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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가 차원의 정책과제로 여겨졌던 '일자리 창출'은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부터 지자체장 후보들의 중요 공약이 돼 왔다. 그만큼 일자리 상황이 나쁘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다.

더욱이, 2011년 2/4분기 현재 서울의 실업률이 4.7%로 전국 최고(평균은 3.4%)라는 부분은 오세훈 전 시장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서울시장직에 도전하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단일화 후보는 일자리 공약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두 후보의 공약을 보면, '일자리를 늘리고, 창업을 활성화하며 기존 일자리의 질을 높이겠다'는 지향점은 일치한다. 이를 두고 '두 후보의 민생 공약은 별 차이가 없다'고 진단하기도 하지만, 그 실현 방법에 있어서는 정반대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새 일자리 만들기] 성장동력 활성화냐, 골목 경제의 부활이냐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골목시장을 돌며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골목시장을 돌며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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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후보가 각종 후보자 간 TV 토론회에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가장 강조한 것은 바로 "성장 동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후보는 "IT와 BT(생명공학기술)를 중점적 활성화하고, 전통적인 성장동력인 귀금속과 패션산업은 문화를 입혀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며 성장동력 기반 육성을 위한 서울 5대 핵심지구 조성 계획을 밝혔다.

용산엔 국제업무지구를 만들고 마곡엔 IT, BT 등 융복합산업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중심 산업단지를, 상암DMC엔 게임스포츠 대회 유치를 해서 디지털 할리우드를, 창동차량기지 및 창동역 일대에는 동북권 공항터미널과 업무·상업복합개발 도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또 불광역 인근의 옛 국립보건원 부지를 문화·복지·웰빙 자족도시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 계획은 오세훈 전 시장 시절부터 이미 해오고 있거나 계획을 밝혀놓은 것들이다.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2010년 4월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고시가 나왔고, 마곡산업단지는 2010년 7월 서울시에서 계획을 발표했다. 상암DMC 디지털 할리우드 육성 계획은 올해 2월에, 창동을 동북권 신경제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은 올해 3월에, 국립보건원 부지를 웰빙자족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은 2010년 2월에 발표됐다.

전임 시장의 정책을 계승해 실행하는 것은 재원조달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 이미 수립돼 있어 검증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그러나 박원순 후보 측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성장 우선 기업 지원 정책이 고용 상황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경제가 성장 하면 일자리가 는다'는 전통적인 믿음에 근거한 오세훈식 성장동력 육성정책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를 계승한 나경원 후보의 공약도 별 볼 일이 없다"고 지적한다.

'골목 경제의 부활'로 요약되는 박원순 후보의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 정책은 '고용이 늘어나면 성장한다'는 것으로, 나 후보 공약과는 정반대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박 후보의 공약은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 공동체의 생활과 밀착된 일자리를 창출해내겠다는 것이다. 또 서울시의 사업조정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SSM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도 일자리 공약에 포함됐다. SSM에 밀려나고 있는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해 영세자영업자를 보호하고 이를 통해 전통적인 골목상권 일자리를 지켜내겠다는 것.

박 후보는 또 공공·사회복지·공익 부문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대표적인 예가 요양·간병·보육 분야 종사자의 수를 늘리는 한편, 급여와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기존 서울시 정책과 비교해보면 전혀 새로운 방식이다. 박 후보는 '아름다운 가게'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지만, 기존 행정관료들을 이끌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시정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나경원 후보측은 "철학과 지향점이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지 않아서 구체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청년 창업 지원] 하드웨어냐 소프트웨어냐

나경원-박원순 일자리 정책 공약 비교
 나경원-박원순 일자리 정책 공약 비교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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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나경원 후보의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 공약은 공통점도 있는데 바로 '창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그 방법은 대조를 이룬다. 

나 후보의 창업 지원 공약은 '창업 생태계'를 육성해내겠다는 것. 나 후보가 제시한 창업 생태계란 창업 기업을 중심으로 사업기획·생산·마케팅·연구개발·금융 등의 기능을 갖춘 관련 업체와 전문 서비스가 맞물려 일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생태계를 만드는 조건으로 나 후보는 물리적인 조건을 조성하겠다는 방안을 내세웠다. 이 생태계가 들어설 전용단지 10만 평을 조성하겠다는 '하드웨어 지원책'인 것. 나 후보측은 이에 드는 소요예산을 3000억 원으로 잡고 있고 서울시내 각종 공공기관을 이전하면 생기는 32군데의 부지를 이에 활용할 계획이다.

박원순 후보도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의 핵심 공약으로 창조적 청년 벤처기업을 10000개 육성하겠다고 내세웠다. 박 후보는 각종 TV 토론에서 이런 새로운 직업의 예로 '채소 소믈리에' 등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 바탕이 되는 것이 박 후보의 저서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직업'이다.

박 후보는 이 책에서 자신이 5년여 동안 전 세계를 다니면서 발굴한 공방형카페·농가 레스토랑·못난이 과일판매·액세서리 교환점·가로수 디자이너 등 새로운 직업과 벤처기업들을 제시했는데, 시정을 통해 이런 정책 구상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것. 하드웨어적인 나 후보의 접근법과 대비를 이루는 소프트웨어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고용의 질 향상] 정규직화·노사관계 안정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함께 14일 오후 경동시장을 방문한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상인들과 얘기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함께 14일 오후 경동시장을 방문한 박원순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가 상인들과 얘기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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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기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박원순 후보가 이런 점에서 적극적인데, 먼저 서울시와 산하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시가 먼저 정규직 전환에 나서면 민간 분야도 정규직 전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노·사·민·정 협의회 운영을 실질화하고 노정협의를 운영하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노사관계 안정을 통해 고용불안이 해소되는 데에 시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나경원 후보는 사회적 안전망의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4대 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들에게 건강보험료와 산재보험료를 약 3만 원씩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

정부와 한나라당은 내년부터 4대 보험 중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지원 방침에 합의한 바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최저임금 120% 이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이 제도는 고용주와 노동자가 반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료와 국민연금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 노·사·정이 1/3씩 부담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나 후보측 공약은 내년부터 정부로부터 고용보험·국민연금을 지원받게될 대상에게 서울시가 건강보험료와 산재보혐료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4대 보험 의무가입대상 사업장이지만, 실제적으로는 가입을 회피하고 있는 사업장의 고용주와 노동자가 부담해야 할 몫을 일정부분 국가와 지자체의 부담으로 돌려 4대보험 가입율을 높이겠다는 것.

현재 나 후보측이 파악하고 있는 지원대상 노동자는 10만 명이고, 1인당 지원 금액은 건강보험료와 산재보혐료를 합쳐서 3만 원 정도다. 30억 원의 예산이면 현실화 될 수 있는 공약인 것. 그러나 이 정책을 "하겠다"고 하지 않고 "검토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실천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불명확하다.


태그:#일자리, #나경원,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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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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