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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그동안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시행됐던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가 활동지원제도로 변경 시행되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란 혼자서 일상생활 및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인 등이 가정을 방문해 신변처리, 이동보조, 목욕, 간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는 현행 장애인 활동보조사업을 확대·개편하는 내용으로 지난 1월에 제정된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행된다.

 

그러면 기존의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제도와 이번에 바뀐 장애활동지원제도의 다른점은 무엇일까? 큰 틀에서는 이번 제도와 기존의 제도가 그리 다른 점이 없다. 이용대상자가 1급의 중증장애인으로 6세이상부터 65세 미만의 장애인인 것도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기존에는 기존급여 외에 추가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장애인이 독거장애인으로 한정돼 있던 것에 비해 장애활동지원제도에서는 장애인의 생활패턴에 따라 추가급여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장애의 정도에 따라 1등급부터 4등급까지 기본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1등급은 월 100시간, 2등급은 월 80시간 같은 식이다. 시각장애 1급의 경우 대개 2등급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장애인이 판정받은 서비스시간외에 추가로 시간을 배정받으려면 기존제도에서는 혼자 사는 장애인만이 가능했던 점에 비해 변경된 제도에서는 직장이 있거나 학교를 다니는 장애인 등 자신의 생활패턴에 따라 추가로 시간을 배정 받을 수 있도록 변경됐다.

 

실제 대전에 사는 여성시각장애인 A씨의 경우 기존에는 2등급에 해당하는 80시간을 배정받았었는데 이번에 변경된 제도에서는 추가급여 10시간을 포함해 93시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A씨는 그동안 6세와 3세의 자녀를 두고 있어 독거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추가급여를 받지 못했었다.

 

또 기존의 서비스 내용이 신체지원에만 해당되었던 점에 비해 개정된 제도에서는 방문목욕이나 방문간호 등의 서비스가 추가되었다.

 

'금액총량제'로 바뀐 장애인지원제도... 본인 부담금 늘 수도 있어

 

그러나 이번 제도에서 제일 크게 달라진 내용은 급여를 기존의 시간총량제에서 금액총량제로 바꿨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존의 1등급인 사람은 100시간의 서비스를 야간이나 휴일과 상관없이 제공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반해 개정된 제도에서는 기본급여의 경우 18세 이상 수급자는 ▲ 1등급 86만 원 ▲ 2등급 69만 원 ▲ 3등급 52만 원 ▲ 4등급 35만 원이며, 6세 이상 18세 미만 수급자는 ▲ 1등급 52만 원 ▲ 2등급 35만 원이다.

 

즉, 바뀐 제도의 1시간당 급여비용이 8300원이므로 1등급의 경우 기본급여가 기존의 100시간에서 103시간으로 조금 늘어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주간에 이용할 경우에 한한다. 만일 어떤 장애인이 월 평균 50시간을 야간이나 휴일에 이용한다고 할 경우 한 시간당 급여비가 9300원이 되므로 야간, 휴일 총급여비는 46만 5000원이 된다. 이에 따라 주간에 이용할 수 있는 총급여액은 39만 5000원이 되며 이를 1시간당 급여비로 계산할 경우 47.5시간을 이용할 수가 있다. 결국 이 장애인의 경우 주·야간 전체 시간이 97시간이 되는 것이다.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이런 문제는 더욱 커진다.

 

그런데 본인부담금은 전보다 늘어날 수 있다. 기존에는 기초생활수급권자의 경우는 무료, 차상위 계층은 2만 원의 본인부담금을 냈고 소득이 있는 장애인의 경우 소득에 따라 4만~8만 원의 본인부담금을 냈다. 개정된 제도에서는 기초생활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은 동일하지만 소득이 있는 장애인은 전체급여총액의 6~15%로 5만 1600원~9만 1200원이 된다.

 

'장애인 개인의 활동패턴' 고려한 시간 배분 필요

 

그러나 이런 것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실제 입법취지에 맞는 제도의 시행이다. 말 그대로 장애활동지원제도란 신체의 장애로 인해서 활동의 제약을 받는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이다. 그런데 현재 제도가 장애인의 활동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에 바뀐 제도는 장애인의 생활패턴을 일부 고려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서비스의 틀 속에 장애인의 활동패턴을 가두어 놓는 식의 등급 판정부터가 문제다. 현재 장애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려면 읍·면·동주민자치센터나 국민연금공단에 신청을 하면 수급자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서비스 급여를 판정받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판정이 실제 장애인의 생활 패턴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같은 1급 시각장애라도 직업이나, 연령 등에 따라 생활패턴이 다르므로 이를 어느 틀속에 맞추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같은 등급의 장애인이라도 개인의 상황 등을 고려해 각각 필요로 하는 시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주변의 장애인들과 활동보조인을 파견하는 센터들 사이에서는 제공된 시간 중 쓰지 않은 시간이 있으면 다음 서비스 시간 산정 때 시간이 차감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들의 말처럼 불용된 시간에 대해 그런 일이 이뤄지고 있다면 이는 행정편의적인 발상으로 과거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럭을 갈아치우는 것처럼 오히려 예산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와 장애인 사이에 자신이 필요로 하는 시간을 언제든지 배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꼭 필요한 장애인에게 적절한 예산이 배분될 수 있을 것이다.

 

인권침해 논란 이는 '새 결제시스템'... "장애인 식물적 보호대상 취급"

 

한편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에서는 개정된 제도를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를 관리한다고 한다. 차세대형 새로운 바우처 결제시스템을 개발, 단말기를 통해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국민은행에서 발급된 바우처카드를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이 발급하는 카드로 10월 중 대체해 발급했다.

 

이는 보다 효율적 관리로 인해 예산의 누수를 막고 장애인에게 보다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막상 장애인들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해당 단말기가 서비스 종류를 사회참여 서비스, 신변처리 서비스, 가사지원 서비스, 기타 서비스로 분류하고 있고, 시간대별 시작시간과 마침 시간을 일일이 기록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장애인의 생활 전 과정이 파악될 수 있다는 게 장애인계의 우려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10월 31일에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활동보조인의 일지를 생략해도 되도록 모두 전산화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장애인들의 개인별 일상생활이 전산으로 기록되어 남아 있다는 것은 인권침해가 분명하다"며 "활동보조 서비스는 어떠한 종류이든 간에 수가는 동일하며, 서비스 유형 간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도 서비스 종류가 신변처리인지, 가사지원인지, 외출인지를 알아서 집중화가 되거나 적절하지 않으면 부정이라도 의심해 보겠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이 자립하도록 도와준다면서 화장실 가는 시간과 마치는 시간을 기록에 남기는 것은 장애인을 너무 사생활도 없는 식물적 보호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인권 침해의 우려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들을 반드시 보완해 새롭게 바뀐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원래 입법취지에 맞게 장애인의 활동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되었으면 한다.


태그:#장애활동지원제도, #활동보조,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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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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