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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주식 절반(1,500억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밝힌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들에게 "평소 생각을 실행해 옮긴 것뿐"이라고 담담하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주식 절반(1,500억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밝힌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1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들에게 "평소 생각을 실행해 옮긴 것뿐"이라고 담담하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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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원장의 주식 기부선언으로 사회 전체가 신선한 충격에 빠졌다. 나 역시 한동안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흥분을 가라앉히고 신문을 읽던 중 문득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앞으로 안철수연구소는 어떻게 되나?' 잔칫집 분위기에 초 치는 심보로 하는 걱정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안철수를 지지하기 때문에 하는 걱정이다. 내가 걱정하게 된 이유는 이렇다.

안철수의 기부선언에 대하여 대부분의 언론은 대권행보의 시작이라는 등 그 정치적 의미에 대하여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특이하게 향후 안철수연구소의 지분구조에까지 관심을 갖고 있었다.

현재까지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개인 지분은 37.1%이고 자사주는 13.9%이다. 따라서 시장에 나와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주식은 전체 지분의 49%로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지배구조였다. 그런데, 이번 주식기부로 안철수 개인의 지분은 18.55%로 줄어들게 된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안철수 원장이 주식 절반을 내놓아도 지배구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러한 결론의 근거는 안 원장이 보유주식 절반을 내놓아도 그 주식은 공익재단에 출연할 것이기 때문에, 안철수 개인지분+공익재단지분+자사주=51%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이유다.

그러나, 불행히도 <조선일보>의 결론은 틀렸다. 첫 번째 오류는 안 원장이 사회에 환원한 지분 18.55%가 공익재단에 그대로 이전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온다.

안 원장의 기부행위는 세법상 증여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상속증여세법에는 일정한 조건에 해당하는 공익법인에 출연하거나 기부한 경우에는 증여세를 면제해 주는 조항이 있다. 향후, 설립될 가칭 '안철수재단'의 경우는 이러한 공익법인의 조건을 갖출 가능성이 크다(물론, 정치권과 정부에서 협조를 해주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리는 것이지만). 그런데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에는 출연하는 회사 지분의 5%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제한이 있다.

따라서 '안철수재단'에 18.55%를 출연하는 경우, 5%를 초과하는 13.55%에 대하여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결국 13.55%의 절반 가량을 증여세로 내놓거나, 13.55%를 처분하여 현금을 출연하는 수밖에 없다.

18.55%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부행위를 실행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18.55%의 지분을 '공익신탁'의 목적으로 신탁회사에 신탁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18.55% 자체가 공익법인에 출연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탁재산의 수익이 공익법인에 출연된다.

이 방법의 가장 큰 약점은 공익법인이 가용할 재원이 극히 제한된다는 점이다. 신탁된 안철수연구소 지분 18.55%로부터 나올 운용수익은 현금배당이 유일하다. 예를 들어, 주당 500원을 배당해 보았자 현금배당으로 공익법인에 들어올 돈은 연간 10억 원을 넘지 못한다(2010년도 현금배당은 주당 400원이었음). 이 정도로 할 수 있는 사업은 극히 제한된다. 이 경우, 시작은 거창하게 해놓고 알고 보니 실속은 없다는 비판을 받기 쉽고, 안철수 개인에게는 정치적으로 상처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오류는 자사주가 안철수 우호 지분이라는 전제에서 나온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특정 주주의 우호지분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지배구조에서 안철수가 지배하는 지분은 개인 지분 37.1%+자사주 13.9%=51%가 아니다. 안철수가 지배하는 지분은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지분 13.9%를 제외한 86.1%의 지분에서 안철수 개인이 보유한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므로 약 43.1%가 된다.

안철수 개인지분 중 5%만 공익재단에 주식으로 출연하고 13.55%를 처분하여 현금 출연한 경우, 이러한 시나리오를 가정할 수 있다. 누군가 시장에서 24%의 지분을 취득하여 최대주주가 된다(안철수 개인 보유+공익재단 보유 지분=23.55%). 주총에서 이사회를 장악하고, 이사회에서 자사주 매각 결정을 내린 후 시장에 나온 자사주를 직접 또는 우호지분으로 매입하여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한다.

왜, 안철수연구소의 경영권 방어가 중요한가

여기서, 이러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왜, 안철수연구소의 경영권 방어에 연연해 하는가?'

안철수연구소의 컴퓨터바이러스 치료제는 국내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실상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안철수연구소는 탐욕스러운 자본에게 매우 좋은 먹잇감이다. 만약, 안철수연구소가 탐욕스러운 재벌 또는 외국자본의 손에 넘어가 컴퓨터바이러스가 순전히 돈벌이 목적으로 이용될 경우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해보자. 전기, 수도, 가스 등 공공재가 사적 자본의 손에 넘어갔을 경우에 벌어지는 상황(서민에게는 물가인상으로 인한 생활고, 재벌에게는 독점이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안철수 개인의 의도와는 반대로 또 다른 공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그러면, 어쩌자는 것이냐? 안철수의 주식기부를 취소하라는 것이냐?

방법은 안철수연구소를 국민기업으로 만드는 것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철수연구소 주식갖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 '1인 1주식 갖기 운동'을 벌일 경우, 200만 명만 모이면 안철수 원장이 내놓은 주식을 모두 현금화하고, 안철수연구소는 새로운 국민기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안철수연구소 소액주주 모임'을 결성하여 매년 1번씩 축제와 같은 주주총회를 여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이는 안철수연구소라는 한 개의 기업문화를 넘어서서 한국의 기업문화 전체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이러한 운동에 불을 붙일 경우, 필자와 같이 숨어 있는 안철수 지지자들이 벌떼처럼 일어서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윤종훈 기자는 공인회계사입니다.



태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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