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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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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1%를 위한  자유무역협정(FTA)이니까, 앞날을 생각하면 끔찍하죠. 서민이나 노동자, 자영업자 등 국민 대다수는 혜택을 못 보거나 피해를 볼 것이 뻔한데...일단 (통상절차)법이라도 제대로 만들어 놔야죠."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인터뷰 내내 거침없던 어투도 약간 누그러졌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에게 "한미FTA 발효되면, 정말 '끔직한 미래'가 오는건가"라고 물었을 때다. 12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1시간 넘게 가진 인터뷰 끝무렵이었다. 그리고 "국민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라고 물었다.

이 교수는 "(한미)FTA 발효되더라도 무슨 전기충격 오듯 곧장 오는 것은 아니다"면서 "피해를 입게될 서민이나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등 국민들은 철저하게 자기 일자리, 밥그릇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통상절차법을 제대로 만들어서, 한미FTA가 갖고 있는 독성들을 줄여야 한다"면서 "국민들 스스로 다시는 이런 FTA를 하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적극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년 넘게 꾸준히 한미FTA의 불평등과 비민주성을 거론해가며, 폐기를 주장해 왔다. 특히 전문가들과 함께 협정문을 일일이 비교 분석해가며, 철저하게 미국 이익에 맞춰진 협상 결과를 적나라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한미FTA 양국 의회 비준이 임박한 시점에,  "한미FTA를 폐기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의 답이다.

"(한미)FTA는 철저히 미국 이익에 맞춰져 있고, 우리 사회에 경제적 불평등만 가중할 게 뻔하지요. 폐기돼야할 FTA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협정문에도 FTA 종료 조항이 있어요. 아주 간단해요. '어느 한쪽 당사국이 다른 쪽에 협정종료 희망을 서면으로 통보함으로써, 180일 후 종료된다'고...발효는 무지 어려워도, 종료는 매우 간단하죠. 언제라도 '그만하자'고 알리면 됩니다. 그러면 한미FTA는 6개월 후 종료됩니다."

"경제영토 늘어난다고? 역사의식 빈곤과 무지의 소치일 뿐"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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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13일)이면 미 하원과 상원 등 의회에서 한미FTA 이행법안이 통과될 것 같은데.
"지금 보면 그렇게 될 것 같다."(한국시각으로 13일 오전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법안이 미국 상·하원에서 모두 통과됐다)

- 진보적으로 알려진 오바마 행정부에서, 생각보다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당선됐다.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펴서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했고, 이번 한국을 포함한 나라들과 FTA를 추진하는 것이다. 물론 작년 이후 자신들의 큰 걸림돌이었던 자동차 문제를 재협상을 통해 이익을 충분히 확보했고, 개성공단 한국산 인정문제도 지난 4월에 행정명령을 통해 정리했다."

- 미국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FTA 비준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우리가 미국보다도 넓은 경제 영토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는데.
"(곧장) 한마디로 역사의식의 빈곤과 무지의 소치일 뿐이다. FTA를 영토개념으로 보는 것은 19세기 제국주의적인 생각이다. 우리처럼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면, 오히려 경제효과는 줄어들게 돼 있다. 이건 학자들이 경제모델을 분석해 연구해 놓은 결과다."

- 오는 14일에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디트로이트를 방문해 연설한다고 한다.
"(웃으면서) 도대체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 (방문) 장소를 제대로 고민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전통적 지지자들 앞에서 (FTA) 전쟁에서 승리한 모습을 보일 것이고, 우리는 그 앞에서 패배를 확인해주는 꼴이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회사인 지엠(GM) 본사 등이 있는 제조업의 상징적인 도시다. 이 교수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아마 '한미FTA로 미국 자동차도 우리시장에 잘 팔릴 것이며, 양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며 "자동차 부문 재협상으로 (미국에) 거의 다 이익을 내주는 실패한 협상을 해놓고, 수치스러운 삼류쇼에 나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디트로이트서 오바마와 동시 방문은, FTA 전쟁서 패배 확인해 주는 꼴"


- 이 대통령의 디트로이트 연설을 위해, 국내에서도 한나라당이 13일 FTA비준안 외통위 통과를 시도할 것 같다.(13일 외통위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다.)

"미국 의회에서 다 통과시켰으니, 우리 쪽도 화답 차원에서 외통위 통과를 시도할 것이다. 그러면 이 대통령도 디트로이트에서 그런 사실을 알릴 것이고..."

- 민주당 등 야당은 강행처리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통과를 막기란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아마 1차로 통과를 저지는 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2차, 3차로 계속해서 할지는 다른 문제다. 이미 민주당은 '미 의회가 이행법안을 상정해 처리하면, 우리도 하겠다'고 합의해 버린 상태 아닌가."

-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막을 이유가 크게 없다는 이야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 발목이 잡혀 버렸다. 소극적인 저항을 할 것이다."

- 민주당 등 야당이 그동안 요구해 온 미국과 재재협상 대신 일부 독소조항에 대해 미국의 관심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방안이 나오는데, 효과가 있을것으로 보나.
"(곧장)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편지 주고 받는 것 말고 무슨 의미가 있는가. 법적 구속력도 없고, 외교적으로도 무의미한 행동일 뿐이다. 설사 미 정부가 받아준다고 해도, 미국 기업들이 그것을 따를 의무가 전혀 없다."

그의 말은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안타까워했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 여당이 10월 중 한미FTA 본회의 처리를 강행할 경우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교수는 "정부와 여당에선 외통위 통과시켜놓고, 이번달 27일이나 28일께 본회의 통과를 시도할 것"이라며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람들이 온통 26일 서울시장 선거에 쏠려있어, 한미FTA가 마치 식어버린 이슈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통상절차법 제대로 만들어서, 한미FTA 독소 빼내야"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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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어느새 1시간여 흘렀다. 그동안 과정이야 어쨌든 또 다른 대안을 생각해야할 때다. 최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통상절차법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한미FTA를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야당쪽 일부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이것(통상절차법)만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5년에 맨 처음으로 '통상절차법'이라는 이름을 내놓고, 법 제정을 주장해 왔다.

- 미국과 EU 등 대규모 경제권과 FTA 할 것 다 해놓고 이제와서 통상절차법을 만든다고 한다.
"2005년부터 법 만들자고 이야기 했던 것이다. 햇수로 따지면 6년째다. 그동안 법을 만드냐, 마느냐의 문제였다. 이제는 어떻게 만드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 교수는 "그동안 통상관료들이 일방적으로 FTA 협상 주도해왔다"면서 "FTA는 이제 더이상 단순한 경제조약을 넘어서, 국민들의 생활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국회와 사전에 긴밀하게 협의하고,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그의 말이다.

"유럽연합, 미국과 FTA를 이미 타결하고 (EU와는) 발효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법을 제대로 해야죠. 앞으로 정부가 어떤 나라와 어떤 규모로 FTA를 해야할지를 국회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미국은 이미 무역권한촉진법(TPA)으로 그렇게 하고 있어요. "

그는 이어 "FTA 추진단계부터 관련 이해당사자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등도 들어가서, 의회를 통한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우리 헌법에도 그렇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한미FTA 독소조항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통상절차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을 통해) 기존 FTA 협정에 대한 사후관리를 엄격히 하자는 거예요. 미국도 현재 그런 법을 의회에 내놓은 상태입니다. FTA 발효 이후에 주기적으로 그 영향 등을 분석해가면서, 계속해야할지를 심의하는 절차를 둬야죠. (FTA로) 국민들 피해가 너무 크다고 판단하면, 협정을 종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태그:#한미FTA, #이해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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