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예대는 지난해 23억원짜리 빌라형 아파트(79평)를 총장 공관으로 매입했다.
 서울예대는 지난해 23억원짜리 빌라형 아파트(79평)를 총장 공관으로 매입했다.
ⓒ 구영식

관련사진보기


약 60년의 역사를 가진 서울예대(총장 유덕형)가 강남에 위치한 수십 억 원짜리 고급 빌라형 아파트를 총장 공관으로 사들여 '호화공관' 논란이 일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결과, 서울예대는 지난해 79평짜리 고급 빌라형 아파트를 총장 공관으로 매입했다. 대학쪽은 이 빌라형 아파트를 23억 원에 매입한 뒤 수 억 원의 수리비를 들이고 고급 해외가구까지 배치해 '호화공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총장 공관이 학교소재지가 아닌 서울 강남에 위치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서울예대쪽은 23억 원짜리 총장 공관 매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립학교법 시행령, 대학설립·운영규정 등 관계법령에 의거해 적법하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매입했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지난 8월부터 '호화공관' 문제 등과 관련해 서울예대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했고, 조만간 중간감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익명의 투서를 접수한 교육과학기술부도 대학쪽에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헌 서울예대 총학생회장은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고 (총장 퇴진 운동 등) 행동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공관 구입비 23억 원, 1년 등록금 총액의 10%"

서울예대가 총장 공관으로 매입한 '대우 유로카운티'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빌라형 아파트'다. '아파트'라고 하지만 '고급빌라'에 가깝다. 지난 2002년 준공된 '방배동 대우 유로카운티'는 보안이 철저하고 가까운 곳에 서리풀 공원이 있어 유명 기업인·연예인 등이 선호하는 곳이다.

방배동 대우 유로카운티는 13층짜리 아파트 한동으로 총 65세대가 살고 있다. 서울예대는 지난해 이곳 601호를 총장 공관으로 사들였다. 이곳은 79평으로 매입가는 23억 원에 이른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지난 2008년 12월 방배동에 위치한 79평 빌라를 총장 공관으로 임대(6억5000만 원)해 '호화공관'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업자는 "이곳은 조망권 때문에 고층과 저층의 매매가에서 몇 억 원의 차이가 난다"며 "601호의 경우 79평으로 호가는 30억 원까지 나가지만 실거래가는 25억~26억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중헌 서울예대 부총장은 "(준공될 당시인) 2002년에는 30억 원이 넘었는데 부동산 경기가 안좋아서인지 좀 싼 게 나와 학교에서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예대는 아파트를 사들인 후 수 억 원을 들여 수리했고, 해외 고급가구 등도 배치했다. 이러한 사실들을 들어 일부에서는 "총장 공관을 매입하는 데 30억 원 정도가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예대의 한 인사는 "구입하는 데 23억 원, 석달간 수리하는 데 수 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며 "게다가 식탁은 수 천만 원짜리 이태리산 고가가구이고 노래방 기기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601호를 직접 방문한 적이 있는 총학행회의 한 관계자는 "호화공관이라고 소문이 났는데 그럴 정도는 아니다"라며 "다만 소파와 식탁 등이 고가(해외가구)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인사는 "79평은 35평과 44평으로 나누어져 주거공간과 업무공간으로 쓰이고 있다"고 전하면서 "한해 학생들로부터 거둬들인 등록금의 총액이 230억 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장 공관 매입비 23억 원은 등록금 총액의 10%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총장 공관 매입에 수리비 등을 포함해 약 30억 원이 들어갔다는 것 말고도 문제점은 더 있었다. 학교 소재지인 안산이 아니라 서울 강남권에 총장 공관을 마련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예대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이전까지 총장 공관이 없었다고 하지만 학교 근처도 아닌 방배동에다 공관을 마련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유덕형 총장은 '내가 학교를 위해 40여년을 고생했는데 공관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국제화를 해야 하는데 외국 손님들을 안산에서 대접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등 워낙 강경했다."

유덕형(74) 총장은 서울예대 설립자인 동랑 유치진의 장남이다.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수학한 뒤 <태>와 <초분> 등의 연극을 연출했다. 서울예대 학장과 이사장을 거쳐 현재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총학생회의 한 관계자도 "학교쪽에서는 '국제교류가 많아지면 외국 손님들이 많이 올 텐데 그분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서울과 안산의 중간지점(방배동)에 공관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관 매입을 강행했다"며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에서조차 총장 공관을 대학 소재지에 두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예대 안산캠퍼스 중앙광장.
 서울예대 안산캠퍼스 중앙광장.
ⓒ 서울예대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서울예대 "국제교류와 산학협력 위한 거점으로 공관 매입"

하지만 서울예대는 정중헌 부총장을 통해 <오마이뉴스>에 전달한 해명자료에서 "우리 대학의 공관 매입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대학설립·운영규정 등 관계법렬에 의거하여 대학평의원회 및 이사회 의결 등 적법하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매입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예대는 "안산캠퍼스를 예술교육과 실험의 중심으로, 남산캠퍼스를 예술과 사회를 연계하는 창작센터로 운영하고 있어 세계 첨단 예술트렌드와 국내 산학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거점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이런 교육적 목적에서 공관과 외빈 영빈시설을 갖춘 복합공간을 확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장 공관을 학교 소재지에 두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나 요즘처럼 국제교류가 활발하고 뉴미디어 등 과학기술 환경이 격변하는 시대에서는 일반관행만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학생취업과 밀착된 산학협력도 문화예술의 중심인 서울을 벗어나서는 실현하기가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서울예대는 안산캠퍼스와 서울 남산캠퍼스 중간지점에 거점을 확보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즉 활발한 국제교류와 산학협력 강화를 위한 거점으로 '방배동 공관'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12일 기자와 만난 정중헌 부총장은 "학교 근처에 공관을 둬야 한다는 의견은 소수였고, 국제교류를 위해 온 외국 손님을 모시기 위해서는 서울에 공관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적법한 절차에 의해 매입했기 때문에 법률적 하자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예대는 수 억 원에 이르는 공관 수리비용과 관련해 "공관 건물은 2002년 7월에 준공된 건물로서 그동안 여러 세대가 돌아가면서 입주해 살면서 실내공간이 상당히 노후화되고 훼손되어 전면 개보수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서울예대는 "안산캠퍼스의 건축과 조경은 고가의 자재나 시설을 하지 않았음에도 전문가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는 디자인의 세련미와 전통의 격조 있는 해석 때문일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공관의 개보수는 용도에 맞춰 효율성을 살려 낭비적 요소를 최소화해 시행했고, 공관을 통해 대학의 학풍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를 통해 우리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서울예대, #방배동 공관, #유덕형, #정중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