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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에서 카페를? 무척 낭만적인 말 같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안 낭만적인 이야기.
 홍대에서 카페를? 무척 낭만적인 말 같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안 낭만적인 이야기.
ⓒ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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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도 막바지. 까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요즘, '나도 이런 까페 하나 가져 보고 싶다'는 생각 한 번 안해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직장과 사회에서의 시달림은 그런 욕망을 부추긴다. 서점에는 이런 이들을 위한 책도 적잖이 나와 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고 나는 내 주변의 홍대 까페 주인들로부터 듣는 그들의 고충 한 단면만 짧막하게 적어보려 한다. 참고로 나는 현재 홍대 앞에서 작은 이태리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테이크아웃에 할인쿠폰, 카드 결제... 커피 팔아선 남는 게 없다

재훈씨(가명)는 지금이 두 번째 까페 운영이다. 전에는 친구와 동업 형태로 다른 까페를 운영하다가 술 판매를 꺼리는 재훈씨가 따로 나와서 지금의 까페를 차렸다. 올여름 재훈씨 까페는 수익을 거의 내지 못했다. 비가 잦아 테이크아웃 손님이 부쩍 줄었고 거기에 인근에 몇 개의 까페가 새롭게 문을 열면서 이들이 오픈 기념으로 테이크아웃 커피를 1000원까지 할인판매한 것. 이 지경에 이르자 단골 몇몇을 제외하곤 손님이 거의 없었다.

9평 남짓한 가게의 월세는 한 달에 100만 원. 여기에 공과금과 재료구입비, 아르바이트 인건비를 더하면 재훈씨에게 떨어지는 몫은 까페의 사장이 가져가는 돈이라고 하기엔 초라한 수준이다. 가격도 많이 내려가 수익률도 나빠졌다. 재훈씨의 까페에서 아메리카노는 2500원까지 내려갔고 테이크아웃하면 500원을 할인해 준다. 2000원에 테이크아웃하면서 카드로 결제하고 할인쿠폰 도장까지 받아가면 대체 남는 게 없건만 종종 그런 손님들도 있다고 한다. 지난 겨울, 재훈씨는 지인의 소개로 어느 사무실의 컴퓨터 앞에서 DB 입력작업의 아르바이트를 3개월간 했다. 그 벌이가 가게서 버는 것보다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홍대에서 카페 차려서 대박을? 꿈깨시라. 월급쟁이보다 못한 돈을 챙겨가는 사장님들이 수두룩하다. 카페 격전지에서 살아남으려면 웬만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홍대에서 카페 차려서 대박을? 꿈깨시라. 월급쟁이보다 못한 돈을 챙겨가는 사장님들이 수두룩하다. 카페 격전지에서 살아남으려면 웬만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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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동에서 까페를 운영하는 홍수영은 나의 친구다. 영화제 관련 일을 하던 그는 언제부턴가 커피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고 드디어 작년 3월, 핸드 드립을 전문으로 하는 까페를 차렸다. 커피맛에 민감한 손님들은 다소 비싸더라도 그의 까페를 찾는다. 그 때문에 수익률이 나쁘지는 않지만 회전율이 높지 않아 역시 비슷한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한계를 넘어서고자 작은 케이크를 직접 구워 내더니 최근엔 샌드위치도 새롭게 시작했다.

홍대 앞의 이야기를 주제를 잡아 매월 전하는 소식지 <스트리트 H>는 작년 9월에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 하나를 실었다. '홍대앞 까페사장님들, 밥은 먹고 사십니까?'가 그것. 고공행진하는 권리금과 월세의 살인적 비용속에서 과연 살아남을 까페는 얼마나 될까 걱정하는 것이 기사의 요지. 독특한 개성과 푸근한 겉모습, 허나 많은 까페들이 저조한 수익에서 신음하고 있음을 기사는 보여준다. 

권리금 7000만 원 줄 테니... 부동산의 달콤한 유혹

이런 상황을 기회로 활용하는 이들은 부동산이다. 그들은 얌전히 장사하고 있는 까페에 전화를 걸어 가게 내놓을 계획 없냐고 줄기차게 묻는다. 당장 그럴 계획이 없더라도 높은 권리금을 제시하면 까페 주인들은 '살짝'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재훈씨의 경우도 얼마 전 걸려온 전화에 살짝 짜증이 나 권리금으로 버럭 7000만 원을 불렀다. 그러자 돌아온 부동산의 답변은 매출을 공개해줄 수 있느냐는 것. 재훈씨는 그럴 수 없다고 했고 이후 전화는 잠시 뜸해진 상황이다.

홍수영의 경우도 비슷하다. 올 여름, 9000만 원을 제시하는 부동산이 나타났으나 가게를 차린 지 이제 겨우 1년이 조금 넘어선 시점이라 그는 제안을 거부했다. 솔깃하기도 했지만 불쾌하기도 했다. 그는 친구들 힘까지 빌려 가게의 모든 것을 꾸미는데 몸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부동산이 또 다시 전화를 걸어올 것이라 믿고 있다. 부동산은 건물주인, 집주인, 심지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가게 주인들에게까지 높은 권리금, 내지는 임대료를 제시하며 새로운 수요자를 물어 온다. 건물 주인로선 이전 세입자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고 현 세입자는 신규 세입자로부터 높은 권리금을 받을 수 있고 부동산은 그 높은 비용이 낳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홍대에서 카페를 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살인적인 권리금과 고공행진하는 월세의 틈바구니 속에서 돈을 제대로 챙겨가는 카페 사장님들이 얼마나 있을까
 홍대에서 카페를 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살인적인 권리금과 고공행진하는 월세의 틈바구니 속에서 돈을 제대로 챙겨가는 카페 사장님들이 얼마나 있을까.
ⓒ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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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가게일을 마치고 홍대 일대를 산책하다 새로 문을 연, 테이블 4개 남짓의 작은 까페 앞에 발걸음이 멈췄다. 오픈한 지 2주 된, 그야말로 새내기 까페였다. 위치를 가늠해보니 아무래도 좋은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아 보였다.

가게 앞에서 오픈 이벤트라며 작은 벼룩시장도 펼쳤기에 거기서 털모자 하나를 구입했다. 그리고 나도 장사하는 사람이라 밝힌 뒤 조심스레 권리금을 물었다. 어느 할머니가 운영하던 오래된 김밥집이었는데 4000만 원 달라던 요구를 깎아 3500만 원을 건넸다고 한다. 6평 남짓한 공간에 핵심 상권에서도 비켜서 있지만 권리금이 그렇게 오고간다.

나중에 더 높은 권리금을 받고 나가면 손해를 만회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권리금이란 것이 어디까지나 상인들간의 지극히 개인적 거래일 뿐, 법적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다.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건물주인이 나가 달라고 하면 권리금 한 푼 못받고 나와야 하는데 실제 그런 일도 종종 벌어진다. 홍대에서 까페문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한 까페는 건물주인이 그 자리를 딸에게 가게로 내주면서 결국 권리금을 받지 못하고 가게를 비워야 했다. 이 이야기는 이 바닥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이야기다. 

망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없으면 카페 차리세요

재훈씨는 종종 까페 운영의 조언을 듣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있으면 거의 만류한다고 한다.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니거니와 개중엔 환상을 갖고 있는 이들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가지의 경우는 예외인데 하나는 망해도 다시 돌아갈 직장이 있거나 기술이 있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정말 돈이 많은 경우다. 힘들게 회사 다니며 저축한 돈 긁어모아 몽땅 가게에 투자하는 경우는 어떻게든 말리고 싶다는 게 재훈씨의 생각이다.

홍수영의 경우는 굳이 까페를 하겠다고 나선다면 적어도 커피에 있어서 실력을 단단히 쌓고 뛰어들라고 충고한다. 그점에서 자신만의 능력과 차별화를 갖추지 못하면 까페 격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홍대앞에서 살아남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까페를 운영하겠다면 이미 포화에 이른 홍대보다는 직장인이나 학생 등, 젊은층들의 거주율이 높은 서울 각지의 동네 골목길을 유심히 연구해 보는 것이 생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게 재훈씨의 마지막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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