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농구팬들의 기본서인 만화 <슬램덩크>의 저자 이노우에 타케히코(44)가 서울 동대문에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노우에는 이날 오후 9시에 냄비에 담긴 뽀얀 닭국물 사진을 '닭 한 마리'라는 짤막한 말과 함께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한국의 열성팬은 이를 근거로 이노우에 작가를 찾아냈다. 이후 이노우에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슬램덩크> 최고 명대사로 두 개를 뽑는다. 하나는 채치수의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한다"이다. 다른 하나는 서태웅이 말한 "농구는 산수가 아니다"를 꼽는다.

이 두 대사에 요즘 KBL을 붙이면 어떻게 될까. 채치수의 주장에는 "수비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한다"로 '수비 리바운드'를 더하고 싶다. 서태웅의 충고에는 "농구는 삼성 때문에 산수가 아니다"라고 '서울 삼성'의 독특함을 말하고 싶다.

 

 삼성 이승준(가운데)

삼성 이승준(가운데) ⓒ KBL

 

수비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한다

지난 10월 13일 개막한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를 살펴봤다. 지난 9일까지 승리 팀과 수비리바운드의 관계를 알아봤다. 9일까지 KBL은 총 56경기가 열렸다. 이 중 승리 팀이 수비 리바운드 개수가 패배 팀보다 적은 경우는 10경기다. 약 82%의 확률로 수비 리바운드를 많이 잡은 팀이 이겼다. 수비 리바운드를 적게 잡은 팀이 이긴 예외는 약 17.8%다.

수비 리바운드는 수비의 끝이고 공격의 시작이다. 수비 리바운드가 많다는 것은 속공 연결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KBL 선수 공헌도 계산 시, 가산점 부분에 수비리바운드가 들어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NBA에서 속공 전개 능력이 뛰어난 제이슨키드의 능력을 평가할 때, 많은 농구 전문가들과 마니아들이 키드의 높은 수비리바운드 능력을 포함한다. 수비리바운드에서 나오는 아웃렛 패스(수비리바운드에서 나오는 첫 패스)는 속공의 기초다.

또한 수비 리바운드는 상대 팀 슛 성공률을 떨어트렸다는 것을 나타낸다. 강한 수비로 상대방 슛 집중력을 낮추며 나올 수 있는 게 수비 리바운드다. 수비 리바운드가 많으면 승리 확률이 높다. 추가로 24초 공격을 상대방에게 주지 않게 된다. 경기 전체로 보면 팀 공격 시간이 늘어난다. 통계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 어려운 농구에서 가장 승리에 가까운 지표다.

 

 피터 존 라모스(왼쪽)와 이승준(오른쪽)

피터 존 라모스(왼쪽)와 이승준(오른쪽) ⓒ KBL

 

농구는 산수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수비 리바운드 부분에서 삼성이 280개로 1위라는 점이다. 삼성 팀 성적과 수비 리바운드가 연관성이 없다. 2위는 1개 뒤진 279개로 원주 동부다. 동부는 수비 리바운드 개수와 팀 성적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과연 삼성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삼성은 3승 8패다. 8패 중 5패가 수비 리바운드를 많이 잡고도 졌다. KBL '수비 리바운드 승리공식' 예외 확률인 17.8%에서도 50%(10경기 중 5경기)가 삼성 경기다. 지난달 18일 KGC, 27일 동부, 30일 전자랜드, 지난 4일 모비스, 6일 KCC를 만나 모두 수비 리바운드를 더 잡고도 졌다.

 

 서울 삼성 선수들

서울 삼성 선수들 ⓒ KBL

 

문제는 실책이었다. 삼성은 5경기에서 상대보다 평균 12개의 실책을 더했다. 특히 삼성은 지난 달 18일 KGC전에서 실책 20개, 지난 6일 KCC전 실책 18개를 기록했다. 상대 팀보다 각각 20개, 17개 많은 실책이었다.  

 

이런 실책 개수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평균 12개의 실책을 더했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이 공격할 시간을 상대 팀에 뺐긴 것이다. 공격 기회도 공짜로 평균 12번 더 준 셈이다.

삼성은 현재 실책 부분 175개로 1위다. 불명예스런 기록이다. 수비 리바운드 1위를 하고도 팀 성적이 하위권이다. 아무리 피터 존 라모스와 이승준이 수비 리바운드를 많이 걷어내도 무용지물이다. 이제 라모스도 팀을 떠난다.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시합을 제압하려면 실책 1위는 피해야 한다. 역시 농구는 산수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http://blog.naver.com/komsy

2011.11.10 12:21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http://blog.naver.com/kom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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