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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엄마 노릇 10년차다. 하지만 엄마 노릇은 갈수록 어렵다. 요즘 세상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과연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늘 고민한다. 동병상련, 이 고민에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엄마들이다. 여러사람에게 귀를 열어봐도 자녀 얘기에는 역시 엄마만한 전문가가 없다. 단, 엄마들은 미완성 전문가다. 열정과 마인드 면에선 누구보다 전문가이지만,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점에선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올해 10년차 엄마인 나는, 좀 더 마음을 열고 '보통' 엄마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유별나지는 않지만 조금은 특별한 엄마들의 자녀 교육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기자 말>

신문 읽는 엄마들은 많다. 하지만 경제신문을 읽는 엄마들은 많지 않다. 더구나 자녀들과 함께 경제신문을 읽는 엄마들은 정말 많지 않다.

백미현(38)씨의 아침은 경제신문으로 시작한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 딸 승민이와 함께 읽는다. 미현씨는 경제교육 전문강사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가다. 경제관념이 희박한 나로선 부러울 뿐이다.

어느 인터뷰나 떨리긴하지만 미현씨를 만나기 전엔 조금 더 긴장됐다. 왠지 한치의 오차도 인정하지 않을 것 같은 칼 같은 성격 아닐까? 혹은 남에게 절대 손해 보지 않으려는 깍쟁이? 백미현씨를 지난 7일 전북 전주의 한 떡케이크카페에서 만났다.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이유는 미현씨에게 '공짜 쿠폰'이 있어서라고 했다. 왠지 느낌이 좋다. 꼭 공짜여서만은 아니다.

- 대단하시네요. 경제교육전문가, 이일을 하게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특별한 동기는 없었구요. 몇 년 전, 우연히 전북여성교육센터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았는데 재밌더라구요. 그때부터 뭔가 배우는 것에 완전 꽂힌 거죠. 닥치는 대로 배웠어요. 어린이 초등수학 교육도 받았고, 논술과정도 배웠어요. 그러다 3년 전,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강사 교육을 받았는데 저하고 잘 맞더라구요."

- 그래도 '경제'하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막연히 어렵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배워 보니까 정말 재밌어요. 세상에 경제 아닌 것이 없죠. 요즘 스터디 모임회원들과 '리더십'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게 경제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돈을 잘 쓰고 모으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무조건 아낀다고해서 돈을 모으는 건 아니에요. 결국 돈을 잘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거죠."

취미로 시작했던 어린이 경제교육전문가였지만 지금은 방송통신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있는 백미현씨. 경제학 공부한다고 당장'밥'이 나오는 건아니지만 공부가 재밌단다. 경제학 공부한다고하면 사람들은 하나같이 '재테크 잘하시겠네요?'라고 묻는단다. 그 방면으로는 오히려 남편이 전문가란다.
 취미로 시작했던 어린이 경제교육전문가였지만 지금은 방송통신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있는 백미현씨. 경제학 공부한다고 당장'밥'이 나오는 건아니지만 공부가 재밌단다. 경제학 공부한다고하면 사람들은 하나같이 '재테크 잘하시겠네요?'라고 묻는단다. 그 방면으로는 오히려 남편이 전문가란다.
ⓒ 안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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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을 어떻게 하나요?
"주로 초등학교나 유치원에 가서 경제교육을 해요. 아이들이 의외로 재밌어 해요.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는 게 아니니까요. 용돈 받아서, 어떻게 돈을 쓰는지, 그런 것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거든요."

- 예를 들어, 하나만 알려주세요.
"우선 아이들에게 저금통을 두 개 만들라고 해요. 하나는 '거위 통장'. 이건 목돈이 들어가는 것들, 예를 들어 해외연수비나 여행경비 등을 저축하는 통장이에요. 저축의 목표가 좀더 크죠. 다른 하나는 '소원 통장'이에요. 생일 선물을 산달지, 책을 산달지... 가까운 시일에 구매하고 싶은 것들을 위해 저축하는 통장이죠."

백미현씨는 딸 승민(초등6)과 아들 두현(초등2), 태현(7세)을 두었다. 실제로 큰아이가 작년에 자전거를 잃어 버렸다. 미현씨는 일부러 곧바로 사주지 않았다.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정말 필요한 것을 구입하는 '기쁨'을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승민이는 '소원통장'에 부지런히 저금을 했고, 몇 달 전 드디어 자전거를 구입했단다.

이렇게 하다 보면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것의 정체(?)도 파악할 수 있고, 자제력도 배우게 된단다. 참 괜찮은 방법이다. 뭐든 필요할 때 바로 사주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다. 미현씨는 승민이에게 자전거도 알아서 직접 구매하라고 했다. 승민이는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가며 자전거의 가격과 기능을 꼼꼼이 비교했다. 피 같은 내 돈이 나간다고 생각해 보라. 아이든 어른이든,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과 TV 광고를 보며 경제공부  

- 어렸을때 부모님으로부터 경제교육 제대로 받으셨나 봐요.
"아니요. 저도 돈을 안 쓰고 무조건 모으는 것만이 '부자'가 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열심히 모았죠. 어느 정도 돈은 모았는데, 이제 더 큰 문제가 생겼어요. 어떻게 쓸 줄을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그러다보니 막 충동구매를 했어요. 그건 저희 부모님도 마찬가지였어요."

- 딸과 경제신문을 함께 읽는다고 들었어요. 딸이 어려워하지 않나요?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읽을 수 있는 청소년 전용 경제신문이에요. 어려운 경제용어나 경제원리만 나오는게 아니에요. 요즘 이슈가 되는 사회문제들과 접목돼 있죠. 요즘 '수수료' 문제로 논란이 많은데 이런 때 수수료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거죠. 또 무상급식도 경제교육의 좋은 주제예요. 경제와 관련있으니까요. 모든 소재가 경제교육이죠. 전 티브이 광고를 보며 경제교육을 해요."

- 티브이 광고를 보면서요? 어떻게요?
"티브이 광고를 보다, 딸 아이에게 물어봐요. '승민아, 저 광고를 왜 저렇게 만들었을 것 같아?'라구요. 그러면 한참 궁리하죠. 물론 저도 함께 고민해 봐요. 참 어렵더라구요(웃음). 그러다가 아이 나름대로 이유를 찾아내죠. '엄마, 사람들이 이렇게하면 물건을 살 거 같으니까 광고를 저렇게 만든 것 같아'라구요. 그러다 보니 어떤 물건이 지닌 가치와 희소성, 소비자의 욕구 등을 알게 되거든요."

기발하다. 재밌다. 티브이 광고를 보며 경제교육을 한다는 발상이 독특하다. 대부분 아이들이 그렇듯, 우리 아이들도 어렸을적, 티브이 광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분명 광고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뭔가가 있다. 광고의 실체(?)를 알면 요즘 현대인의 욕망과 과소비, 충동구매를 읽을 수 있다.

마침, 궁금한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며칠 후면 '빼빼로데이'다. 더구나 올해는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고 한참 전부터 시끄러웠다. 상술이려니 하며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난처하다. 무턱대고 사주기도 그렇고, 아예 안 사주기도 어렵다. 미현씨는 어떨까?

빼빼로데이? 전문가 엄마도 어려워요

- 며칠 후면 빼빼로데이죠. 이런 기념일에 대해 어떻게생각하세요?
"당연히 부모 입장에선 좋지만은 않죠. 하지만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어요. 우선 이 구매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님 내가 원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해요. 그 뒤에 이 과자(빼빼로)를 정말 주고 싶은 사람 이름을 적으라고 해요. 엄청 많이 적을 것 같지만, 안 그래요. 적으면서 아이들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자제를 하게 되죠. 빼빼로데이, 화이트데이같은 날, 물건을 사는 것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그냥 남들이 하니까 아무 생각없이 휩쓸리는 것이 문제죠."

- 물론 아이들 용돈으로 아이들이 사는 게 좋겠죠?
"네. 그렇죠. 저는 가끔 아이들에게 돈 주며 저녁시장을 봐오라는 심부름도 부탁해요. 어느날, 큰애에게 1만 원을 주며 저녁장을 봐달라고 했더니, 엄청 고민을 많이 했나 보더라구요. 첫날은 콩나물하고 우유를 사왔더라구요. 고기를 먹고 싶은데 돈이 부족했다고 하대요(웃음). 물건 고르면서 유통기한도 확인하고, 같은 물품이라도 가격도 비교해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라면 시장 체험을 한 번 시도해도 괜찮아요."

- 아이들에게 용돈을 언제부터, 얼마나 주었나요?
"큰애(초6)는 4학년때부터 줬어요. 지금은 한달에 약 2만 원 정도 줘요. 시험을 봤다거나 그러면 그때그때 조금 더 줘요. 애들에게는 엄마가 주는 '후원금'이라고 해요. 애들이 무척 좋아하더라구요. 둘째 두현(초2)이는 일주일에 1000원. 근데 차근히 저축하는 누나와 달리, 두현이는 받는 즉시 써버려서 지금 어떻게 할까 고민중이에요." 

- 집안 일하고 용돈받는 아이들도 있잖아요. 어떤 분들은 '집안일은 가족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해야 되니까 용돈 주는 게 잘못됐다'고 하시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죠. 사실 정답은 없어요. 그런데 제 경우에는 노동하고 대가를 받는 법을 배운다는 점에선 나쁘지 않다고 봐요. 저희집은 쓰레기 분리수거는 500원, 빨래 널기는 300원으로 정했어요. 하지만 집안일 습관이 몸에 배니까 나중에는 무료 자원봉사(?)하겠다고 해요.(웃음)

초등 고학년에게 '시장체험' 추천해요

미현씨는 아이들과 계약서를 쓴다. 어릴적부터 거래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라 하면 왠지 상스러운 어감이 들지만 그것도 편견이다. 거래 혹은 협상. 우리 국민들이 협상에 약한 것도 어릴적부터 협상하는 문화에 익숙치 않기 때문이란다.

그나저나 엄마와 딸의 노동계약이라니. 구두계약이 아니라, 금액과 업무가 명기되고 본인의 사인이 첨부되야하는 엄연한 계약이다. 승민이의 홈아르바이트 계약서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마라톤 협상(?)까지는 아니어도 여러 번의 조율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백미현씨가 딸 승민이와 작년에 맺은 '홈아르바이트 계약서'. 쓰레기 분리수거 알바비로 책정된 5백원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정한게 아니다. 마라톤까지는 아니어도 협상과 거래가 필요했다.
 백미현씨가 딸 승민이와 작년에 맺은 '홈아르바이트 계약서'. 쓰레기 분리수거 알바비로 책정된 5백원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정한게 아니다. 마라톤까지는 아니어도 협상과 거래가 필요했다.
ⓒ 안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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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경제교육은 돈을 어떻게 쓰냐에 달려 있죠. 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아이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기부'나 '봉사'이야기를 하게되요. 나 혼자보다는 여러 사람의 이익을 위한 씀씀이가 더 가치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죠."

경제를 무작정 어렵게 생각했던 건 역시 학창시절 배운 '엥겔지수'라든지 '수입과 공급 그래프'같은 교과서속 이론에 치우쳤기 때문이었다. 미현씨 설명을 듣고 보니 경제는 '모두가 어떻게 잘 사느냐'의 문제다.

미현씨는 어린이 경제교육을 가르치다 경제공부에 대한 더 큰 욕심이 생겼다. 작년 방송통신대학 3학년에 편입해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있단다. 요즘 배우는 내용은 '토지경제'다. 어렵지만 끝내주게 재밌단다. 너무 재밌어하길래 순간 '나도 한 번 배워봐?' 싶었다. 에이~ 참자. 토지경제보다 경제적 글쓰기를 고민해야지. 이번에는 좀 짧게, 경제적으로 쓰려 했는데 또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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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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