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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도가니>의 한 장면.
 영화<도가니>의 한 장면.
ⓒ 삼거리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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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 흥행과 함께 장애인 대상 성폭력에 사회적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제도 개선 없이는 한 때의 열풍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영화의 소재가 됐던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판결 내용이 공개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재판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렇다면 그때와 비교해서 최근 법원의 판결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최근 장애인 대상 성폭력 사건을 '도가니' 사건과 비교해보자.

기자는 최근 1달간(9월 10일부터 10월 10일 사이) 법원의 판결을 직접 조사해봤다. 

2008년 도가니사건 때 "장애인 성폭행 엄벌" 공언했지만...

그전에 <도가니>의 소재가 되었던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2008년)의 판결부터 살펴보자. 잘 알려졌다시피 이 사건은 장애인 학교의 교장, 교사 등이 자신들의 보호와 지도를 받던 학생들을 성폭행한 사건이다. 성범죄이자 인권유린이다. 기소된 이는 총 5명이었는데 재판 결과는 어땠을까.

먼저 교장이었던 A씨다. 그는 청각장애인 소녀(당시 13세)를 강간한 행위로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풀려난다. "피해자와 합의가 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교장의 동생이자 행정실장 B씨는 학교 행정실 내에서 20대 정신지체 장애인 여성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강간이 아닌 신체를 만지는 수준의 추행만 인정되었기 때문에 징역 8월형에 그쳤다. 당시 생활재활교사였던 C씨도 남자 어린이 2명을 성추행한 죄로 징역 6월형이 떨어졌다.

하지만 B씨, C씨는 전과를 감안하면 결코 높은 형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2006년에도 이미 학교 안에서 여학생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러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피해자가 동일한 여학생이었다는 사실을 재판부도 알고 있었다.

교사 D씨와 E씨도 청각장애 소녀를 강제추행한 죄로 각각 기소되었다. D씨는 1심에서 징역 10월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법원은 "전과가 없고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E씨에겐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피해자가 청각장애 2급의 장애인인 사실은 인정되나 E씨가 피해자의 정신장애로 인한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추행한 것이라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피고인 5명 중 1명은 무죄, 2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며, 나머지 2명도 6~8개월 감옥살이에 그쳤다. 

당시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누구보다도 장애아동들을 올바르게 지도·보호하여야 할 사회적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성욕의 대상으로 삼아 이들이 청각·언어장애자라는 점을 이용하여 파렴치하고도 중대한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들에게 "엄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재판결과는 엄벌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보다 성폭력 범죄에 법적, 제도적 준비가 덜 되어 있었고 다소 성범죄에 관대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사회복지 공무원, 성범죄 후 피해자와 합의했는데도 "징역 5년"

그렇다면 최근 장애인 성폭력범죄에 대한 형량은 어떨까.

첫 번째 소개할 사례는 사회복지 업무를 맡은 공무원이 장애 여중생을 성폭행하려 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사례 1] F씨(남, 50대)는 지방직 사회복지과 7급 공무원이었다. 그는 몇년 전 알게 된 지적장애 3급 G양(여, 14세)을 지원해 왔다. 그런데 F씨는 어느날 혼자 있는 G양의 집에 들어가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맥가이버 칼을 들고 방안까지 들어간 그는 얼굴을 가리고 속옷만 입은 채 "조용히 옷을 벗어라"며 G양을 위협했다. 그는 G양의 상의를 벗기려 하는 등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G양이 심하게 반항하자 단념하고 집을 나갔다. 그 과정에서 G양은 칼에 부상을 입었다.

F씨는 "G양을 놀라게 하려고 했을 뿐 성폭행 의도는 없었다"고 변명했지만 허사였다. 속옷차림에 칼을 들고서 지적장애 소녀가 혼자 있는 집에 들어가 위협한 사실만으로도 유죄가 인정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법원은 G양의 인지능력이 초등학교 3학년 수준에 불과하지만 경찰조사에서부터 법정에서까지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어서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보았다.

울산지방법원은 지난 9월 26일 F씨에게 성폭력범죄처벌법위반죄(강간 등 치상)를 적용,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범행에 취약한 장애청소년을 대상으로 했고, 인적 신뢰관계를 이용한 범죄라는 점이 양형에 반영됐다.

법원은 ▲성폭행 범죄가 미수에 그쳤고 ▲F씨가 피해자 가족과 합의하여 처벌을 원치 않으며 ▲전과가 전혀 없는 점 등을 감안하고도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앞서 소개한 <도가니> 사건과 비교해보면 양형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참고로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었는데 9명의 배심원들도 같은 의견을 냈다.  

영화 <도가니> 개봉 후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영화 <도가니>
▲ 영화 <도가니> 개봉 후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영화 <도가니>
ⓒ (주)삼거리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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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장애인 청소년 대상 성범죄 엄벌" 1심보다 중형

두 번째 사건은 지난 6일 서울고등법원 판결이다. 1심보다 훨씬 높은 형을 선고한 사례다.

[사례 2] H씨(남, 40대)는 올해 2월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지적장애가 있는 I양(여,14세)을 알게 되었다. 그는 "맛있는 것을 사주고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꼬드겨 노래방으로 데려 간 후 노래를 부르는 I양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온몸을 만지는 등 추행했다. 며칠 후에 I양을 다시 불러낸 그는 이번엔 비어 있는 I양의 집으로 가서 성관계를 갖기에 이르렀다.

서울중앙지법은 H씨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징역 2년 6월형을 선고하고, 성폭력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3년간 인터넷 신상공개를 함께 명했다. 성적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지적장애 소녀를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점이 작용했다.

하지만 검사와 E씨가 각각 "형이 적정하지 않다"고 항소하여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올라갔다. 법원은 "형이 가볍다"는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단은 ▲피해자가 지능지수 45인 정신지체 3급의 14세 청소년이어서 ▲범행 당시 범행에 취약하였으며 ▲E씨도 이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1심 법원이 이런 점을 간과하였고 ▲양형요소 중에서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의 가중요소를 함께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서울고법은 E씨에게 1심보다 훨씬 무거운 징역 4년형을 선고하고, 신상공개 기간도 10년으로 늘렸다. 법원은 "성폭력범죄에 취약한 장애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일반예방적 관점에서 엄벌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신연령 6세 여성 성폭행한 가해 남성들의 형량은?

[사례 3] J씨(여, 20대 여성)는 정신연령이 6세에 불과한 지적장애인이다. K씨를 비롯한 4,50대 남성 4명은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J씨를 노렸다. 먼저 K씨는 길을 가는 J씨를 자신의 차에 태워 모텔로 가서 성관계를 가졌다.

이런 일이 몇차례 있자 J씨 가족들은 K씨에게 경고하고 J씨의 외출을 금지했지만, K씨는 집에까지 찾아가 J씨를 유인하여 또다시 몹쓸 짓을 저질렀다. 나머지 3명도 J씨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길에서 만난 J씨를 유인하여 모텔 등지로 데리고 가는 방식으로 성폭력을 자행했다. 
 
법원은 네 사람 모두에게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죄를 적용,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9월 30일 이들이 "정신 장애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K씨만 실형을 받았을 뿐 나머지 3명은 집행유예가 떨어졌다.

법원은 K씨가 6차례 성폭력을 저지른 반면, 나머지 사람들은 1~3차례에 그친 사실을 감안했다. 또한 법원은 피해자 부모와 합의하였고, 동종범죄 전과가 없는 점을 유리한 요소로 판단했다. 다른 판결에 비하면 다소 형이 가볍다는 인상이 든다.  

최근 장애인 성범죄, 중형에 실형선고 추세

그 밖에 최근 장애인 성범죄 판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판결 내용 중 인터넷 신상공개, 전자장치 부착, 성폭력 프로그램 수강 등은 생략.)

▲인천지법 10월 5일 징역 3년 선고
60대 남성이 이웃집에 사는 40대 여성(정신지체와 정신분열 증세)이 지적장애가 있음을 알고 수차례에 걸쳐 강간하거나 강제추행한 사건(폭행· 협박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하였으나 실형 선고.)   

▲광주고법 9월 29일 징역 4년 선고
50대 남성이 자신의 보호 아래 있던 정신지체 2급인 조카(20대 여성으로 사회연령이 7세 11개월에 불과)를 간음한 사건.

▲창원지법 9월 22일 징역 9년 선고
60대 남성이 지적장애가 있는 모녀를 수차례 강간한 사건.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사회복지사가 상담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되어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 

▲대전지법 홍성지원 9월 22일 징역 4년~7년 선고
남성 3명이 각각 따로 정신지체가 있는 소녀(15세) 한 명을 1~12차례 성폭행한 사건으로 범행 정도에 따라 2명에게는 징역 4년, 1명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된 사건. 

▲광주고법 제주부 9월 21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50대 삼촌이 정신지체가 있는 8살, 9살 여조카를 강간, 추행한 사건(가해자도 정신지체 3급이고 전과가 없는 점, 반성하고 피해자측과 합의한 점을 참작하여 집행유예 선고)

전체적으로 볼 때 실형 선고율이 높아졌다. 초범이거나 피해자와 합의를 봤다는 사실만으로 '선처'를 받기는 어려워졌다. 장애인 성폭력을 포함한 성범죄 사건은 최근 지속적인 법률 개정으로 공소시효 연장, 친고죄 폐지 확대, 미성년 대상 범죄 처벌강화, 전자장치 부착, 인터넷 신상 공개 등이 시행되고 있다.

여기에 법원의 선고형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이다. 대중들이 느끼는 '법감정'과 실제 판결 사이의 간극이 좁아지는 느낌이다. 여기에는 법원의 양형기준이 마련된 점, 국민참여재판 등으로 부분적이나마 시민의 사법참여가 가능해진 점, 판결과 재판정보가 갈수록 대중에게 공개되는 점 등도 작용했다고 본다.

하지만 법원의 중형 선고만으로 성폭력 범죄가 근절되거나 곧바로 성적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국가와 시민사회가 다양한 성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현실에 맞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데 시민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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