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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우리나라는 시끄러운 나라다. 국내 신문을 보면 시커먼 것으로 매일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 중인 지난 11일 워싱턴DC 동포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 방미 중에 국내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이슈는 그의 '내곡동 사저' 문제였다. 그런데 이를 '한국은 원래 시끄러운 나라'라고 일축해버린 것이다.

 

"본의 아니게 사저 문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돼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귀국 바로 다음 날인 1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는 이렇게 사과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그리고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내곡동 사저' 계획을 백지화하고 원래 자신의 집인 논현동 자택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이사 계획으로만 보면 '헛수고'였고, 정치적으로 보면 '대패'를 당한 셈이다.

 

나경원 측 "겨우 탄력을 받았는데... 발목 잡혔다" MB 압박

 

이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를 접은 이유는 명확하다. 내년 '총·대선 전초전'인 10.26 재보궐선거가 코앞이고, 본선인 총·대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사안이기 때문이다. 나경원 후보측은 "겨우 탄력을 받았는데, 내곡동에서 발목이 잡혔다"는 분위기다. 나 후보 본인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걸고넘어지면서 물 타기를 하긴 했지만, 공개적으로 "국민들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며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생각해야 된다"고 말했다.

 

'논현동 유턴'으로 결정이 난 뒤 나 후보 선대위의 안형환 대변인은 "국민들이 걱정하던 부분들이 정리돼 다행"이라며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이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야당도 이 문제가 정리된 만큼 더 이상 꼬투리 잡기나 정치 공세를 중지할 것을 요청한다"는 논평을 내놨다.

 

이제 '그만 접자'는 얘기지만, 안 대변인 자신도 이대로 끝나지 않을 문제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논현동으로의 유턴 과정'에 대해, 익명의 한 청와대 핵심참모는 "사저 및 경호부지 매입과정에서 실수나 오해가 있어서지, 그 과정에서 비리가 있어서가 아니"라면서 "대통령이 민심을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마지막 결기'를 세웠다.

 

과연 그런 걸까. 만약 내곡동 부지 매입이 노출되지 않았다면, 걸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청와대 주장대로 건물가격을 0원으로 한다 해도) 공시지가의 1.3배 가격으로 비싼 땅을 싸게 산 반면 청와대 경호처는 공시지가의 4배를 주고 싼 땅을 비싸게 샀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그러면서 전체거래 금액을 54억 원에 맞춰 일괄거래하고 이를 시형씨와 경호처가 분담하는 형식을 취했다. 시형씨가 국가예산으로 자신의 재산을 늘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 이득이 현재 계산으로만 5억 원 이상이고, 지구단위 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이 땅이 실제 개발될 경우 그 차액은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이것이 '내곡동 사저'문제의 본질이다. 이번  파동이 우리 정치사에 유례없는 '대통령의 국가예산 전용의혹 사건'으로 다뤄줘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준표 "MB 아들과 경호처가 알아서 한 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나와 이 대통령의 '내곡동 포기' 방침을 전하는 자리에서 "내곡동 사저 이전 계획이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와 경호처 간 이뤄진 일이고 이 대통령은 개입하지 않은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건 '대통령 가족의 축재의혹'이라는 초대형 폭탄을 재빠르게 수습해야 하는 홍 대표의 '소망'으로 봐야 한다. 홍 대표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출연, '시형씨에 대한 사실상의 국고지원'에 대한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실무진이 알아서 한 일이지 대통령께서 알았겠느냐"고 적극적으로 방어망을 쳤다.

 

말끝마다 '그래도 내가 대한민국 검사 출신인데'라고 자랑하는 홍 대표는 정말 이렇게 믿고 있을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명확한 증거가 있다.

 

시형씨가 부담했다는 11억2천만 원 중 5억2천만 원은 그의 모친인 김윤옥씨가 담보대출을 해준 것이다. 이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정확히는 논현동 29-13번지는 부부 공동명의다. 시형씨는 이 사저 부지 300평 가운데 김윤옥씨의 지분인 100평을 담보로 농협중앙회 청와대지점에서 대출을 받았다.

 

자신이 공동명의자인 '유일한 재산' 집을 아내가 아들에게 담보대출을 받게 한 사실을 남편이 몰랐다는 말을, 보통의 대출도 아니고 대통령의 퇴임 뒤 사저를 마련하기 위한 이 희한한 거래를 (당사자는 모르게) 청와대 경호처와 시형씨가 진행시켰다는 것을 믿으라는 것인가.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문제는 대통령 부부는 물론, 대통령실장, 보통 대통령의 집사인 총무기획관, 민정수석의 임기 말 최우선업무 중 하나다. 어느 정권이나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의 취임 때부터 경호를 총괄해온 김인종 처장의 경질이 너무 빤한 '꼬리 자르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곡동 사저의 더 큰 문제... 경호처의 배임에 아들이 가담?

 

100보를 양보해 시형씨와 경호처가 알아서 한 일이라고 쳐보자. 이 대통령은 빠져나가지만 아들의 책임은 그대로 남는다. 우선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제기된다. 이 부분은 문제가 불거진 뒤 이 대통령이 시형씨 명의로 돼 있는 내곡동 부지를 자신 앞으로 돌려놓은 데서 곧바로 드러난다.

 

이는 곧바로 취득세 과소신고를 통한 탈루 의혹으로 이어진다. 평당 시세 1500만 원의 땅을 그 절반 수준에, 즉 실거래가 이하로 신고하면서 그 차액분 만큼의 취득세를 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경호처의 배임에 시형씨가 가담했다는 혐의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아무리 최소한으로 봐도 경호처가 더 싸게 살 수 있음에도 비싼 가격으로 매입해 국가에는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경호처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짙다고 지적한다. 경호처가 실제로 배임을 했고, 홍 대표의 말대로 "시형씨와 경호처가 알아서 한 일"이라면 시형씨는 배임의 핵심 공모자가 되는 것이다.


태그:#이명박 , #내곡동 사저, #이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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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2011 10.26 재보선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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