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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한민국이 박원순과 나경원 두 후보의 승패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듯합니다. 비방전이 오고가고 조금 실망스런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시민으로서의 소중한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사실 저는 누가 당선되느냐보다도 투표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어느 정치인이든 국민들 눈치를 더 보게 되니까요. 투표가 다는 아니죠. 투표는 변화를 만드는 시작일 뿐입니다. 투표가 커다란 발판을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이죠.

이런 바람을 함께 가지고 있던 20대 청춘들이 모였습니다. 각자 인터넷에서 '투표약속 플래시몹'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곳곳에서 모인 친구들입니다. 또래 친구들에게 '투표약속'을 재미있게 알리려고 플래시몹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지난 23일의 일입니다.

20대 친구들의 재기발랄한 모습들을 쫓아다니느라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며 가장 바쁜 하루를 보냈네요. 저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플래시몹이란 것을 해봤답니다. 미션은 "투표 도장이 찍힌 흰색 가면을 쓰고 와서 음악에 맞춰 50명이 동시에 춤을 추고 흩어진다"였습니다.

광화문 청계광장 앞에서 첫 플래시몹을 시도했습니다. 워낙 급하게 모인 첫만남이라 아직은 동작들이 많이 어색하네요.ㅎㅎㅎ
▲ 플랩시몹1. 광화문 청계광장 앞. 23일 오전11:30 광화문 청계광장 앞에서 첫 플래시몹을 시도했습니다. 워낙 급하게 모인 첫만남이라 아직은 동작들이 많이 어색하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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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플래시몹을 하러 명동 우리은행 앞으로 곧바로 이동. 시민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짜릿했던 3분이 지나갔습니다.
▲ 투표약속 플래시몹2. 명동 우리은행 앞. 23일 오전12:30 두번째 플래시몹을 하러 명동 우리은행 앞으로 곧바로 이동. 시민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짜릿했던 3분이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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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광장에서 있었던 세번째 플래시몹에서는 더 많은 시민들이 구경을 했는데 박수 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바닥에 놓인 10.26이라는 글자를 보고 다들 "아하"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 투표약속 플래시몹3. 코엑스 광장. 23일 오후 14:00 코엑스 광장에서 있었던 세번째 플래시몹에서는 더 많은 시민들이 구경을 했는데 박수 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바닥에 놓인 10.26이라는 글자를 보고 다들 "아하"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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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모일까. 아무도 안 오면 어떡하지.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50여 명의 청춘들이 참여해 주었습니다. 처음 광화문 청계광장 앞에서 할 때는 과연 얼마나 왔는지 알 수가 없어서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서 서로 눈치만 계속 봤습니다. 막상 춤을 추고 나니 서로 얼굴도 익숙해져서 오후에 명동과 코엑스에서 할 때는 정말 마음껏 즐기면서 했습니다.

약속된 대로 사람들이 싹 모여서 춤을 추고 싹 사라져 버리니까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중독성이 나름 있더라구요. 또 하고 싶어요.

트위터에서 사진 몇 장 올렸더니 동영상으로 올려달라는 항의 멘션을 거세게 받았네요.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고 직접 보시라고 밤을 새어서 간단한 동영상으로 만들어 봤습니다. 아이폰으로 찍어 편집한 것이라 영상이 많이 거칩니다.

▲ 서울 한복판서 10.26 투표약속 플래시몹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하루 앞두고 청춘들이 함께 모여 "투표약속 플래시몹"을 서울시내 곳곳에서 진행. 재미나고 유쾌했던 순간들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거칠게 담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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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시민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재네들 뭐하는 거지?" 하시다가 마지막에 "10.26" 푯말을 드니까 "아하!"하시며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끝나고 나서 동영상에 등장하는 흰색 티셔츠를 입은 소녀를 인터뷰했습니다. 플래시몹이 끝나고 황급히 지하철역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았네요. 화사하게 웃으며 밝게 춤을 추는 모습이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있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어떻게 저런 용기가 솟아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플래시몹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궁금했습니다.

플래시몹이 끝나고 황급히 지하철역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친구를 붙잡고 잠깐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저는 이 친구를 "투표 소녀" 라고 불렀어요.
▲ 플래시몹에서 열정적인 춤을 춘 투표소녀 인터뷰 플래시몹이 끝나고 황급히 지하철역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친구를 붙잡고 잠깐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저는 이 친구를 "투표 소녀" 라고 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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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모두 투표에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정치란 것은 정말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거잖아요.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투표가 그것이죠. 투표를 많이 해서 정치인들이 우리 청춘들을 좀 무서워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청춘들을 위한 정책들도 만들어 주실 것 아닌가요.  용기라 할 것도 없는데... 그냥 좋은 취지를 가진 행동이니까 기왕에 할 거면 신나고 재미있게 하자고 생각했지요. 전 원래 밝아요. 투표 약속!!!"

마지막에 "투표약속!"하며 새끼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보이며 환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젊은 친구들의 깜찍 발랄한 플래시몹을 보고 나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투표해라" 윽박지르고 다그치는 방식이 아니라, 이렇게 재미있게 투표하면 좋지 않느냐 춤을 추며 말하고, 재미있으니까 모여봐, 해보니까 즐겁다 하는 방식입니다. 참 유쾌했고 참여할수록 에너지가 충전되고 또 하고 싶어지는 중독성 있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이 친구들과 플래시몹 하면서 회춘했네요.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만이 우리의 권리를 지킵니다. 우리가 주인임을 당당히 알리는 날. 10월 26일입니다.


태그:#10.26 선거, #투표약속, #플래시몹, #20대 투표,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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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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