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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경북도, 구미시가 공사가 진행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현장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었고, 그 과정에서 학생까지 동원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지역신문은 이를 외면했습니다. 오히려 지역신문은 <낙동강 새물결 맞이 구미보 축제 한마당>와 연관된 부대행사, 식후행사를 주최하면서 해당 신문사가 주도한 행사만 지면에 주요하게 보도했을 뿐입니다.

 

15일 구미보는 완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낙동강 새물결 맞이 구미보 축제 한마당>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안정상의 문제 때문에 해당 건설업체는 개방 하루만인 16일 구미보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그런데 언론은 '공사 중인 구미보에서 무리하게 대규모 행사'를 열었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비판하기 보다, 오히려 '구미보 출입금지' 상황을 비판하는 황당(?)한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역신문 3사, 구미보 개방행사 부대사업 주최

 

지난 15일, 낙동강 8개 보(洑)중에 처음으로 구미보 개방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낙동강 새물결맞이 구미보 축제한마당>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주관하고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경상북도, 구미시가 후원했습니다. 식후행사 및 부대행사로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었는데요, 그 대부분을 지역신문사가 주최했습니다.

 

▲구미보 둘레길 걷기대회는 매일신문이 ▲녹색 자전거 대행진은 영남일보가 ▲자연사랑 페스티벌은 대구일보가 주최했습니다. 언론사는 행사를 준비하면서 주최측으로부터 일정정도 예산을 수령했을 겁니다. 좀 더 쉽게 말씀드리면 구미보 개방 행사와 관련 광고를 받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학생동원·공사 미완공상태서 무리한 '개방 행사', 신문 3사 외면

 

지난 15일, 17일 <한겨레신문> 1면과 <연합뉴스>는 각각 <구미시, 4대강 홍보행사에 학생 대규모 동원>, <공사중인 구미보서 대규모 축제 열어 논란> 기사를 통해 부산국토관리청과 구미시가 행사에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신문>이 1면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구미시가 지난 4일 시내 초·중·고교에 공문을 보내 15일 구미보 둔치에서 열리는 '낙동강 새물결맞이 구미보 축제 한바당'행사의 하나인 '자연사랑 페스티벌'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신문은 "학생동원에 협조하겠다는 학교들이 나타나지 않자, 시는 일선 '면사무소와 주민센터까지 앞세워 각 학교에 개별적으로 협조를 독려해 결국 10여개  초·중·고교학생 1000여 명이 행사에 참가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구미시는 "참가 학교마다 버스를 보내 학생들을 행사장까지 실어나르고, 체험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 체험부스에서 스티커를 받아오면 4시간 봉사활동 확인서를 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물론 구미시 홍보담당관실 관계자는 "행사 당일 체험수업이 예정돼 있던 인근 학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글쎄요, 이 말이 얼마만큼 설득력을 얻을까요?

 

한편 <연합뉴스>는 16일 "구미보가 완공전인데 개방행사를 앞당겨 진행하는 이유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성과 보여주기에 급급해 행사를 서둔 것이 아니냐"며 따끔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구미보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공정률 97% 상태에서 보와 보 위에 설치된 다리(관리교) 공사를 끝냈지만 전망대 부분은 골조만 세워놓은 채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고 밝히고 "포스코건설은 행사를 앞두고 부랴부랴 전망대 철골을 천으로 덮어 가렸고 진출입로 공사와 조경공사를 급하게 진행했다"고 합니다. 별 탈 없이 행사가 끝났지만 자칫 사고라도 발생했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는 점을 덧붙였는데요.

 

구미보, 개방 하루 만에 안전문제로 '출입금지'

 

<연합뉴스>의 지적이 통했던 것일까요? 구미보 개방 하루만인 16일 '출입금지'조치를 내립니다. 안정상의 문제라는 점인데요.

 

그런데 지역의 <매일신문>은 오히려 건설업체를 꾸짖고 있습니다. 19일 「구미보 구경갔더니 '출입금지' 수백명 헛걸음」을 통해 "정부와 경상북도가 이달 15일 낙동강 8개 보(洑) 가운데 처음으로 구미보를 개방했지만, 공사를 마무리짓지 않은 상태에서 안정상 문제로 다시 폐쇄해 빈축을 사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공사를 마무리 짓지 않은 상태에서 개방행사를 진행한 정부와 경상북도, 구미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상의 문제로 구미보 출입을 금지시킨 공사업체를 질타하고 있는 것이죠.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안전상에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미보 개방행사에 무리수를 둔 정부, 경상북도, 구미시. 청와대 고위직 공무원, 국회의원 등 높은(?)어르신 행차에, 학생들 강제 동원(?)해서 환영인사 부풀려야 했던 구미시.

 

<구미보 축제한마당> 부대행사 주최라는 당근에, <매일><영남><대구일보>는 이 모든 문제에서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신문>은 한 발 더 나가, 안정상의 문제로 구미보 출입을 '폐쇄'한 건설업체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매일신문>, <영남일보>, <대구일보> 관계자 여러분, 어디로 향하시고 계십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www.chammal.org) 사무국장입니다. 


태그:#구미보, #개방 행사, #매일신문, #학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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