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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취재 / 김당 오연호 황방열 기자, 사진 / 남소연 기자]

 17대 대선 과정에서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을 입증해준 편지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신명씨가 1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17대 대선 과정에서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을 입증해준 편지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신명씨가 1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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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 엿새 전인 12월 13일, 현 한나라당 대표인 홍준표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었다. 이날 서울 영등포 당사의 기자회견장에서 홍 위원장은 편지 한 장의 존재를 공개했다. A4용지 한 장에 손으로 쓴 그 편지에 대해 홍 위원장은 '이명박 후보의 낙선을 위한 노무현 정권의 공작정치의 물증'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방송 보기] http://news.naver.com/main/vod/vod.nhn?oid=052&aid=0000174822

 지난 2007년 12월 16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BBK 설립' 발언 광운대 동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박형준 대변인,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 나경원 대변인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지난 2007년 12월 16일 대선을 사흘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BBK 설립' 발언 광운대 동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같은날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박형준 대변인,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 나경원 대변인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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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위원장은 그 편지가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의 감방 동료 신경화씨가 김경준에게 직접 쓴 것이라고 했다. 편지에는 노무현 정권의 공작을 암시하는 이런 대목이 들어 있었다.

"자네가 큰집(청와대와 여권을 암시-편집자)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홍준표 위원장이 공개한 편지는 가짜로 조작된 것이며 그 배후에 당시 이명박 후보의 상근특보 등이 있음이 밝혀졌다. 문제의 편지를 작성한 사람은 김경준의 미국 교도소 수감 시절 '감방 동료'로 당시 한국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신경화씨가 아니라 치과의사인 그의 동생 신명씨였다.

신명(50)씨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3차례 5시간에 걸친 녹화 인터뷰에서 그 편지가 어떻게 조작되었는지를 증언했다.

"홍준표가 흔든 편지는 완전 가짜다. 우리 형이 쓴 것이 아니고 친아버지처럼 알고 지내던 양승덕(경희대 관광대학원 행정실장)씨의 부탁을 받고 내가 쓴 것이다. 양승덕씨는 그 편지를 이명박 후보의 특보였던 김병진(당시 경희대 교수, 현 두원공과대학 총장)씨에게 전달했다. 그것이 홍준표에게 간 것이다."

신명 "2008년 수사받으며 가짜라는 것 다 밝혔다" - 검찰 "그런 적 없다"

 17대 대선 과정에서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을 입증해준 편지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신명씨가 공개한 3장의 편지.
 17대 대선 과정에서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을 입증해준 편지를 조작했다고 주장한 신명씨가 공개한 3장의 편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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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3장의 편지(윗 사진)가 있다. 이 편지들은 모두 날짜가 2007년 11월 11일로 같다. 작성자는 신경화씨로 되어 있고 내용도 틀림없이 똑같다. 그런데 필체는 서로 다르다. 왜일까? 이 편지들의 실제 '제조일'과 작성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서로 다른 3장의 편지가 조작과 은폐의 과정을 보여준다.

신명씨는 "양승덕씨가 (정부) 과천청사 주차장에서 미리 써온 컴퓨터글씨 편지를 내밀면서 그대로 베껴 쓰라고 했다"면서 "혹시 내용이 문제 되지 않겠느냐"고 하자 "한나라당 BBK대책 법률팀에서 8번이나 검토한 것이니 괜찮은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컴퓨터글씨로 쓰인 편지1(사진 왼쪽)은 조작지시 원본이다.

편지2(사진 가운데)는 신명씨가 그것을 보고 베껴 쓴 것이다. 신명씨는 "대학 때부터 오랫동안 친아버지처럼 보살펴준 양승덕씨가 부탁한 것이고, 행여나 수감 중인 형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봐 별 생각 없이 써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편지3(사진 오른쪽)은 무엇인가? 대선이 끝나고 2008년 초 수감 중이던 신경화씨가 언론에 보도된 동생의 가짜편지를 보고 베껴 쓴 것이다. 자기가 쓴 것이라고 사후에 입을 맞추기 위해.

홍준표 위원장이 기자회견장에서 흔든 가짜편지는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정동영 후보 측에서 BBK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던 당시, 이 편지를 '노무현 정권 공작의 물증'으로 제시하며 이른바 '기획입국사건'을 만들어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즉 미국 교도소에 있던 김경준과 그의 감방동료 신경화가 대선 전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송되어 BBK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노무현 정권과 정동영 후보의 이른바 '기획입국' 공작에 의한 것이라며 이 편지를 물증으로 활용한 것이다.

검찰은 2007 대선 직후 한나라당이 수사 의뢰한 '기획입국사건'을 수사했다. 신명씨는 "2008년 초에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편지가 가짜라는 것과 배후가 누구라는 것을 다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오마이뉴스> 기자의 확인 요청에 "신명씨가 지금 그때 진술과 다른 말들을 하고 있다, 그런 적 없다"고 주장했다.

양승덕씨와 전 이명박 후보 특보 김병진씨는 모두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이 건과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올해 3월 <세계일보><경향신문> 등에 가짜편지에 대한 일부 보도가 나오자 은폐대책모임을 수차례 하면서 '민주당에서 신명씨를 고발해 출국금지 조치가 나오기 전에 신명씨를 미국으로 내보내자'는 대책을 마련했음이 <오마이뉴스>에 의해 확인됐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 동원하는 공작정치, 다시 있어서는 안 돼"

 지난 2007년 12월 27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홍준표 의원과 인사를 나누던 중  홍 의원의 등을 두드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07년 12월 27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한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홍준표 의원의 등을 두드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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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씨는 김병진씨가 가짜편지 조작사건의 1차 배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 편지가 2007 대선을 엿새 앞두고 기자회견장에서 홍준표 위원장의 손에 들려지기까지 이명박 후보 측근들과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2차, 3차 배후로 개입되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있던 지난 3월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공작적 요소가 있다거나 법적으로 잘못된 게 있었다면 책임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명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에 연루돼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너무 힘들었다"면서 "나와 우리 형 같은 보통 사람들을 동원하는 공작정치가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3차례 5시간 동안의 녹화 인터뷰의 한 대목.

- 왜 지금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는 것인가?
"홍준표씨가 올 3월 <세계일보>와 <경향신문>에서 이 가짜편지와 관련한 일부 보도가 나오자 진실규명은 하지 않고 '전과자 가족들이 나서서 뭐라고 한다' 운운하는 발언을 했다. 나는 그것이 분하고 억울했다. 그래서 나는 자성하는 마음으로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 나는 우리 형제를 '전과자 가족'이라고 표현한 홍준표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이 사건의 진실을 검찰이 밝혀주길 바랐다. 그런데 그 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에 찾아온 것이다."

- 홍준표 의원이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서 편지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 이거 내가 쓴 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나?
"알았죠. 내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양승덕 선생님한테 '선생님, 이거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신경 쓰지 말라고, 그 편지는 한나라당 캠프 법률팀에서 8번 검토하고 해서 보낸 거니까 법률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고 그랬거든요. 그래도 난 겁 나잖아요."

- 편지 내용의 원 소스는 양승덕씨가 아니라 한나라당 법률팀에서 8번 검토하고 쓴 거다?
"네. 난 그 당시 양승덕 선생님이 쓴 줄 알았죠. 그런데 나중에 일이 전개된 걸 보니까, 가만히 보니까 양 선생님이 그걸 쓸 이유가 없잖아요. 왜 쓰겠어요? (한나라당에서) 이렇게 이용해먹으려고 만든 거지."

- BBK사건 본류와 상관없이, 이 가짜편지 사건의 교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내가 제일 앞으로 생각하는 건 공작정치는 하지 말고 정책선거를 했으면 좋겠어요."

- 평범하게 사는 사람을 공작정치에 활용해서 인생을 망쳤다는 건가요?
"역사적으로 계속 그래 왔잖아요. 앞으로도 또 그럴 건데, 제발 그러지 좀 마라는 거죠.
BBK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나는 몰라요. 나랑 우리 형 같은 사람은 불쌍한 사람들인데 이 사람들 동원해서 감언이설로 (하면 안 되지요). 만약 내가 치과의사가 아니고 멍청한 놈이면 그걸로 끝났겠지요, 이용만 당하고."

BBK 가짜편지 사건 새롭게 밝혀진 '김경준 기획입국' 편지조작 진상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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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MB 대선캠프 상임특보 "난 모르는 일이다"
신명씨가 '기획 입국 편지 조작' 사건의 한나라당 '연결고리'로 지목한 김병진 당시 MB특보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양승덕씨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인데 편지 사건은 난 모른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 총장은 이어 "편지 건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다 수사한 것으로 아는데 나는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3년 행정대학원장을 끝으로 경희대에서 퇴임한 김병진 교수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상임특보를 지낸 이후 2009년 8월부터 한국수자원공사 비상임이사를 지냈다. 이명박 정부에서 초대 대통령실장(2008. 2~2010. 7)을 지낸 정정길 전 서울대 행정대학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 교수는 2009년 10월부터 두원공과대학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 이른바 '김경준 기획입국 편지' 사건과 관련해 신명씨가 그 편지가 조작되었다는 언론 보도를 보셨나?
"그 얘긴 난 모르는 일이다."

- 그러면 양승덕 실장은 아는가?
"(양씨는)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인데 편지 사건은 난 모른다."

- 그런데 그 사람들이 왜 총장을 거명하는가?
"그 건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다 수사한 것으로 아는데 나는 관계가 없다."

- 그런데 편지조작 사건과 관련, 총장님과 양 실장이 나눈 대화 내용과 관련 증언을 입수했는데 거기에 총장님 발언이 나온다. 
"아무튼 나는 모른다."

- 그러면 만난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가?
"나는 모른다. 그 이야기라면 전화 끊겠다."

* 심층취재 기사는 14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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