백년대계라고 하는 교육정책을 정권의 필요에 따라 공사판처럼 하려다가 생긴 재앙인 셈이다. 교과부는 전형 자율화와 수시 모집 등의 방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반대에 부딪혔고, 얼마나 효과를 낼지도 미지수이다. 학교들로서는 현재 MB정부가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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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