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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과 물길
 갯벌과 물길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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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장, 망둥어와 짱뚱어가 이름만 다르지 같은 고기 맞지요?"
"아닐 텐데, 망둥어와 짱뚱어는 모양은 비슷하지만 생태습성도 다르고... 분명히 서로 다른 종류지요?"

신안 천사의 섬 중 하나인 추포도 민박집에서 갑자기 바다 어종에 대한 견해 다툼이 벌어졌다. 친구 중 한 사람은 짱뚱어와 망둥어가 이름만 다르지 같은 물고기라는 것이었고, 다른 친구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하하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다릅니다. 같은 물고기가 아니란 말씀입니다."
"에이~ 무슨 말씀을...분명히 같은 종류인데..."

"아닙니다, 분명히 다릅니다. 망둥어는 바닷물 속에서 살지만 짱뚱어는 갯벌 구멍에서 삽니다. 물위를 헤엄치기는 하지만 물속에서 사는 건 분명 아니지요."

갯벌 웅덩이에서 망둥어 낚시하는 아내와 친구부인
 갯벌 웅덩이에서 망둥어 낚시하는 아내와 친구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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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 주인은 다르다고 했지만 같은 종류라고 주장했던 친구는 쉽게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다음 날 망둥어낚시와 산책길에서 망둥어와 짱뚱어의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다음 날 암태도를 거쳐 다리로 연결된 자은도와 안좌도를 둘러보았다. 안좌도에서는 특별히 박지리와 반월도를 도보용 멋진 목재 다리로 연결해놓은 '천사의 다리'를 걸어서 건너보았다. 약한 빗줄기가 오락가락했지만 썰물로 갯벌이 드러난 바다 위에 걸쳐 세워진 천사의 다리는 이 지역의 명물답게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모습이었다.

안좌도 천사의 다리 입구
 안좌도 천사의 다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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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갯벌 위에 천사의 다리가 있는 풍경
 드넓은 갯벌 위에 천사의 다리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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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다리를 건너갔다 왔으니 우리들 모두 이제부터 천사가 된 셈인가, 허허"

천사의 다리는 신안군에 있는 1004개의 섬을 상징하는 이름이지만 친구의 실없는 웃음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멋진 풍경이 준 감동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리를 걸어 오가며 내려다본 갯벌의 풍경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였다. 갯벌 위에 작은 물길로 드러난 갯고랑이 마치 지렁이가 기어간 자리처럼 매끄럽고 부드러운 곡선이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한나절 동안 세 개의 섬을 둘러보고 돌아와 점심을 먹은 후 망둥어 낚시에 나섰다. 민박집 주인이 만들어준 대나무 낚시를 들고 근처 갯벌 몇 곳에 있는 웅덩이를 찾았다. 갯지렁이를 미끼로 사용한 갯벌 웅덩이 망둥어 낚시는 아주 재미있었다.

갯고랑
 갯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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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특유의 흙탕물 속에 과연 망둥어가 얼마나 있을까 싶었지만 망둥어들은 낚시에 잘도 걸려 올라왔다. 어떨 땐 두 마리 세 마리씩 한꺼번에 걸려드는 통에 망둥어 낚시를 처음 해보는 아내와 친구부인이 환호성을 지르게 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낚시를 하고 있을 때 밀물이 밀려들기 시작해서 낚시를 끝냈다.

민박집으로 돌아와 낚시로 잡은 망둥어들과 민어회를 뜨고 남은 뼈와 함께 매운탕을 끓여 먹을 준비를 해놓고 다시 바닷가로 나갔다. 그 사이 드넓게 드러났던 갯벌은 사라지고 바닷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앗~ 저게 뭐야? 그래 저거, 저게 바로 짱뚱어들이잖아?"

전날 짱둥어와 망둥어가 다르다고 주장한 친구가 환호성을 질렀다. 바다와 논의 경계인 제방 둑이 무너지지 않게 경사진 축대처럼 층층이 쌓아놓은 제법 크고 넓은 돌들이 있었는데, 그 위에 수많은 짱둥어들이 올라와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가 돌 위에 올라와 있는 짱뚱어들
 물가 돌 위에 올라와 있는 짱뚱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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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거~ 이상하네, 짱뚱어들도 물속에서 사는 물고기 아냐? 그런데 왜 물밖에 나와 있지?"

짱뚱어와 망둥어가 같은 물고기라고 주장했던 친구가 머리를 갸우뚱거린다. 조금 전에 웅덩이에서 낚아 올린 망둥이들은 분명히 물속에서 살고 있었는데 짱뚱어들은 달랐기 때문이다.

그때 다른 친구의 부인이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돌 위에 올라와 있는 짱뚱어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놀란 장뚱어들이 우르르 물속으로 뛰어들었는데 녀석들은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물위를 뛰듯이 헤엄쳐 다시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는 짱뚱어는 한 마리도 없었다.

"어라~ 이 녀석들이 나랑 술래잡기놀이를 하자고 하네, 호호호"

이때부터 친구부인과 짱뚱어들의 술래잡기 놀이가 한동안 계속 되었다. 우르르 첨벙첨벙 물위로 뛰어든 짱뚱어들이 불과 2~3미터쯤 뜀뛰기 하듯 물위를 헤엄쳐 되돌아오는 것이 여간 재미있는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짱뚱어와 술래잡기놀이하는 친구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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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르다고 그랬잖아요. 망둥어는 바닷물 속에서 살지만 짱뚱어는 공기호흡을 하기 때문에 물 밖에서 삽니다. 그리고 망둥어는 어지간히 오염된 환경에서도 살지만 짱뚱어는 오염된 곳에서는 살지 못하지요. 아참, 그리고 짱뚱어는 바닷물고기 중에서 11월경부터 4월경까지 추운 계절에는 겨울잠을 자는 특별한 물고기여서 "잠둥어'라고도 부른답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어서 망둥어와 짱뚱어가 같은 물고기라고 우겼던 친구도 수긍하는 눈치였다. 우리 일행들의 이번 신안 섬 여행에서는 망둥어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특별한 생태습성을 지닌 짱뚱어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조금은 특별한 여행이었다.


태그:#천사의 섬, #짱뚱어, #망둥어, #천사의 다리,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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