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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2011년 <오마이뉴스> 지역투어 '시민기자 1박2일'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이번 투어에서는 기존 '찾아가는 편집국' '기사 합평회' 등에 더해 '시민-상근 공동 지역뉴스 파노라마' 기획도 펼쳐집니다. 맛집, 관광지 등은 물론이고 '핫 이슈'까지 시민기자와 상근기자가 지역의 희로애락을 낱낱이 보여드립니다. 10월, 첫 번째 지역투어 현장은 대전충남충북입니다. [편집자말]
하늘에서 본 가로림만. 가로림만의 갯벌은 우리나라에서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른쪽 섬은 갯벌로 둘러싸인 웅도.
 하늘에서 본 가로림만. 가로림만의 갯벌은 우리나라에서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른쪽 섬은 갯벌로 둘러싸인 웅도.
ⓒ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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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충남 서해안에 위치한 서산 시내를 자동차를 타고 출발한 지 30여 분이 지나자 짙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군데군데 드넓은 모래톱이 눈에 들어왔다. 평범한 어촌 마을을 가로질러 도착한 벌말 선착장에는 10여 명의 강태공들이 한가로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저기 섬 같이 떠있는 모래톱이 있죠? 운이 좋으면 그 위에 물범 가족들이 올라와 놀고 있는 것을 볼 수도 있어요."

기자와 동행한 이평주 서산태안환경연합 상근의장은 바다 한가운데를 가리킨다. 멸종 위기인 천연기념물 331호 잔점박이물범이 찾아올 만큼 환경의 보고라는 얘기다.

이곳은 서해안에 몇 안 남은 천혜의 갯벌 가로림만(加露林灣)의 입구에 해당하는 곳이다. 한자로 풀이하면 '이슬이 더해져 숲을 이루는 만'이라고나 할까. 그 어감이나 지닌 뜻이 한없이 정겹다. 세계 5대 갯벌이라든지 해양수산부 조사결과 전국 환경가치 순위 1위(2007년)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이지 않아도 우리나라 갯벌의 대명사다.

그런 가로림만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수천 년 아니 수만 년 동안 주민들의 풍부한 생활 터전이었고 수많은 바다 생명체들이 서식해왔던 가로림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일단락된 줄 알았던 조력발전, MB 정부 들어서자...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예정지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예정지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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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겨울 태안 앞바다에 기름유출 사고가 났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검붉은 기름띠가 마구 확산되니까 신문에 '최후의 보루 가로림만을 사수하라'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가로림만을 사람의 손으로 스스로 죽이자는 게 웬 말입니까?"

이평주 의장에 따르면, 가로림만은 서해안 최고의 질을 자랑하는 연안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어 양식장이 밀집해 있고 태안군 어가 인구의 25%, 서산시 어가 인구의 91%가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곳이다.

가로림만이 생사의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은 이곳이 조력발전소 건립 후보지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가로림만은 해안선 162km, 해역면적 1만1190ha(약 3385만평)를 자랑하지만 입구의 길이는 불과 2km밖에 안 되기 때문에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천혜의 갯벌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조수 간만의 차가 크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조력발전을 하기 좋은 조건이라는 얘기도 된다.

이곳에 조력발전소를 지으려는 시도는 이미 박정희 정권 때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참여정부 때인 지난 2007년 10월 해양수산부로부터 '불가 판정'을 받은 적 있다.

당시 해수부는 "조력발전의 필요성과 이점에도 불구하고 가로림만은 서해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연상태의 원형이 보전된 갯벌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시화호, 새만금에서 볼 수 있듯 조류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 및 변화시키는 대규모 개발사업은 예측 당시와는 달리 인근 해역의 침·퇴적, 해양수질 악화, 수산자원 감소 등과 같은 영향이 크게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불가'의 이유를 자세히 부연설명하기까지 했다.

일단락된 줄 알았던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계획은 '개발 친화적인' 이명박 정부로 들어오면서 새 동력을 얻게 된다. 2008년 5월, 일부 조력발전을 찬성하는 서산·태안 주민들이 '가로림만조력발전소건설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2010년 3월 지식경제부는 가로림 조력발전 사업을 허가했으며, 공유수면매립에 따른 사전환경성검토도 마쳤다.

시행자인 가로림조력발전㈜은 지난 5월 지식경제부에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해 심사중이며, 이게 통과되면 본격적인 조력발전소 건설에 착수할 계획이다.

가로림 조력발전 조감도(자료사진)
 가로림 조력발전 조감도(자료사진)
ⓒ 서부발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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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발전은 '바다의 4대강사업'?

가로림만 조력발전은 서쪽의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와 동쪽의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사이의 바다를 막는 공사다. 그리고 한쪽에 수문을 내고 밀물 때 들어온 바닷물을 가두고 있다가 썰물 때 댐 바깥의 수위가 낮아지면 그때 물을 내보내 낙차를 이용해 전력을 얻는 방식이다.

조류가 심한 바닷속에 터빈을 설치하고 조수의 차이를 이용해 전력을 얻는 '조류발전'과는 다른 개념이다. 바닷물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현 정부 들어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조력발전은 '바다의 4대강사업'이란 말을 듣기도 한다.

환경전문가나 지역주민들이 가로림만 조력발전을 반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바다를 막을 경우, 환경 재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가로림만 안에는 55가구 150여 명이 거주하는 웅도라는 섬이 있다. 이 곳 주민들은 주로 바지락과 낙지 등 맨손어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지금도 바다에 한 번 나가 3시간 정도만 일하면 일당 10만 원은 너끈히 벌 수 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갯벌은 원금은 손대지 않고 이자만 빼먹는 저금통장과 같은 존재다.

그러나, 댐 건설로 바다가 막히고 수위가 올라가면 바지락과 낙지를 잡던 주민들의 생계 터전은 모두 수장된다는 것이 주민들의 전망이다. 바다가 막히면 해수 유통이 원활하지 못해 물이 썩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바다가 막히면 염도가 떨어져 가로림만 연안에 산재한 염전들도 타격이 막심할 것이며, 농경지가 침수되고 안개나 서리가 늘어나 농업생산성이 줄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댐건설예정지 근처에 서식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331호이자 멸종위기 동물인 잔점박이물범은 갈 곳이 없게 된다.

이평주 의장은 "시행자측에서는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 보유에 따라 지역 브랜드 가치가 제고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가로림만은 과거 여러 차례 실시한 정부 용역조사에서 이미 세계 최대의 보존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 곳"이라며 조력발전소 건립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은 발전량... 의무할당제 채우려 갯벌 파괴?

더 큰 문제는 이같이 막대한 환경피해를 무릅쓰고서 얻고자 하는 반대급부가 의외로 적다는 것이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소가 건설될 경우 연간 전력생산량은 950GWh(기가와트시)로 추산되는데, 이는 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연간 발전하는 전력량의 불과 2.7%이자 서산시 필요전력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일시에 채우고 건설회사들은 손쉽게 공사를 수주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정부가 2012년부터 시행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는 발전사업자에게 공급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 에너지로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것으로, 발전사업자는 2012년부터 전체 전력생산량의 2%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충당해야 한다.

환경단체나 학계 일부에서는 발전회사들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어야 하므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발전량이 적고 환경피해가 적은 다른 신·재생에너지 대신 의무할당을 단기간에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조력발전소 건설을 선호한다고 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모두 안 하려고 하는데..." 

가로림만에 살고 있는 멸종 위기종 잔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31호, 자료사진).
 가로림만에 살고 있는 멸종 위기종 잔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331호, 자료사진).
ⓒ 김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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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력발전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학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조력발전 대신 조류발전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조력발전을 상업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곳은 지난 1966년에 지어진 프랑스의 랑스 발전소 단 1곳이다. 40년 넘게 새롭게 조력발전을 추진한 나라가 한 곳도 없는 것이다.

전승수 전남대 지구환경해양학부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모두 하지 않으려고 하는 조력발전을 우리가 굳이 하려고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바닷물의 흐름을 전혀 막지 않는 조류발전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또 조류발전의 경제성을 묻는 질문에는 "입지가 좋은 곳에는 터빈을 수백 개씩 설치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울돌목 조류발전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해외로 수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사 측 "물살 느린 가로림만은 조류발전에 부적합" 

이에 대해 ㈜서부발전 관계자는 "조류발전은 평균 물살 속도가 초당 2m 이상이어야 하는데, 가로림만은 최대 1.4m밖에 안돼 조류발전에 부적합하다"며 "현재 국내 최초로 조류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울돌목의 물살 속도는 평균 2.4m, 최대 5.9m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량이 적은 데도 조력발전을 강행하려는 이유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조력발전은 풍력발전의 2.7배, 태양광발전의 13.7배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만큼 발전량이 결코 적지 않으며, 가로림만 조력발전은 RPS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80년대부터 이미 추진돼 왔다"고 부인했다.


태그:#가로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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