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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하는 자의 광주> 광주 민들레 바람에 날다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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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720권의 책이 배달됐다. 한 권당 2만 원씩, 무려 1440만 원어치다. 15일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보내진 책은 "광주 청문회 보고서의 압축본"이라 할만한 <기억하는 자의 광주-광주 민들레 바람에 날다>(이해찬, 유시민 외 공저)이다.

보낸 이는 책을 편집한 박정원씨다. 박 편집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 5·18 민주화운동을 삭제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통령에게 책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지난해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에 맞춰 출간된 것으로, 1990년 발간된 <광주민주항쟁>(정상용, 조홍규, 이해찬, 송선태, 서대석, 이강술, 유시민, 차영귀, 송상규 공저)을 개정·증보한 것이다. 전자화된 자료가 없어 590쪽 분량을 일일이 타이핑하면서 1980년~1987년까지의 과정을 추가하고, 신문사들이 보유한 현장 사진을 일일이 사서 재편집했다. 비용도 모두 박 편집자가 사비를 털어서 댔다. 

그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삭제된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대통령부터 책을 읽어보고 측근들에게 배포해달라는 의미로 편지를 함께 써서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을 집필기준에서 삭제하는 것은 광주의 역사를 사생아처럼 취급하는 일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반응은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문자였다. 청와대 경비단에서는 "책을 반송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고, 책을 보낸 의미를 묻는 종로경찰서 정보과 형사의 '반갑지 않은' 전화도 받았다.

박 편집자는 "물론 항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지만 책을 보낸 게 나쁜 방법은 아니지 않냐"며 "소통, 소통하면서 대통령한테 편지 하나도 전해주지 못하는 불통 정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대통령이 비서실 직원한테 책을 나눠주고 5·18 민주화운동을 집필 기준에 넣겠다고 하면 얼마나 칭찬 받겠나"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정부의 '5.18 삭제 방침'에 대해 "기득권층들은 자신의 과오를 후대에 숨기려 해왔다"며 "교과서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빠지게 되면 중학생들은 그런 역사가 있었다는 것도 모르게 된다, 이것이 광주항쟁을 삭제한 이들의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절대로 역사를 그렇게 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과서에서 5·18 민주화운동 빠지면 그런 역사 모르게 될 것"

다음은 박정원씨와의 일문일답 전문과 박씨가 대통령께 보낸 편지 전문이다.

- 청와대로 본인이 편집한 책 <기억하는 자의 광주 - 광주 민들레 바람에 날다>을 보냈다고. 어떤 뜻이었나.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에 5·18 민주화운동이 누락됐다. 국사편찬위원장의 말 들어봐도 '집필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고 한다. 조처를 되돌릴 생각이 없는 것이다. 5.18은 국가 기념일이고 특별법으로 지정된 역사인데, 이를 부정하는 것이다. '기억하는 자의 광주'는 2010년 5·18 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으로 낸 책이다. 이 책을 대통령부터 읽어보고 측근들에게 쭉 배포해달라는 의미로 오늘(15일) 책과 함께 편지를 써 보냈다. 총 720권을 보냈다."

- 청와대에서 반응이 있던가.
"경호실에서 받았나 보더라. 경비단 쪽에서 전화가 와서는 반송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이 대통령한테 쓴 편지가 있는데 경비단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지 않냐고 따졌다. 이후 청와대 비서실에 전화를 했는데, '해당 부서를 선택해 녹음하라'고 하더라. 그러더니 조금 전에 '청와대는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문자가 왔다. 그러더니 종로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전화를 했다. 물론, 책을 보낸 데에는 항의성이 담겨 있다. 그러나 나쁜 방법이 아니지 않나. 책과 편지를 읽어보고, 제대로 된 정보면 일독해 봐야 하지 않나. 소통, 소통하면서 대통령한테 편지 하나도 못 전해주는 불통 정부다. 비서실 직원한테 책을 죽 나눠주고 5·18 민주화운동을 집필 기준에 넣겠다고 하면 얼마나 칭찬 받겠나."

-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교과서 집필 기준에서 삭제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광주의 역사를 사생아처럼 취급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책을 보내게 됐다. '읽어봐라, 광주의 역사가 거짓말인가' 말하고 싶었다."

- 삭제 방침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나.
"민주공화국을 세운 이래 기득권 층들은 자신의 과오를 후대에 숨기려 해왔다. 잘못된 것도 다 기록하는 것이 역사다. 요즘 젊은이들은 광주항쟁을 잘 모르지만, 교과서에서 마저 빠지만 중학생들은 그런 역사가 있었다는 것도 모르게 된다. 그걸 바라는 게 광주항쟁을 집필 기준에서 삭제한 이들의 의도다. 절대로 역사를 그렇게 세워서는 안 된다."

- 책이 반송돼 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청와대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일단 지켜볼 생각이다. 일단 책이 돌아오면 기부해서 '광주항쟁 역사를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편지 전문] 존경하는 대통령님께
저는 가난하고 힘도 없는 매우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입니다.

이즈음 중학교 교과서 집필 기준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는 보도를 보고 놀란바, 대통령님의 권유로 많은 분이 읽으셨으면 하는 책이 있어 선물로 보내면서, 그 경위를 설명코자 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작년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3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 국회는 광주 청문회를 실시한 바 있으나, 그 보고서를 정식 채택하지 않은 채 어언 20여 년을 넘기고 있습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의 기록물이 유네스코에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에 비교해 볼 때 역사의 기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매우 부끄럽다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은 광주 민주화 운동 30주년에 즈음하여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의 넋을 기리고자 1990년 돌베개 출판사가 발간했던 "광주민중항쟁 - 다큐멘터리 1980 (정상용, 조홍규, 이해찬, 송선태, 서대석, 이강술, 유시민, 차영귀, 송상규 공저)"을 개정 증보해 발간한 것입니다.

제목은 "기억하는 자의 광주 - 광주 민들레 바람에 날다 (이해찬, 유시민 외 공저)"라고 합니다.

20년 전에 발간되었던 책이 전자화되어 있지 않았던바, 이를 여러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타이핑하여 컴퓨터 파일로 만들었고, 이어서 80년에서 87년까지의 과정을 증보하고 오늘날의 광주 현장을 취재했음은 물론, 80년 5월 27일 전남도청 진압 직전에 현장을 보았던 화가의 회고 작품을 수록하는 등, 실로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저는 이 책의 책임 편집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당시 보도도 하지 않았던 유수의 신문사들이 수많은 현장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진들을 책에 쓰려면 저작권을 사야 하는 가난한 저의 처지보다 어쩌면 더 서글픈 현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대한민국이고 이런 언론이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20여 년 전에 써졌던 책을 파일로 만들고 이를 오늘날에 맞게 새롭게 개정 증보하고, 편집, 디자인하는 일은 그야말로 새로운 책을 쓰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이 책은 마케팅 측면에서 출판사의 관심 대상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출판사의 이름만 어렵게 빌렸을 뿐 모든 재원의 투자는 제 개인의 책임이 되었지만,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이에 매진하였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그나마 공저자 중 한 분이 지방선거의 후보가 되는 통에 출판기념회도 해보지 못하고 5000여 권을 인쇄했지만, 서점에는 한 권도 배포하지 못한 책이니 이를 두고 사생아라 해야 할까요? 거의 공짜로 주다시피 하고도 아직 남아있는 수천 권의 책들을 보고 있자면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이런 보도를 접하고 보니 제가 들인 돈과 노력이 문제가 아니더군요. 책은 모르겠지만, 역사마저 사생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1980년 5월, 저는 고등학교 3학년 꽃다운 나이의 학생이었습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사실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어린 저에게 우리 언론들이 알려준 사실은 북한 괴뢰의 간첩들이 무수히 침투한 가운데 이들의 사주로 광주 시민들이 폭도로 변해 대한민국 국군과 맞서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광주 사태"라는 표현이 보편적으로 일컬어지던 시절이었죠!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대한민국 국군이 자국의 국민을 총칼로 죽였고, 대한민국의 언론들은 이를 철저히 은폐했습니다. 취재했지만 보도하지 않았음에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지금에 와서 이 사진들을 돈 버는 데에는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이고 아울러 우리 국민뿐 아니라 인류가 보편적으로 이해하는 진실입니다.

이 책은 제가 보건대 광주 청문회 보고서의 압축 본이라 할 수 있는 매우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광주에서 있었던 비극은 점차 잊히고 있습니다. 누군가 들은 그 역사를 지우고도 싶을 것입니다. 그러면 비극적인 역사는 언젠가 반복되겠지요?

공저자들이 자신들의 저작권료도 필요 없다면서 책의 개정 발간에 협조해 주시고, 제가 투자와 아울러 이 책을 편집하게 된 동기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입니다. 비극적인 역사의 반복을 막는데 역사의 정확한 기록과 올바른 교육보다 큰 힘은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금서가 아닐진대 우리 사회는 어느새 민주주의라는 단어만 말해도 이념적이라 생각할 정도로 현실에 급급한 세태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만큼 살기 팍팍하다는 것이겠죠? 또한, 팔지 못한 책은 각 급 학교와 도서관, 공기업 등에 보내야 마땅하겠지만 그런 시도도 하지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색깔론에 휘말릴까, 그로 말미암아 저자들에게까지 누가 될까 저부터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광주 이외에서는 팔릴 곳도, 관심 있는 곳도 없더군요. 광주에 계신 어느 선배께 수천 권을 맡겨 판매를 부탁하고 있던 차, 이번 보도를 접하고 나서 다른 어떤 곳보다 대통령님께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이던 끝에 용기를 내어 서울 창고에 있던 책들을 용달차에 실어 청와대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낱 서민의 신분인바 사전에 대통령님께 의사를 타진할 방도가 없어 불시에 보내 드리는 무례를 범한 점 용서하시기 바라며, 부디 물리치지 마시고 보내드린 이 책들을 중학교 국사 교과서 집필자들은 물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좌하는 분들께 먼저 한 권씩 나눠주시고 일독하라 권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짧지 않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1년 11월 13일
"기억하는 자의 광주" 책임편집자 박정원

덧붙이는 글 | <기억하는 자의 광주> 구입 문의는 518gwangju@hanmail.net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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