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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4대강 그랜드 오픈행사가 끝난 뒤 충남 연기군 동면 합강리(미호천 합류부~금남보)를 찾았다. 공사가 마무리되어 한가할 줄 알았던 합강리 공사현장에는 아직도 덤프트럭이 쏜살같이 제방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비산먼지가 날리는 공사현장 주변의 나무들은 먼지로 뒤덮여 있다. 공사장 내에서 지켜야 할 안전속도도 지켜지지 않았고, 먼지를 방지하기 위한 물조차 뿌려지지 않고 있었다.

달리는 자동차뒤로 비산먼지가 뿌옇게 일고 있다.
▲ 합강리 제방을 달리는 자동차 달리는 자동차뒤로 비산먼지가 뿌옇게 일고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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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산먼지로 뿌옇게 옷을 입은 아카시아 / 숨을 쉴수 없을 듯 보였다.
▲ 도로주변의 아카시아 비산먼지로 뿌옇게 옷을 입은 아카시아 / 숨을 쉴수 없을 듯 보였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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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지역 중에서는 가장 많은 철새들이 찾아오는 합강리에 올해는 얼마나 많은 새들이 찾아올지 의문스럽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많은 철새들이 찾아와 겨울을 지냈던 합강리에 새들이 찾아올 모래섬이 없어진 줄만 알고 있었다. 작은 모래섬에서 큰 모래섬까지 다양한 하중도(하천 중간에 있는 섬)가 발달해 있던 합강리에는 늘 새들이 넘쳐났다.

호남고속철도 공동조사단에 조사에 의하면 합강리에 서식하는 조류 중 법적보호종만 15종에 이른다. 실제로는 이밖에도 검독수리, 독수리, 매, 참매 등의 법적보호종을 더 볼 수 있다.

합강리 터줏대감은 역시 기러기 무리다. 겨울이면 합강리에는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무리가 적게는 3000마리에서 많게는 5000마리 정도 찾아온다. 매년 11월에 찾아와 2월에 북으로 떠나는 합강리 기러기 무리는 내륙지역에서는 최대 무리군이다. 이밖에도 가마우지,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고방오리, 홍머리오리, 청둥오리, 흰죽지, 댕기흰죽지, 검은머리흰죽지, 비오리 등 다양한 오리가 찾아온다.

이밖에도 보고되지 않은 법적보호종이 수없이 많은 합강리는 이제 새들에게 죽음의 땅이 될 지 모른다.
▲ 합강리에 찾아왔던 법적보호종 이밖에도 보고되지 않은 법적보호종이 수없이 많은 합강리는 이제 새들에게 죽음의 땅이 될 지 모른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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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사람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먹이를 먹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하중도이다. 때문에 하중도가 발달한 하천에는 반드시 많은 새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2010년~2011년 4대강 사업으로 합강리에 주요한 모래섬은 모두 준설되어 사라졌다. 하중도가 사라지면서 하중도에 살던 손바닥만 한 말조개를 시작으로 재첩 등이 사라졌고, 상위 포식자인 조류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모래톱은 새들에게 이렇게 휴식처가 된다. 한꺼번에 3종류의 수리를 볼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 모래톱위에 앉아있는 수리들 모래톱은 새들에게 이렇게 휴식처가 된다. 한꺼번에 3종류의 수리를 볼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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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독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가 앉아 있던 모래톱을 준설하는 모습
▲ 합강리 몰래톱 준설모습 검독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가 앉아 있던 모래톱을 준설하는 모습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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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흰색으로된 다시 모래가 대규모로 쌓인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금강정비사업으로 준설했던 지역이다. 수리가 앉아있던 지역에 다시 쌓인 것이다.
▲ 합강리에 다시 퇘적된 모래들 가운데 흰색으로된 다시 모래가 대규모로 쌓인 공간을 확인할 수 있다. 금강정비사업으로 준설했던 지역이다. 수리가 앉아있던 지역에 다시 쌓인 것이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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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행스럽게 합강리 주변에는 다시 모래가 쌓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과거와 비슷한 규모로 다시 퇴적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겨울철 수리들이 먹이를 찾았던 모래톱은 다시 원상복구에 가깝게 복원되었다. 아마도 올여름 많은 비로 상류에서 많은 토사가 내려왔기 때문일 게다.

거기에 4대강 공사장에서 발생한 많은 토사들이 하류로 더 많이 왔기 때문에 퇴적 속도가 빨랐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합강리가 미호천, 갑천 등의 지류가 합류되는 지역으로 토사량이 많아 매년 많은 토사가 쌓이기도 하고 흘러내려가는 지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토사의 재퇴적 현상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다.

이런 재퇴적은 금강정비사업이 준공되지 못하는 사유가 될 것이다. 준설도면대로 단면이 나오지 않는 것을 준공해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준공이 되려면 다시 쌓인 모래섬은 다시 준설되어야 한다. 4대강 공사가 완공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튼, 이렇게 다시 쌓여진 모래를 보면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작은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많은 새들이 찾아오지는 못하더라도 명맥을 이어갈 수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합강리에 매년 모래섬 준설을 위한 추가 재정을 투여하지 않는 한, 자연은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남보가 하류에 존재하고 있어 완벽한 복원은 불가능하겠지만 희망은 있다. 금남보를 최소한 1년 정도 개방해놓거나 아예 철거한다면 더없이 빠른 속도로 자연은 회복될 것이다. 제발 금강정비사업이 마무리되고 다시 모래섬을 준설한다고 돈을 강에 쏟아붓는 일은 하지 않기를 바라본다. 자연이 최소한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덧붙이는 글 | 이경호 기자는 대전환경운동연합 상근활동가입니다.



태그:#합강리, #재퇴적, #금강정비사업, #4대강 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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