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재개발을 하느라 파헤쳐진 흙더미 위에 버려진 유기견들이 앉아있다.
▲ 수원 영통 재개발지구 재개발을 하느라 파헤쳐진 흙더미 위에 버려진 유기견들이 앉아있다.
ⓒ 박종무

관련사진보기



경기도 재개발지구 허름한 가건물 앞마당에는 40여 마리의 개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가건물 주위는 온통 흙더미가 산을 이루고 있고 마당을 뛰놀던 개들은 공사장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10여 년 전부터 가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탁아무개씨는 이곳에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기 전에는 개가 이렇게 많지 않았다고 한다.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기 전에 가건물 앞에는 교회가 있었다. 트럭운전을 하던 탁씨는 어느 날 새벽 트럭을 몰고 가다가 교회 목사님의 개를 치어서 죽게 했다. 그래서 탁씨는 미안한 마음에 강아지를 두 마리 사서 한 마리는 목사님에게 드리고 한 마리는 자신이 키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영통지구에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이사를 가는 사람들이 넓은 마당에 개가 한 마리 노는 것을 보고 한 마리 한 마리 키워 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개들이 늘었단다. 개들이 몇 마리 있는 것을 보고 어떤 사람은 밤중에 개를 버리고 도망가기도 했다. 그렇게 늘어난 개가 한때는 70여 마리까지 되었는데 공사차량에 치여 죽기도 하고 어디론가 사라지기도 하여 지금은 40여 마리가 되었다.

유기견들이 지나가는 차량을 쫓아가고 있다. 차량을 쫓아다니는 개들 중 간혹 사고가 발생하여 죽기도 한다.
 유기견들이 지나가는 차량을 쫓아가고 있다. 차량을 쫓아다니는 개들 중 간혹 사고가 발생하여 죽기도 한다.
ⓒ 박종무

관련사진보기


이런 탁씨에게 시급한 문제가 생겼다. 탁씨의 가건물과 개들 때문에 영통지구 재개발사업이 지체되고 있는데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며 영통구청에서 다음 주 내로 가건물을 비워달라고 통고가 온 것이다. 비우지 않는 경우 강제철거를 하겠단다. 하지만 탁씨로서는 당장 40마리의 개를 데리고 갈 곳이 없다. 또 이런 와중에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개들이 자꾸만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최근에만도 며칠 사이에 3마리의 어미개가 18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지금 데리고 있는 40여 마리의 개들도 돌보아줄 장소가 없어서 고민인데 이런 상황에서 개체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난 16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대표 임순례)의 의료봉사대가 유기견들에게 중성화수술을 실시하였다.

우선 의료봉사대 수의사들의 도움으로 유기견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문제는 해결하였다. 하지만 당장 40여 마리의 개들, 아니 새로 태어난 강아지들까지 합하여 60여 마리의 개들이 옮길 곳을 마련해야 하는 시급한 문제가 남아 있다.

버려진 유기견의 문제를 심각하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버려진 개들이 새끼를 낳는 문제다. 이곳에 있는 유기견 중 어미개 3마리가 지난 주에 18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버려진 유기견의 문제를 심각하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버려진 개들이 새끼를 낳는 문제다. 이곳에 있는 유기견 중 어미개 3마리가 지난 주에 18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 박종무

관련사진보기


재개발 때문에 사람들이 떠나면 사람들보다 큰 피해를 입는 생명들이 그곳에 남는다. 오래된 동네에서는 도둑을 지키는 데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개다. 그러다 보니 한 집 건너 한 마리씩 개들을 키웠다. 그런데 이사를 가면서 개를 데리고 가기 곤란해지자 개들을 버렸다. 그래서 재개발이 되는 동네에는 집 없는 개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영통지구 또한 다르지 않다.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곳에는 대부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재개발 사업자와 주민들 간의 첨예하게 맞서는 이권 다툼 속에서 자기의 처지를 말할 수 없는 동물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기견들은 동네를 떠돌다가 어느 날 밤 한꺼번에 모두 사라져버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재개발 지역에서 버려지는 개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는 버려진 개들을 딱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헌신과 희생으로 구조활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워낙에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개인이나 동물보호단체가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국에 사설보호소들이 많다. 길에 떠도는 개들이 살처분되는 것이 안타까워 개인이 사설보호소를 만들어 돌보다 보니 상황들이 대부분 너무나 열악하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의료봉사대 수의사들이 중성화 수술을 하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의료봉사대 수의사들이 중성화 수술을 하고 있다.
ⓒ 박종무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버려지는 유기견의 문제에 대하여 정부는 뒷짐 진 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유기견의 문제 중 개인이 감당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개인이 하는 유기견 보호 활동은 정부가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것도 지금과 같은 방식의 살처분 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생명이 죽는 날까지 보호하고 적극적으로 입양을 보내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유기견 한 마리당 10만 원 남짓 책정하여 살처분 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여 보호소를 건립하고 모든 버려지는 개들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더불어서 버려지는 개를 줄이기 위하여 강력한 동물등록제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지금과 같이 정부가 담당해야 할 부분을 모두 개인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유기견 정책은 탈피되어야 한다. 다른 것이 녹색정책이 아니다. 고통받는 생명을 살리고 그 생명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녹색정책이다.

수원 영통 재개발 지구에 버려진 유기견들이 공사판을 돌아다니고 있다.
 수원 영통 재개발 지구에 버려진 유기견들이 공사판을 돌아다니고 있다.
ⓒ 박종무

관련사진보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